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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실험의 후폭풍...“우리(북한)는 핵보유국, 남한 전역을 깔고 앉았다, 미국은 손 떼라”

기사승인 2017.09.08  23:4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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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행인 정태철

발행인 정태철

북한이 수소폭탄을 성공적으로 개발했다고 호언하면서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대규모 경축행사를 벌였다. 이 자리에서 박봉주 내각 총리는 “북한은 핵보유국”이라며 득의양양(得意揚揚)했고, “미국은 한반도 문제에서 손 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금철 군 부총참모장은 “북한은 남반부 전역을 단숨에 깔고 앉을 수 있는 만단(萬端)의 결전 준비 태세”를 갖췄다고 큰소리를 쳤다.

문재인 정부는 서둘러 사드 배치를 마무리했다. 친여 신문과 시민 세력이 “문재인 정부마저...” 하면서 배반감을 느꼈다고 했다. 한, 미, 일 정상들이 전화 통화로 분주했고, 미국은 원유 수출입 금지와 세컨더리 보이콧을 포함한 가장 강력한 북한 제재 결의안을 유엔 안보리에 상정할 모양이다.

세계가 한반도를 둘러싸고 격랑 속으로 떠밀려 가고 있다. 100년 주기 3차대전설까지 나오는 마당에 급변하는 지난 세계 정세를 훑어봐야 무언가 오늘의 정황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1970년대는 그리스와 스페인 등 유럽 지역 독재국가들이, 1980년대는 아르헨티나, 파나마, 파라과이 등 남미 대부분이 군사 통치에서 벗어나 민주화됐다. 그 직후 열린 1986년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가 우승하자, 한 신문은 “아르헨티나의 월드컵 우승은 민주화에 대한 신의 선물”이라는 제목을 뽑았다. 1990년에는 독일이 통일되고(베를린 장벽 붕괴는 1989년), 1991년에는 소련 공산정권이 해체됐다. 공교롭게도 1990년에 열린 월드컵에서 통일 독일이 우승하자, 한 신문은 “독일의 월드컵 우승은 통일에 대한 신의 선물”이란 헤드라인을 붙였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당시 아르헨티나 우승의 주역인 마라도나(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냉전체제가 깨지면서 세계 유일 초강대국으로 남은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평화에 대한 낙관적 분위기가 샘솟기 시작했다. 정치, 경제적으로 미국의 철학과 제도를 따라오면 누구나 민주적이고, 인간적이며, 풍요로운 국가가 된다고 말이다. 자유, 인권, 계몽과 같은 인간의 절대정신이 서방국가에서 실현되고 있으니 역사의 발전이 더 갈 때가 없는 종착역에 이르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프란시스 후쿠야마(Francis Fukuyama)가 1992년 그의 저서 <역사의 종말>에서 그렇게 적었다.

그러나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가 지속되더니, 2001년에는 미국의 국방성 건물인 펜타곤과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인 세계무역센터가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의 항공기와 충돌해서 붕괴되는 9.11 테러가 발생했다. 미국이 흥분했다. 미국은 빈라덴을 비롯한 이란, 이라크 등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냉전체제라는 이념 대립이 소련의 몰락으로 사라진 공백에 이슬람권과 기독교권의 대결이란 종교로 대체됐다. 향후 국제정치의 갈등은 문명 간의 충돌이며 문명권의 1차 구분은 종교라고 예견한 게 1997년 새뮤얼 헌팅턴(Samual Huntinton)의 <문명의 충돌>이었다.

9.11 테러 당시 불타고 있는 세계무역센터. 잠시 뒤 쌍둥이 빌딩은 폭발로 인한 열로 붕괴됐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9.11의 복수를 위해서 미국은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WMD)를 제거한다는 명목으로 2003년 3월 20일 새벽에 이라크 폭격을 개시했다. 최후통첩이 있은 17일부터 미국 TV 방송들은 바그다드 호텔 옥상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전쟁을 생중계할 채비를 차리고 있었다. 당시 연구년으로 미국에 체류 중이던 나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안방으로 생중계되는 전쟁을 시청하느라 며칠을 뜬 눈으로 지새웠다. 미국은 24시간 쉴틈없이 3일 동안 지속된 폭격으로 이라크의 활주로, 전투기, 미사일 기지, 포병 기지, 통신 시설을 초토화했다. 그리고 약 2주일 뒤인 4월 4일 육군이 상륙해서 바그다드를 별 저항 없이 점령했다. 이라크가 선제공격을 당할 경우, 이스라엘로 이라크가 미사일을 발사할 거라는 우려는 단 1발의 불발탄이 이스라엘로 날라 온 것이 고작이었다. 이미 2주 간 미국의 무차별 폭격으로 이라크 군 전력이 괴멸됐던 것이다. 

개전 몇 달 전부터 굵은 검은 테 안경을 끼고 날마다 TV에 나와서 미국을 조롱하던 후세인 정부 대변인도 미군의 바그다드 점령시 잡혀서 초라한 포로의 모습으로 TV에 나타났다. 후세인은 시골 외딴 집 땅굴에서 붙잡혀 초췌한 모습으로 TV에 등장했고, 그는 재판 후 처형되어 지금은 저 세상 사람이 됐다. 이라크를 북한으로, 후세인을 김정은으로, 대량살상무기를 핵으로, 이라크 대변인을 북한 방송 여자 아나운서로, 여기에 불똥이 튈 나라로 이스라엘 대신 남한과 일본으로 바꾸기만 한다면, 2003년 이라크 전쟁은 미국의 북한 선제공격 시나리오와 유사해진다. 그게 현실이 되면 안되는 일이지만.

체포 후 재판 도중 항변하고 있는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후세인은 2006년 12월 30일 교수형에 처해졌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엄청난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이라크 전쟁 승전보로 미국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자, 원래 세계는 강대국들의 패권 각축장이며, 따라서 국제정치는 끝없이 비극의 역사로 치닫는다고 분석한 학자가 나타났다. 그의 이름은 존 미어샤이머(John Mearsheimer)이며, 그의 저서는 2004년에 발간된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이다.

그는 이 책에서 국제정치가 비극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국제사회에서 국가가 살아남는 길은 힘에서 이기는 것밖에 없으며, 이때 발생하는 국가 간 분쟁을 통제할 ‘국가들 위의 상위 조직’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물론 그는 유엔은 국가의 상위 조직이 될 수 없다고 봤다.

미어샤이머는 민주적이고 계몽적 가치관을 공유하는 서방 국가들끼리의 협력이 세계 평화를 구축할 거라는 <역사의 종말> 식 주장을 일축했다. 미국은 아직도 10만 명의 대군을 유럽과 아시아에 주둔시키고 있으며, 미국,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들은 서로를 두려워하고 서로를 믿지 못한다는 게 그 이유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서로가 핵을 가졌다고 해도 선제 핵공격을 했다가 핵 반격을 허용하면 상호가 파멸하기 때문에 섣불리 선제 핵공격을 못한다고도 했다. 그래서 핵보유국은 ‘핵우위’를 점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핵우위란 상대의 보복 없이 일방적으로 핵사용이 가능한 핵 독점 상태를 말한다. 또는 상대가 핵이 있어도 선제 1격으로 상대를 무력화시킬 때를 말한다. 그런데 냉전시대 미소 양국 모두 절대적 핵우위를 점하지 못했기 때문에 누가 핵 공격을 시작하든 후속 보복 공격을 당하게 되어 있는 상태, 즉 ‘MAD(Mutually Assured Destruction: 상호 확실하게 파멸되는 상태)’에 놓였다는 것이다. 이게 바로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이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그래서 냉전시대에 미소 간 핵전쟁은 일어날 수 없었고, 재래식 전쟁은 국지적으로 가능하나 핵전쟁으로는 절대 비화하지 않았다고 풀이했다.

1987년 레이건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북한만 핵이 있고 남한에 핵이 없다면, 이게 곧 미어샤이머 교수가 지적한 북한의 독점적 ‘핵우위’이며, 남한은 북한의 '공갈'처럼 북한에 깔려 있는 형국이 된다. 남한의 독자 핵 개발이 어렵다면, 유럽의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이태리, 터키가 미국의 전술핵을 빌려 러시아의 핵우위를 막고 있는 상태처럼, 우리도 미국의 전술핵을 빌려서 북핵에 대비하는 게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최상의 방어책이다. 미국에 의존적인 상태를 좋아할 독립국은 없다. 그러나 북의 핵개발로 우리는 미국에 더욱 의존케 되는 실망스런 상황에 빠졌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세계 전체의 패권을 장악한 초강대국은 아직 아무도 없다고 봤다. 오로지 미국만이 아메리카 대륙의 패권을 확실하게 잡고 있는 강대국이며, 유럽은 미국이 영향력을 행사하고는 있지만 패권을 잡은 상태는 아니라고 파악했다. 그런데 미어샤이머 교수는 미국이란 강대국은 러시아나 독일 등이 유럽의 패권을 잡거나 중국이나 일본이 아시아의 패권을 잡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했다. 왜냐하면 언젠가는 그들이 지역적 패권을 키워 태평양이나 대서양을 넘어 미국을 위협할 것이기 때문이란다.

오늘날 중국의 아시아 패권주의는 세상에 다 드러나 있다. 그래서 미국은 한반도 사태가 아니라도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런 중국은 북한이 공격을 당한다든지 북한에 급변 사태가 발생한다면, 기다렸다는 듯이 압록강을 넘어 군대를 북한에 보내 순식간에 북한을 점령할 것이다. <티벳에서의 7년>이란 영화가 있었다. 2차대전 직후 어느날 갑자기 중국 군대가 티벳을 침입하여 궁궐을 점령하고 달라이라마를 잡아 가두는 장면이 나온다. 그때부터 중국 국기를 꽂은 지 지금까지 티벳은 요지부동 중국 통치권이다. 티벳 승려들이 지금도 분신자살 독립 투쟁을 벌이지만 중국은 티벳을 놓을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아직도 미국 TV는 달라이라마를 출연시키려면 중국의 눈치를 봐야 한다. 사드 가지고 우리나라를 들들 볶는 중국의 심사에 미국이라고 예외일 리가 없기 때문이다. 중국의 아시아 패권주의, 중국의 대국굴기는 우리 통일의 절대적 방해 요인이 되어 가고 있다.

우리나라 외교가의 원로 한 분이 최근 사석에서 미국이 왜 북한이란 작은 나라에 질질 끌려다니냐는 질문에 ‘독재+세습+일부 장마당 자본주의 경제+일부 배급제’라는 지구상에 존재해본 적이 없는 북한이란 특이한 정체(政體)에 대한 연구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후쿠야마, 헌팅턴, 그리고 미어샤이머 같은 석학들의 연구를 일별 만해도 세계의 정세가 파악이 된다. 그러나 북한이 만드는 지금의 세계 정세는 이해불가, 예측불허다. 북한의 정체를 파악하기 전에 상황이 마구 전개되고 있다.

미국 사우스다코타 주 러시모아라는 바위 산에는 4명의 대표적 미국 대통령 얼굴이 엄청나게 크게 조각되어 있다. 여기에는 건국 아버지 워싱턴, 독립선언문을 기초한 제퍼슨, 미국을 세계 지도국으로 격상시킨 테어도어 루스벨트, 그리고 노예 해방으로 민주주의 기초를 닦은 링컨 대통령의 얼굴이 새겨져있다. 만약 한 사람을 더 새겨 넣는다면 케네디보다 레이건 대통령이 그 후보라는 주장이 미국에서 자주 나온다. 레이건 대통령은 군비 경쟁을 부추긴 ‘스타워즈’ 계획으로 소련의 경제를 궁핍하게 몰아 넣어 결국 동구권 몰락이란 세계사적 변환을 가져온 인물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국 산천 어디에서 큰 바위 얼굴이 될 영웅이 나타나 국운을 살렸으면 좋겠다는 실없는 기원이라도 해보고 싶다. 그러나 우리 국운이 펴졌다고 해도 누구를 영웅으로 선정해서 바위에 새기느냐는 것은 합의조차 안 될 게 뻔하다. 지금도 우리나라는 안보 앞에서 이념으로 분열하고 있으니 말이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이 열린다는데, 아르헨티나나 독일처럼 우리나라가 우승해서 신문에 “한국의 월드컵 우승은 한반도 통일에 대한 신의 선물”이라는 제목이 실릴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처럼, 우리 현실은 참으로 갑갑하다.

발행인 정태철 reporter1@civicnews.com

<저작권자 © CIVICnews / 시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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