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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의 나라 부탄을 괴롭힌 도클람 사태...중국의 굴기(崛起)를 경계하라

기사승인 2017.08.30  19:5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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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논설주간 강성보

논설주간 강성보

인도 대륙 동북쪽 히말라야 산록에 있는 부탄이란 나라는 독특하다. 국왕도, 국민도 경제적인 부나 세속적인 쾌락을 추구하지 않는다. 잘 살아보자는 생각이 없다. 그냥 하늘이 그들에게 안겨준 자연에 만족해 하며 하루하루를 그냥 행복하게 살아갈 따름이다.

2013년 통계로 1인당 국민소득이 2,665달러. 60만 인구 중 80%가 하루 2달러 미만을 소비할 뿐인, 세계 최빈국 중 하나다. 그럼에도 온 국민이 “나는 행복하다”고 느낀다. 유엔이 2년마다 한 번씩 실시하는 국민 행복지수(GNH: Gross National Happiness) 조사에서 부탄은 항상 상위권이다. GNH는 삶의 만족도, 미래에 대한 기대, 실업률, 자부심, 희망, 사랑 등 인간의 행복과 삶의 질을 포괄적으로 고려해 산출하는 지표다. 대체적으로 덴마크, 스웨덴 등 북유럽의 국가들이 1, 2위를 다투지만 부탄도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2013년 조사에서는 8위를 기록했다. GDP(국민총생산) 등 물질적 통계를 무시하고 “당신은 오늘 많이 웃었는가”, “이웃과 다정하게 지냈는가” 등을 묻는 앙케트 결과만 집계한 일부 조사에서는 세계 1등 행복 국가로 나타나고 있다.

환하게 웃고 있는 부탄 어린이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원래 ‘국민행복지수’란 개념 자체가 1972년 부탄의 시그미 싱게 왕축 국왕이 제창한 것이다. 왕축은 국민 1인당 행복을 최대화함으로써 사회 전체의 행복을 최대화하는 것이 국가 목표이며 행복지수를 정책의 성과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이후 부탄은 이 원칙에 따라 모든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이것을 보고 세계의 경제, 사회학계가 물질 우선적인 국력 평가 방식을 반성하고 GNH라는 인간 중심의 국가 평가 모델을 만들면서 한때 행복지수를 통한 나라별 순위 매기기가 풍미한 적이 있다. 이 순위에서 한국은 항상 꼴찌 부근을 맴돌았고 요즘도 맴돌고 있다. 2015년 갤럽이 실시한 조사에서는 행복감 100점 만점에 59점으로 118등. 내전이 심각한 카프카즈 산맥의 아르메니아와 중동의 팔레스타인, 아프리카의 빈국 가봉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부탄은 불교 국가다. 온 국민이 부처님을 믿는다. 국가적으로 청빈한 삶 속의 정신적인 니르바나(열반)를 추구하고 있는 것은 그런 종교적인 영향 때문인 듯하다.

선진국이 되기를 바라지 않고 경제개발을 시도하지도 않는다. 관광 수입이 국가 전체 수입의 큰 비중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관광객을 제한하고 있다. 배낭을 매고 다니는 등산객은 아예 입국조차 불허한다. 부탄에 입국한 관광객은 하루 200달러를 의무적으로 내야 한다. 일종의 입국세다. 세속의 때가 하나도 없는 청정한 비경(秘景), 부처님의 나라를 구경하려면 그 정도 부담을 해야한다는 입장이다.

부탄인들은 사람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깃들어 사는 자연도 행복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들은 도로를 낼 때 터널을 뚫지 않는다. 자연을 큰 생명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낚시질을 하지 않는다. 낚시를 하려면 물고기를 속여야 하는데, 그것 역시 부처님이 금한 사위(詐僞) 행위에 해당된다는 논리다. 부탄에서는 물고기를 잡으면 종신형에 처해진다고 한다.

나라 전체에 도살장이 없다. 그래서 닭과 돼지들은 천수를 누리며 죽는다. 필요한 육식은 이웃나라 인도나 방글라데시에서 수입해서 먹는다. 꽃도 함부로 꺾지 않는다. 실내 장식이 필요하면 조화로 한다. 자연을 한몸으로 생각하고 식물과 동물을 가족처럼 여긴다. 그래서 부탄은 사람뿐 아니라 식물과 동물에게도 행복한 유토피이다.

부탄 케사르 왕축 국왕과 국가행복지수의 개요(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현 케사르 왕축 국왕이 자발적으로 나서 의회민주주의를 선택했다. 국민들에게 권력과 토지를 돌려줬다. 왕과 왕비는 조용한 별장에서 검소한 삶을 산다. 국민들의 절대적인 존경과 신망을 얻고 있다. 가난한 나라이지만 백성들에게 고루 복지 혜택을 베풀어 돈을 벌기 위해 경쟁할 필요가 없게 했다.

부탄은 국제적으로 자발적 고립을 표방한다. 강대국의 원조를 거부하고 웬만한 나라와는 외교관계도 맺지 않고 있다. 문화적, 정서적 환경이 비슷한 이웃나라 인도와는 수교하고 있지만 북쪽으로 국경을 맞대고 있는 패권 국가 중국과는 외교 관계가 없다.

이런 ‘은둔의 나라’ 부탄이 얼마 전 홍역을 치렀다. 국토의 서쪽 ‘도클람’을 둘러싸고 중국과 험악한 대치 국면을 연출한 것이다. 인구 13억의 대국과 불과 60만의 소국. 골리앗과 다윗 정도가 아니라 스모 선수와 유치원생이 마주선 형국이다. 아예 상대가 안된다. 그럼에도 부탄은 대들었다. 중국과 인구 규모가 맞먹고 같은 핵보유국인 동맹 국가 인도를 끌고 들어와서다. 아니, 인도가 앞장서서 자신들의 전략적 이해관계상 분쟁 해결에 나섰다고 하는 것이 옳을지도 모르겠다.

사정은 이렇다. 도클람은 부탄어로 ‘좁고 험난한 길’이란 뜻이다. 말 그대로 히말라야 준봉들이 만들어낸 산악지역이다. 중국에서는 뚱랑(洞郞)고원이라 부른다. 원래 부탄계 산악 민족이 사는 부탄 영토였다. 그런데 1949년 중국이 티벳을 무력으로 점령하면서 이곳을 강제로 접수했다. 현재 중국과 일본이 영유권을 다투는 조어도(釣魚島, 센가쿠열도)처럼, 중국이 실효지배하고 있는 중국 부탄간 분쟁지역이다.

중국과 부탄의 국경지대인 도클람 고원의 전경(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지난 6월 중순, 중국 인민해방군이 이 도클람 지역에 나타나 도로 공사를 시작했다. 이를 발견한 부탄 정부가 즉각 항의하고 인도에 지원을 요청했다. 통보를 받은 인도는 6월 18일 인근 시킴주에서 군대와 불도저를 현지로 출동시켜 도로 건설 저지에 나섰다. 현지에서 총검을 앞세우고 마주선 중국과 인도의 군대. 자칫하면 총격전이 벌어질 정도로 험악한 장면을 연출했다. 중국은 인도 군인들이 중국 영토에 무단으로 들어와 도로 건설을 방해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인도는 인도대로 분쟁 지역에 중국이 무단으로 도로를 건설함으로써 불법적 실효 지배를 강화하려한다고 주장했다. 인도는 중국에 대한 무역 보복 가드를 만지작거리기도 했다.

중-인 간의 이같은 긴장은 지난 28일 양측이 병력을 신속히 철수시키기로 합의함으로써 진화됐다. 9월 3일부터 중국 시아먼에서 열리는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차이나, 남아공) 정상회담을 앞두고 서로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는 양측의 판단 때문이었다. 중국은 공사 인력과 군병력은 철수하지만 자국 영토인만큼 순찰은 계속할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신흥 공업국가를 뜻하는 BRICS 정상회담(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인도가 자신들과 직접적 분쟁지역도 아닌 곳에서 중국과 일촉즉발의 국면을 만들면서까지 발벗고 나선 이유는 무엇인가. 거대한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대부분 나라들이 그렇듯이 부탄 역시 중국으로부터 끊임없는 회유와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 (얼마전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중국이 부탄을 자국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100억 달러의 원조를 제안했다가 거절당했다고 보도했다.) 부탄과 동맹 관계를 맺고 있는 인도가 동맹국의 위기국면을 외면할 수 없었을 것이다. 특히 중국이 도클람에 도로를 건설한다는 것은 부탄 영토에 대한 추가 잠식 의사를 드러낸 것으로 읽히기도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인도로서 참을 수 없는 것은 도클람에 중국 군대가 대거 진출한다는 것은 북부 시킴 주를 포함한 인도 동북지역의 전략 요충지를 위협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도클람은 일명 닭의 목이란 별칭이 붙은 실리구리 회랑 지역 인근에 위치해 있는데, 이 회랑은 폭이 20km안팎의 좁은 지역이다. 만일 도클람에서 병참기지를 확보한 중국 군대가 조금더 힘을 뻗쳐 이곳 실리구리를 점령할 경우, 인도는 국토가 동서로 완전 분리되는 난처한 위기 국면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인도가 중국의 야금야금 영토를 넓혀가는 야욕을 좌시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하겠다.

도클람 긴장이 한창 고조되던 지난 8월 1일, 홍해에서 인도양으로 나오는 길목, 수에즈 운하 입구에 위치한 지부티 항구에서 웅장한 팡파르가 울렸다. 중국 군함이 대거 참여해 위용을 과시하는 가운데, 지부티 해군기지의 출범을 알리는 세리모니였다. 이 출범식에서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 사령관 덴중(田中)중장은 축사를 통해 중국과 지부티의 돈독한 해양 협력을 강조했다. 이 해군기지가 중국의 대대적 원조 하에 건설됐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진주목걸이 전략’이라는 게 있다. 중국이 인도 주변국가들과의 협력 관계를 강화해가면서 펼치고 있는 인도 포위 전략이다. 지부티와 아덴(예멘)에서부터 과다르(파키스탄), 몰디브, 스리랑카, 다카(방글라데시), 미얀바, 란따(태국), 프톰펜(캄보디아)로 연결된다. 중국의 우호적 국가들의 해군기지들을 한줄로 잇다보니 사람 얼굴 형상을 한 인도의 목에 걸린 진주 목걸이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번 은둔의 나라 부탄의 잠을 깨운 도클람의 깜짝쇼 역시 이 진주목걸이 전략의 완성을 염두에 둔 것인지도 모른다.

중국과 일본의 영토 분쟁 지역인 조어도 전경(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한국과는 이어도 논쟁, 일본과는 조어도 갈등, 베트남과 필리핀과는 남사군도 분쟁 등을 일으키면서 팽창전략을 거듭해가고 있는 무서운 기세의 중국 굴기(崛起). 이번 도클람 사태에서도 그 위세의 일면을 드러냈다. 당사자는 아니지만 우리 역시 경계심을 늦춰선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논설주간 강성보 reporter1@civic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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