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문재인 생가 관광객 몸살에 집주인 트랙터로 입구 폐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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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문재인 생가 관광객 몸살에 집주인 트랙터로 입구 폐쇄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7.09.13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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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까지 무너뜨려 극심한 스트레스...거제시 "사생활 침해 막으면서 관광자원화 방안 찾겠다" / 신예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 생가를 놓고 집 주인과 거제시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진은 한 네티즌이 공유한 대통령 당선 전 촬영한 생가 전경이다(사진: 인터넷 커뮤니티).

경남 거제시 명진리 남정마을에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생가가 사실상 폐쇄됐다. 끊이지 않는 관광객들의 발길에 집주인이 사생활 침해와 재산 피해를 호소하며 트랙터로 자택 입구를 막은 것. 이에 거제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문 대통령 생가에는 문 대통령이 태어날 때 탯줄을 잘라 준 추경순(88) 씨의 작은 아들 A 씨가 살고 있다. 하지만 지난 대선 이후 문 대통령의 발자취를 좇는 방문객이 문 대통령의 생가이자 A 씨의 자택에 밤낮으로 찾아왔다고. 일부 방문객들은 돌담의 돌을 빼 담을 무너뜨리기도 하고 집안에까지 카메라를 들이대며 촬영했다고 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문재인 대통령 생가 가는 법’을 설명한 안내 글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당시 거제시는 문 대통령 생가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을 위해 안내 현수막과 이정표를 설치했다. 한 네티즌은 시내 버스 기사에게 “저 문재인 생가 갑니다” 하니까 “저 차 타이소” 하고 친절히 알려 주기도 했다는 경험담을 풀어놓기도 했다.

이처럼 끊이지 않는 관광객들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은 A 씨는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취했다. 트랙터로 집 입구를 막은 것. 부산일보에 따르면, A 씨는 기본적인 사생활 보호를 위한 조치를 거제시와 면 사무소에 요구했다. 하지만 이를 해결할 뚜렷한 방법이 없었다고 한다.

현재 A 씨가 자택 개방을 중단한 지 한 달 째며, 지금은 외지 관광객들이 마을을 방문해도 문 대통령의 생가임을 알 수 있는 흔적이 모두 사라졌다. 거제시가 설치한 안내 현수막과 ‘문재인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생가에 부착했던 안내 자료 등이 철거됐기 때문. 문사모는 당선 직후 ‘문재인 대통령 생가’라는 글이 적힌 아크릴 판과 ‘문재인 대통령 생가 이야기’라는 문 대통령 부모의 거제 정착 스토리가 담긴 현수막 등을 부착했었다.

이에 따라 생가 방문객의 수도 크게 줄었다. 거제시 집계에 따르면, 생가 방문객은 지난 5월 5400명에서 6월 1만 2510명으로 늘었다가 7월 5430명, 8월 4580명으로 집계됐다고 경향신문이 보도했다.

네티즌들 대다수도 '사생활 보호'를 요구하며 집을 폐쇄한 A 씨를 이해한다는 댓글을 올렸다. 대학생 박지은 씨는 “남의 집을 무단으로 드나들며 피해를 주는 것은 위법”이라며 “집주인이 생활에 불편이 없도록 우선 조치하는 것이 순서”라고 지적했다. 한 네티즌도 “북한도 아니고 대통령 생가가 뭣이 중해서 돌담의 돌까지 빼가냐”며 “집주인을 위해서라도 생가 방문은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대통령 생가가 문화재도 아니고 매매되고 있는 주택을 왜 가냐”며 “대통령의 기를 받고 싶으면 청와대를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애초 생가 앞에 관광지처럼 안내판까지 세워가며 사람을 끌어들인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네티즌은 “전에 거제 생가에 방문해 보니 주인 아저씨가 설명까지 해주시며 열심히 안내했다”며 “안내 표지로 사람들 실컷 오게 해놓고 이제 와서 관광객 탓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도 "시에서 관광자원 개발하고 싶어하는 그 마음 잘 알겠다"고 비꼬았다.

이에 거제시는 해법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거제시 관계자는 “생가가 개인 소유여서 시가 강제로 출입 통제를 풀기는 힘든 상황”이라며 “생가를 방문한 관광객이 불편을 느끼지 않고 생가 소유자의 사생활 침해도 막을 수 있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앞서 거제시는 문 대통령 당선 직후 생가 복원 등을 계획했지만 이를 보류한 바 있다. 청와대가 불편한 기색을 보였기 때문. 당시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현직에 있고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곤혹스럽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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