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조사 대상 모두 유해물질 나온 생리대 실험결과표에 "신뢰 못해"
상태바
식약처, 조사 대상 모두 유해물질 나온 생리대 실험결과표에 "신뢰 못해"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7.09.01 06: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성환경연대자료선 톨루엔 등 11종 검출...식약처는 "접착제 문제 없다"고 발표해 혼선 가중 / 신예진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생리대 안전 검증 시험 자료 원본을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검사했던 11개 제품 전부 유해물질이 검출됐다. 사진은 외국산 생리대(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30일 '생리대 안전 검증위원회'를 열어 여성환경연대가 식약처에 제출한 생리대 안전 검증 시험 자료 원본을 공개했다. 식약처는 이를 과학적으로 신뢰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식약처가 이날 공개한 여성환경연대의 자료를 보면, 휘발성유기화합물(VOC) 17종 가운데 톨루엔, 1, 2, 3-트리메틸벤젠 등 11종이 생리대에서 나온 것으로 돼 있다. 반면 6종은 아주 적은 양만 나왔거나 아예 검출되지 않았다. 여성환경연대가 재작년 김만구 강원대 환경융합학부 교수에게 의뢰했던 생리대 안전 검증 시험은 실험은 일회용 중형 생리대 5종, 팬티라이너 5종, 다회용 면 생리대 1종 등 총 11개 제품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식약처는 부작용 원인으로 의심을 받는 생리대 접착제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미국과 일본 등에서 팔리는 생리대, 유기농·한방을 표방한 생리대 모두 '릴리안' 제품과 동일한 스틸렌부타디엔공중합체(SBC) 계통 물질을 접착제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 또 생리대 접착제로 주로 사용되는 SBC는 국제암연구기관(IARC)에서 ‘인체 발암 물질로 분류할 수 없다'고 판단될 때 부여하는 그룹 3 물질이라고 식약처는 설명했다.

실험 자료를 공개한 식약처는 실험 대상 업체명과 제품명을 공개하지 않았다. 식약처는 여성환경연대 측에서 식약처에 해당 목록을 넘기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또 결과 발표 후 여성환경연대와 김 교수의 시험 자체에 대해 신뢰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상세한 시험 방법과 내용이 없고, 연구자 간 상호 객관적 검증(peer review) 과정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 따라서 이 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나 기업에 조처하기도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식약처는 "검증위원회와 함께 생리대 전수 조사를 하고 있다"면서 "조사가 끝나는 즉시 생리대 업체명과 제품명, 휘발성 유기화합물 검출량, 위해 평가 결과를 모두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식약처의 발표에 여성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대학생 신모(20) 씨는 “계란이야 안 먹으면 그만이지만 생리대는 안 쓸 수가 없다”며 “제대로 된 결과를 놓고 대책을 세워야 할 것 아니냐”고 답답함을 표했다. 한 네티즌은 “릴리안만 문제인 줄 알았더니 모든 생리대가 문제였다”며 “사실상 릴리안 죽이기 아니냐”고 물음을 던졌다. 또 다른 네티즌은 “실험을 주도한 여성 환경 연대와 그 교수가 업체명과 실험 방법을 밝혀야지 왜 식약처에 책임을 떠넘기는 건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날 JTBC <뉴스룸>은 “검사 결과지 원문을 입수했다”며 조사 대상이 된 회사 이름을 공개했다. <뉴스룸>을 통해 공개된 업체명은 깨끗한나라 외에도 유한킴벌리, LG유니참, 한국 피앤지(P&G) 등 4개사였다. 제품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전문가들 사이에 실험에 대한 의구심이 남아있고 대상 선정 기준도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

한편, 이날 이낙연 국무총리가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국정 현안 점검 조정회의에서 식약처와 환경부, 산업부는 회의에서 ‘생활 화학 제품 국민 불안 해소 방안’을 각각 내놓고 함께 논의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식약처는 “생리대 원료 등 조사를 통해 위해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성분은 관리 기준을 설정하고, 기업이 이를 주기적으로 검사해 검사 결과를 제품에 표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낙연 총리는 “위해 평가를 해 위험성이 높은 제품은 회수하고 폐기 조치하겠다. 사태가 종식되는 대로 근본적인 제도 개선도 추진하겠다”며 “우리 주변의 수많은 화학제품에 대해 부처별로 관리하고 있지만, 새로운 유해물질이 늘어남에 따라 안전관리의 사각지대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