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개편안 유예에 학부모들은 "나는 답답하고 아이는 불안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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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개편안 유예에 학부모들은 "나는 답답하고 아이는 불안해 해"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7.09.0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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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중2·3, 교육과정과 수능 과정 달라 혼선...전문가, "갈등만 1년 유예해 사교육 부추겨" / 신예진 기자
서울신문에 따르면,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에서 "대입제도는 시험을 치르기 3년 반 전에만 발표하면 되니 내년 8월 말 발표하면 된다"고 설명했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교육부가 수능 시험 개편안 적용 시점을 2021학년도에서 2022학년도로 1년 유예하기로 결정하자, 이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 현재 중학교 2·3학년 학부모들이 우려를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달 31일 브리핑을 통해 수능 개편을 1년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교육부는 당초 이날 제시한 1·2 시안 가운데 한 가지 방안을 확정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이를 모두 백지화하고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가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 교육부는 내년 8월까지 2022학년도 수능 개편안을 마련하고, 수능 제도, 고교 내신 절대평가(성취평가제), 고교학점제, 외고 자사고 폐지 등을 포괄하는 ‘새 정부 교육 개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즉, 교육부의 결정은 수능 개편안만 발효하기보다 학생부 종합전형을 포함한 종합적인 대입전형 개편 방향을 함께 발표하기 위함이라는 것.

이에 현재 중학교 3학년은 2015년 개정 교육과정으로 공부하고 2009년 개정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수능 시험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하지만 교육부는 교육 과정을 예정대로 교육 현장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능 개편 적용 대상이 된 중학교 2학년도 대대적인 입시 개편 예고에 걱정과 불안감에 휩싸였다.

수능 개편 유예 소식에 학부모들은 막막한 심정을 내비쳤다. 특목고 진학을 희망하는 중학교 2학년 아들을 둔 학부모 박혜정 씨는 “수능이 어떻게 바뀔지 몰라 자사고에 아이를 보내는 것이 옳은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며 “특목고를 보내려면 미리 준비를 해야 하는데 나는 답답하고 아이는 불안해 한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중학교 3학년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현재 중학교 3학년 아이들이 실험 대상도 아니고 학교 교육과정과 수능 교육과정이 다르면 내신 준비 따로, 수능 준비 따로 해야 한다는 거냐”며 “교육부의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아이들만 힘들어졌다”고 쓴소리를 했다.

전문가도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갈등만 1년 유예됐다. 시간 벌기일 뿐”이라며 “지방선거를 의식해 여론 때문에 물린 것인데 제대로 될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한 교육계 전문가도 “이번 교육부의 발표는 중학교 3학년에서 끝날 문제를 중학교 2학년까지 확대시켰다”며 “이번 발표로 학부모들의 사교육 의존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중학교 3학년 아들을 둔 학부모 김모(50) 씨는 이번 발표로 한숨을 돌렸다는 입장이다. 김 씨는 “학교 교육과정은 다를지 몰라도 기존 방식대로 수능을 치니 이를 준비하는 데는 크게 문제 될 것이 없어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하지만 “지금 중학교 3학년들을 상대로 학교 교육이 잘 흘러갈지 의문스럽다”며 “우리 아이도 ‘학교 수업 들어보고 필요하면 과외 수업도 받게 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교총은 '불신과 혼란 가중, 엄중히 비판한다'는 보도자료를 내고 “시안 발표를 한 지 불과 한 달도 안 돼 결정을 연기한 것은 정책의 불신을 더욱더 초래할 뿐 아니라, 대입제도 3년 예고제 등 교육법정주의를 정면으로 위반해 교육의 안정성을 해치는 등 교육 현장의 혼란을 가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달리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수능 개편안 시행 유예를 해 ‘다행’이라는 긍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전교조는 보도자료를 통해 “교육 개혁 대토론과 사회적 합의를 위한 반전의 계기로 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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