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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총의 사과, 경찰의 몰카와의 전쟁...여교사의 초등학생 제자 성관계 사건 후폭풍

기사승인 2017.09.01  22: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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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행인 정태철

발행인 정태철

1984년 5월 경, 친구가 미국 유학길에 오르게 됐다. 친구는 고등학교 교사인 부인과 갓 결혼한 상태였다. 친구 부인이 남편과 동반 출국을 위해 학교에 사표를 내려고 하자, 초등학교 교장이던 친구 아버지가 “어떻게 선생이 학기 중에 무책임하게 제자들을 팽개치고 남편 따라 미국으로 간단 말이냐?”고 대로(大怒)하셨다. 결국 친구는 5월에 출국했고, 친구 부인은 1학기를 마치고 8월에야 출국할 수 있었다.

과거에는 친구 아버지 같은 꼿꼿한 교육자가 참 많았다. 사범대학이나 교육대학에는 “스승이 되기 전에 인간이 되라”는 경구가 여전히 붙어 있지만, 여교사가 초등학생 제자를 탐하는 ‘경지’의 엽기적인 사건이 터지니, 말문이 막힌다. 소설가 공지영 씨의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도가니>는 장애인을 가르치는 특수학교에서 교장과 교사들이 지적 장애 학생들을 성폭행한 실화 사건을 그렸다. 차마 입에 담기조차 괴로운 우리 사회의 잔혹사였다. 최근 교사가 연루된 학교 내 성범죄가 연이어 발생하자, 교총이 “교사 성범죄는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으로 교직 사회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더욱 더 실추시키고 크나큰 실망을 안겨주고 있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공개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의 각종 성범죄 양상이 위험 수위를 넘고 있다. 최근 언론에 공개된 통계에 따르면, 13세 미만 대상 아동 성범죄는 2013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5104건이 발생했다. 그 안에는 강간이 4804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는 하루 3건 정도다. 그렇게 많이 아동 대상 성범죄가 발생한다니, 가히 충격적이다.

더욱이, 경찰은 불법으로 유통되는 몰카를 집중 단속하고 몰카 촬영이 유력시되는 공중화장실, 수영장, 백화점과 대학 화장실 등의 몰카 설치 여부를 전국적으로 조사한다고 발표했다. 바야흐로 몰카와의 전쟁이 시작됐다. 경찰이 이렇게 나선 이유는 2012년 2400건의 몰카 범죄가 2014년에는 6623건, 2016년에는 5185건, 2017년 7월까지는 3286건으로 나타나 연 평균 21.2%로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이 공개한 위장형 몰카의 종류는 혀가 내둘릴 정도다. 안경, 만년필, 단추, 허리띠, 물병, 드론 등 몰카가 안 되는 물건이 없다. “의심 없는 자연스런 촬영 보장”이란 몰카 판매 광고 카피가 ‘썩소’를 짖게 한다.

몰카 범죄가 급증하자, 경찰은 몰카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대대적인 불법 몰카 판매 단속과 공공장소의 몰카 설치 유무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교사뿐만 아니라, 교수, 판사, 경찰 등 사회에 모범을 보여야할 사람들이 성범죄에 연루된 경우도 종종 나타나고 있다. 디카프리오가 출연한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란 영화가 있었다. 돈 버는 데 물불 안 가리고 싸우는 처절한 적자생존 전쟁터인 세계 자본주의의 심장 월가에서 마약과 섹스로 스트레스를 푸는 증권맨들을 그린 영화다. 그들에게 도덕성이란 없다. 오직 돈만이 있을 뿐이다. 터질 듯한 뇌 속의 스트레스 압력을 그들은 그런 일탈로 배출한다. 소위 압력밥솥 현상이다. 한 곳만 뚫리면 엄청난 압력으로 폭발 직전의 수증기가 치솟는 것이다.

월가 증권맨들의 이전투구와 마약과 섹스 등 일탈 행위를 다룬 영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의 한 장면(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한병철 교수의 지적처럼, 우리 사회는 초고속 경제 성장이 몰고온 성과(成果), 규율, 적대감이 누적된 ‘피로사회’에 살고 있다. 빠르게 달려온 고도 성제성장은 풍요란 열매와 함께 ‘남을 이겨야 내가 산다’는 경쟁사회의 살벌한 생존 규칙을 동시에 남겼다. 우리는 경쟁사회에 밀리지 않으려고 조급해야 하고 공격적이어야 한다. 한 순간도 쉴 새 없이 공부로 남과 다투는 청소년들 중에는 아이를 죽여서 손가락을 주고받는 ‘놀이’를 했던 김 양과 박 양도 있었다. 마치 영화 <킹스맨>처럼, 우리 뇌 속에 타인을 증오하게 만드는 칩이 꽂혀 있어서 우리가 서로 싸우고 죽이도록 누군가의 지배를 받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인간의 뇌 속에 증오를 을으키는 칩을 심어서 사람들 끼리 싸우고 죽이게 조종하려는 악당과 이를 퇴치하려는 비밀요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킹스맨>의 한 장면(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경제 발전의 부작용인 물질만능주의도 사람의 인성을 망치는 데 한몫 했을 것이다. 철학자 김형석 교수는 물질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40세를 정점으로 점점 줄어든다고 했다. 대신 정신적 만족을 찾으려는 욕망은 40세부터 점차 강해진다고 한다. 늦게라도 명품과 투기(投機)를 다 내려놓고 마음을 비우면, 우리가 훨씬 인생을 관조하고 즐길 수 있는 길은 있다. 단지 실천이 어려울 뿐이다.

무인점포, 인터넷 은행, 온라인 강좌 등으로 대면(face-to-face) 소통이 줄어들고, 카톡과 페북 등 SNS로 소통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인간관계도 변질되고 있다. 페북 친구 1000명에게 멋진 사진 한 장 올리고 ‘좋아요’ 1000개를 받는 게 의미가 있을까? 마주 앉아 소주 한 잔, 또는 따스한 차 한 잔 나눌 수 있는 단 한 명의 친구와 견줄 수 없다. 사이버 세계는 사람의 인격을 감추게 한다. 혼자 사는 코쿤(cocoon: 누에고치) 족이나 성도착증 연쇄살인범들의 컴퓨터에는 통상 포르노물이 가득했다. 악풀 달기, 신상 털기, 해킹, 리벤지 포르노(헤어진 애인과의 성관계 영상을 공개하는 것), 사이버 상의 마초 문화(여성 혐오) 등은 사이버 세계의 어두운 측면을 보여준다.

지체장애인이었던 서머셋 모옴은 <받아들이는 길(The Way of Accetance)>이라는 수필을 남겼다. 모옴은 여기서 교통사고로 두 발을 절단당하고 병원에 입원한 한 환자를 소개하고 있다. 그 환자는 처음에는 절망에 잠겨 침울해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자리에서 일어나 휠체어를 타고 명랑하게 웃으며 이 병실, 저 병실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는 병원 환자들은 물론 병실을 찾는 많은 방문객들에게 이렇게 묻고 다녔다고 한다. “내 단점은 두 다리가 없다는 건데, 당신의 단점은 뭐요?” 그는 자랄 수 없고 다시 생길 수도 없는 다리에 대한 육체적 미련을 내려놓고 마음속으로 장애를 수용했으며, 그와 동시에 사지가 멀쩡한 다른 사람들에게 정신적 결점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깨닫고 반성하라는 말을 전하고 다녔던 것이다.

영국의 소설가 서머셋 모옴. 그는 지체장애인이었으며 장애인이 주인공인 <인간의 굴레에서>라는 소설을 남겼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북핵으로 국가 간도 싸우고, 국내 여야도 사사건건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다. 정치에 너무 우리 사회가 매몰되어 있는 것 같다. 인성이 나쁘고 매사에 적극적인 사람과, 인성이 좋고 매사에 적극적인 사람이 싸우면, 결국 인성 나쁜 적극적인 사람이 이긴다고 한다. 인성이고 뭐고 물불 안 가리고 싸우는 사람을 이길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싸우면 보지 못하는 게 바로 인성이다. 인성 교육 같은 국가적인 노력이 있어야 할 듯하다. 우선 각자 자신과 자신의 주위부터 되돌아보는 '자기 성찰'이 필요할 때다.

발행인 정태철 reporter1@civic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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