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과학계 인사의 문재인 정부 입각은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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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과학계 인사의 문재인 정부 입각은 위험하다
  • 논설주간 강성보
  • 승인 2017.09.13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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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설주간 강성보
논설주간 강성보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천정에 그려진 <아담의 창조>는 그 장엄함과 뛰어난 예술성으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찬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화면의 왼쪽에 아담이 벌거벗은 채 비스듬하게 누워있고 오른쪽에 창조주 하나님이 오른손을 들어 아담의 왼손 검지 손가락 끝을 통해 생명을 불어넣고 있는 형상이다. 1511년 이탈리아의 조각가 겸 화가 미켈란젤로가 그린, 르네상스 시대 최고의 걸작 중 하나로 꼽힌다. 중등학교 세계사 교과서에 실릴 만큼 유명해 우리들에게도 매우 익숙한 작품이다.

이 그림에서 창조주 하나님은 토가(로마시대 남자들의 의상)를 입고 자애스런 얼굴을 한 흰 구레나루 수염의 노인으로 묘사되어 있다. 또 그의 주위에는 여러 인물상이 그려져 있는데, 이들이 누구이며 무슨 의미를 갖는가에 관해 여러 가지 해석들이 제기되어 왔다. 예컨대 하나님의 왼팔 품에 안긴 사람은 외관상 여성이라는 점과 그 시선이 아담을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류 최초의 여성 이브라는 설, 예수 그리스도를 낳은 성모 마리아라는 설, 인간의 형상을 한 ‘소피아(지혜)’일 것이라는 주장 등이 그것이다.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 그려진 미켈란젤로의 <아담의 창조>(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그런데 1990년 미국 인디애나 주 앤더슨 카운티의 의사 프랭크 린 매슈버그가 의학 전문지에 매우 독창적인 이론을 발표해 세계 의학계 및 미술 문화계, 종교계의 주목을 끌었다. 메슈버그에 따르면, <아담의 창조> 그림 속 오른쪽에 그려진 하나님과 그 주변 인물은 인간의 두뇌 형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을 감싸고 있는 붉은 색 포(布)는 두개골이고 내부의 여러 인물들은 뇌간, 전두엽, 뇌동맥, 뇌하수체 등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또 손가락 끝의 접촉으로 이어지는 아담과 하나님의 팔은 시냅스를 매개로 한 뉴런의 정보 전달의 의미하며 전체적으로 이 그림은 뇌구조를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다고 매슈버그는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의학계 및 미술사학계가 검증에 나선 결과, 매슈버그의 이론이 타당하며 작가는 인간 해부학에 매우 정통했던 인물임이 확인됐다고 결론지었다. 그럼 미켈란젤로는 성경 창세기 기사 중 가장 신성한 대목인 아담의 창조에 이처럼 두뇌의 형상 이미지를 왜 그려 놓았을까.

15~16세기 유럽에는 교회의 도그마(독단)와 신성 절대주의에서 벗어나 과거 그리스 로마의 합리주의와 인간 중심의 문화를 되찾자는 르네상스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미켈란젤로 역시 그 르네상스 바람의 중심 인물이었다. 즉 작가는 최초의 인류 아담이 창조주에 의해 진흙으로 빚어진 게 아니라 인간의 두뇌 속 상상력으로 빚어진 것임을 나타내고 싶었을 것이라는 게 일부 합리주의적 신학자들의 주장이다. 다만 당시 상황으로 교회의 권위에 대놓고 맞설 수는 없었던 만큼 자신의 작품 속에 메타포로 그 의도를 숨겨놓았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같은 르네상스 시대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자신의 걸작 <최후의 만찬> 속에 성배(聖盃)를 상징하는 막달라 마리아를 예수 그리스도 바로 옆자리에 그려놓음으로써 신이 아닌 인간 예수 그리스도를 은유했다(댄 브라운의 베스트셀러 <다빈치 코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도올 김용옥은 성경 중 창세기를 비롯한 구약의 대부분 내용이 ‘구라’라고 말한다. 기원전 6세기 바빌론 유수(幽囚)기간 수만 명의 유대인 국민들과 함께 바빌론에 포로로 잡혀온 유대인 지도자들이 민족 정체성 소멸의 위기를 느끼고 그동안 구전되어온 자신들의 신화를 헤브라이어, 아람어 등으로 기록했는데 그것을 집대성한 것이 구약이라는 것이다. 그 속에는 일부 역사적 실체가 있지만 대체적인 스토리가 유일신 ‘야훼’를 중심으로 한 신화로 채색되어 있는, 유대민족의 상상력의 산물일 뿐이라고 그의 최근 저작 <도올의 로마서 강해>에서 주장했다.

도올은 모태신앙으로 어릴 때부터 모친의 영향을 받아 성경을 달달 외울 정도로 읽었다고 한다. 성장 후 철학을 전공하면서도 항상 기독교 신앙과 신학에 관심을 갖고 동서양의 각종 신학서적을 섭렵했으며 최근까지 중근동을 여러 차례 탐방하는 등 성경과 그 교리에 관해 누구보다도 깊은 이해를 갖고 있음을 자부했다. 그런 도올이 성경의 절대적 무오류성에 목숨걸고 있는 이 땅의 종교지도자들, 신학자들을 다소 과격한 표현을 써가며 거칠게 비판했다.

그 중 한 대목. “우리나라 목사님들은 십일조를 내라는 가당찮은 권유 때문에라도 구약을 버릴 수 없다. 신약에서는 십일조를 내라는 따위의 말은 일체 않는다...... 구약은 비판적 거리(critical distance)를 요구하는 문헌이지만 하나의 문학으로 우리에게 재미를 준다. 기독교인은 구약으로부터 재미, 그 이상의 것을 요구할 필요는 없다.”

다만 도올은 바이블이 위대하다는 점에는 전폭적으로 긍정했다. 그것은 그 내용의 진실 여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작고 힘없고 물질적 기반조차 약한 유대 민족이 그토록 엄청난 고난을 겪고 있는 시대에 그토록 ‘탁월한 창조성’을 분출해 서구문명의 가장 근원적인 기초를 놓는 문헌을 생산해냈다는 점이라고 도올은 텔아비브 대학 성서고고학의 대가인 핑켈슈타인을 인용해 강조했다.

엊그제 국회에서 열린 박성진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박 후보자의 ‘창조과학’ 커리어가 도마에 올랐다. “후보자가 이사로 있는 창조과학회는 지구의 나이를 6000년으로 주장하는데 후보자는 이에 동의하느냐”라고 질문하자 “신앙적으로는 믿고 있다”고 대답했다. ‘신앙적으로 믿는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알수 없지만 과학자(포항공대 기계공학 박사)라는 사람이 그런 비과학적인 신념을 갖고 있으면서 어떻게 한 나라의 장관을 하겠다는 것이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과학계에서는 지구의 나이를 46억 년으로 추산하고 있다.

창조과학의 주장대로 만일 지구의 나이가 6000년이라면 수십만 년 전 백악기에 지구에 활동했던 공룡의 흔적은 부정될 수밖에 없다. 1만여 년 전 메소포타미아와 나일강 유역에서 꽃피웠던 수메르 문명과 이집트 문명의 유적 역시 실체가 없는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자가당착에 빠진다. 역사학와 고고학은 물론 지질학, 생물학 등 모든 과학적 업적과 근거가 전부 허물어지는 것이다.

창조과학은 성서의 창조설을 과학적 사실로 인정하고 진화론을 거부한다. 극우 보수 기독교 근본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들은 성경의 한글자 한글자는 모두 하나님의 영감으로 기록됐기 때문에 한자도 오류가 없다는 축자영감설(逐字靈感說)을 주장한다. 구약의 창세기에 나오는 천지창조가 문자적, 역사적, 과학적으로도 사실이라는 것이다. 우주의 나이가 6000년이라는 계산은 노아의 방주 당시 대홍수 기사를 바탕으로 천지창조의 시점을 역산한 결과 나온 것이다. 이들은 생물의 진화를 포함한 명백히 관찰되는 과학적 사실을 부정한다. 성서에 있으니까 무조건 진리이고 성서에 없다면 무조건 허위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과학의 특질은 이 세계의 모든 현상은 인과적으로 얽혀있으며 모든 사건은 정확한 원인과 결과를 가진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그 인과가 성립하는 방식에는 정확한 법칙이 있으며 또 그 법칙은 모든 현상에 일률적으로 적용된다는 것이다. 이것을 ‘자연의 제일성(齊一性)’이라 부른다. 우리가 객관이라 일컫는 것은 모두 이 제일성을 전제로 한 것이다. 부산에서 성립한 인과관계가 서울에서 달라질 수 없고, 오늘 성립한 인과관계가 내일 달라질 수 없는 것이다. 우리가 신화라고 말하는 것은 이 제일성의 법칙을 벗어나는 현상이다. 바다가 갈라지고 사람이 물위를 걷는 따위의 스토리는 도올의 표현에 따르면 ‘구라’인 것이다. 창조과학을 주장하는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은 이 ‘구라’를 ‘사실’이라며 대놓고 강변하고 있는 셈이다.

과학계는 창조과학을 유사과학으로 치부하고 있다. 박성진 후보자는 창조과학이 비과학이라는 주장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창조과학자들의 논의에 국민들이 존중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종교인으로서 그의 신념에 대해 뭐라 가타부타 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나라의 중요 정책을 담당하는 장관으로서 그의 이 비과학적인 신념이 가져올 악영향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창조과학은 극히 일부 기독교 보수 근본주의자들만 동의할 뿐 가톨릭, 성공회 교인들과 합리적 기독교인들은 부정적 입장을 취한다. 프란시스코 교황은 2014년 “세상의 기원으로 제시되는 우주의 빅뱅이 창조주의 개념과 모순되지 않는다‘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종교적 근본주의, 원리주의는 언제나 위험하다. IS를 비롯한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은 자살 공격 등 과격한 테러로 자신들의 존재감을 세상에 알린다. 특히 한국의 기독교 원리주의자들은 극우 보수주의자들과 연계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박성진 후보자 역시 변희재 등 친박 보수파 인사들과 친교를 가지며 포스텍 학생들에게 그들의 생각을 전파하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정권의 적폐 청산을 국정의 모토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의 이데올로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다. 지명을 철회하든지, 자진 사퇴를 유도하든지 조치를 내리는게 옳다고 본다. 기계공학도로서의 그의 업적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종교적 도그마에 입각한 인물을 입각시킨다면 문제인 정권 전체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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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017-09-13 19:36:20
인간의 장기가 다른 사람에게 이식되면 원래 주인의 생명과 상관없이 생명을 유지한다. 그렇다면 인간은 하나의 주체에 의해서 통제되는 단일생명체인가 아니면 여러 생명체가 함께 살고 있는 집단생명체인가? 기존의 과학과 종교이론을 180도 뒤집는 이론으로 우주와 생명을 새롭게 설명하는 책(제목; 과학의 재발견)이 나왔는데 과학자와 종교학자들이 반론을 못한다. 이 책은 서양과학으로 동양철학을 증명하고 동양철학으로 서양과학을 완성한 통일장이론서다.

23 2017-09-13 19:35:18
아인슈타인의 공식(E=mc^2)이 옳다면 물질양자가 소멸하면서 에너지양자로 변해야 한다. 그런데 어떤 양자가 다른 양자로 변할 때에 양자는 더 작아질 수 없으므로 변화의 과정이 없이 변해야 하는데 그것이 가능하겠는가? 우주의 모든 변화는 양자의 위치이동(결합이나 분해)에 불과하며 진정한 변화(양자의 소멸과 생성)는 창조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이므로 불가능하다. 핵반응에서 나오는 열(에너지)은 아인슈타인의 이론과 상관없는 다른 방법으로 생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