연세대서 기습 강연한 홍준표, 학생들 송곳 질문에 진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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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서 기습 강연한 홍준표, 학생들 송곳 질문에 진땀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7.09.14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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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발정제, 방송사 파업' 질문에 "아픈 질문하네" 푸념...문재인 비판엔 소리 높여 / 정인혜 기자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14일 연세대학교를 깜짝 방문해 학생들과 만났다. 사진은 연세대학교 강단에 선 홍준표 대표(사진: 자유한국당 제공).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대학 강단에 섰다. 젊은이의 마음을 얻기 위해 대학가 공략에 나선 것. 홍 대표는 “자유한국당 예쁘게 봐 달라”고 젊은이들에게 호소했다.

홍 대표는 14일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발전사회학’ 과목 강의실을 찾아 '1일 강사'로 변신했다. 1시간 30분가량 진행된 이날 강의는 자유한국당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됐다. 일부 채널에서는 실시간으로 이를 생중계하기도 했다. 이날 홍 대표의 방문은 사전 예고 없이 이뤄진 것으로,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언론에도 2시간 전에야 공개됐다고 한다. 홍 대표는 “미리 예고하면 혹여 ‘나가라’는 반대 플래카드를 걸까 싶어 예고 없이 찾았다”고 농을 섞어 이유를 밝혔다.

강의실에 홍 대표가 들어서자, 학생들은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었다. 학생들은 "헐", "대박"을 연호하며 스마트폰을 꺼내 홍 대표의 모습을 담았다. 홍 대표는 쑥스러운 듯 강단에 서서 학생들과 인사를 나눴다. 50년 만의 연세대 방문이라고 밝힌 홍 대표는 “어떤 분야라도 좋으니 질문 부탁한다”며 “그냥 홍준표라고 편하게 불러달라”고 말했다. 장내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어 학생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조금 전 웃음기가 감돌았던 분위기와는 달리 질문은 처음부터 날카로웠다. 질문을 받은 홍 대표는 때로 당황한 듯 “아픈 부분 질문하네”라는 말을 뱉기도 했다.

학생들은 홍 대표의 '여성관 논란'에 대한 질문으로 포문을 열었다. 한 학생이 “부인에게 ‘촌년이 출세했다’는 말을 했고, 돼지 발정제 사건도 있었다”며 “당 혁신을 위한다면 대표의 여성관부터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홍 대표는 경상도 말투의 특이성 때문에 오해가 생겼다고 해명했다. “경상도 말투가 원래 투박스럽다”고 운을 뗀 그는 “나는 스스로를 ‘창녕 촌놈’이라고 부른다. 그럼 내가 남성 비하를 한 것이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경상도에서는 이런 말이 성별을 비하하는 게 아닌 친근한 말”이라고 말했다. 돼지 발정제 논란에 대해서는 지난 대선 당시 내놨던 해명을 반복했다. 본인이 아니라 친구가 사건의 당사자라는 것.

KBS, MBC 파업에 대해서도 자신의 주장을 펼쳤다. 홍 대표는 “현재 방송국 파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영방송 장악 시도가 없었다고 할 순 없지만, 지금의 문제는 방송을 장악하는 방법”이라며 “지금 노조는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라는 조폭 영화를 연상시킨다”고 대답했다. 학생들은 그의 발언에 공감하지 못한 듯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이어 홍 대표는 문재인 정부 비판에 열을 올렸다. “문재인 정부가 짧은 시간에도 대선 공약을 잘 이행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자 “지금 문재인 정부를 평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특히 홍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과 대북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홍 대표는 “평화는 힘이 있어야 외칠 수 있다”, “구걸하는 것은 평화가 아니다”라고 언급했고, 이에 한 학생과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자리 정책에 대해서는 “잘못 가고 있다”고 평가한 그는 노량진의 현실을 들어 문재인 정부의 공공 일자리 확대 정책을 비판했다. 홍 대표는 “노량진에 가보면 9급 공무원 시험을 위해 청년들이 몰린다. 이런 사회는 정상이 아니다”라며 “공무원은 더 확대할 필요가 없고, 오히려 구조 조정을 해야 한다. 그리스가 망한 이유도 공무원 일자리를 늘려 국민 세금을 나눠 먹었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자유한국당에 대한 젊은층의 관심을 호소했다. 홍 대표는 “젊은 사람들이 우리를 싫어하는 걸 알지만, 개혁은 보수가 하는 게 개혁”이라며 “한국당에는 재밌는 사람도 많고, 젊은이들과 터놓고 지낼 사람들도 많다. 한국당이 싫더라도 좋아하려고 노력해 주고 예쁘게 봐 달라”고 말했다. 초반 열기와 다르게 끝인사는 다소 시들한 반응 속에서 마무리됐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쫓겨날까봐 몰래 오는 수준”, “이쁜 짓을 해야 이쁘게 봐주지”, “학생들 불쌍하다” 등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연세대 학생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저런 헛소리나 들으려고 수백만 원씩 하는 등록금 낸 게 아닌데 정말 짜증났다”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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