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성추행 잡는 CCTV 왜 없나요…부산교통공사 “비용 문제, 사생활 침해” 난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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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성추행 잡는 CCTV 왜 없나요…부산교통공사 “비용 문제, 사생활 침해” 난색
  • 취재기자 김예지
  • 승인 2017.09.06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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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한 대 없는 전동차도 다수…부산 1호선과 4호선 일부에만 설치 / 김예지 기자
지하철 전동차 내 CCTV가 모자라 성범죄나 절도 등 범죄에 제대로 대처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전동차 내 성추행은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이를 감시할 CCTV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대학생 박모(24, 부산시 남구) 씨는 얼마 전 지하철 안에서 당한 일을 잊지 못한다. 늦은 밤 부산 지하철 2호선을 타고 귀가하던 중 옆자리에 앉아 있던 만취 상태의 중년 남성이 갑자기 손을 뻗쳐 성추행한 것. 박 씨는 깜짝 놀라 뿌리쳤지만 막차 시간이라 주변에 목격자도 없어 한동안 불안에 떨어야 했다.
 
박 씨는 경찰에 신고한 뒤 CCTV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역무실에 연락했지만, 아무런 증거도 얻지 못했다. 전동차 안에 CCTV가 없었기 때문이다. 박 씨는 “지하철 안에서 버젓이 범죄가 일어나는데 CCTV가 없다는 게 말이 되냐”며 “왜 지하철에서 이상한 짓하는 인간들이 많은지 이번 기회에 제대로 알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학생 박나원(24, 부산시 해운대구) 씨에게도 CCTV가 없는 지하철은 공포의 공간이다. 2주전 지하철 전동차에서 한 남성 승객이 고성을 지르며 문과 손잡이를 발로 차고, 박 씨에게 시비를 거는 등 위협적인 행동을 반복했다. 놀란 박 씨는 지하철 역무실에 신고했지만, 역무원들이 도착했을 때, 해당 남성은 이미 자리를 떠난 뒤였다.
 
박 씨는 역무실 측의 대처가 지연된 이유를 CCTV의 부재에서 찾았다. 그는 “밀폐된 공간에서 난동을 부리며 위협을 가하는 승객 때문에 전동차가 한 순간 아수라장으로 변했는데 역무원의 대처가 너무 늦어 실망했다”며 “CCTV가 있었다면 실시간으로 보고 출동했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실제 지하철 전동차 내에서는 다양한 범죄가 발생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전국 대도시 지하철에서는 총 2507건의 범죄가 발생했다. 이중 성추행이 1579건, 절도가 657건, 폭행은 189건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CCTV가 설치된 지하철 전동차는 찾아보기 힘들다. 부산 지하철의 경우 1호선 48량과 4호선 17편성을 제외한 열차의 전 전동차에는 단 한 대의 CCTV도 설치돼 있지 않다. 1호선과 4호선 일부 열차에만 CCTV가 설치된 이유는 지난 2014년 개정된 도시철도법 때문이다. 도시철도법에 따르면, 새로 도입하는 전동차는 의무적으로 CCTV를 설치해야 한다. 다만 그 전에 도입된 전동차에 대한 강제성은 없다.
신설된 부산의 4호선 전동차에는 객실의 앞, 뒤로 총 2대의 CCTV가 설치돼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예지)
부산교통공사 측은 예산 부족으로 CCTV 설치가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다. 한 관계자는 “설치 여론이 많이 형성된 것도 아니고, 사실 비용적인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다”고 난색을 표했다.
 
사생활 보호 문제가 걸림돌이라는 지적도 있다. 부산교통공사의 또 다른 관계자는 “CCTV가 모든 전동차 안에 설치되면 사생활 침해 문제도 분명히 제기될 것”이라며 “사회적 합의가 더 필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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