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계의 젊은 거장, 알렉세이 레베데프 경성대 교수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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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계의 젊은 거장, 알렉세이 레베데프 경성대 교수를 만나다
  • 취재기자 김지언
  • 승인 2017.08.24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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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국제피아노아카데미(KIPA) 직접 기획...마스터클래스와 심사까지 맡은 음악 인재 / 김지언 기자
피아니스트이자 경성대학교 음악학부 교수인 알렉시아 레베데프가 본지와 인터뷰를 가졌다(사진: 영상기자 이찬영).

2009년 세계 최고 권위의 부소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 2위, 2011년 비오티 국제 콩쿠르 1위, 그리고 마리아 카날스 국제 콩쿠르 2위를 거머쥐며 ‘대형 신인’으로 발돋움한 피아니스트. 국제적 명성이 자자한 해외 콩쿠르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심사위원. 유럽을 주된 활동 무대로 독일 하노버에서 수차례 콘서트를 연 음악가. 갖가지 수식어가 모자라는 주인공은 바로 경성대학교 음악학부 교수 알렉세이 레베데프(Alexey Lebedev, 37)다.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상트페테르부르크. 박물관과 궁전, 역사 유적지 등 품격있는 이곳 예술의 도시에서 지휘자인 아버지와 비음악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레베데프는 여섯 살 때 처음 피아노 건위에 손을 얹었다. 피아노와 인연을 맺은 건 누구의 권유도 없이 순전히 그의 의지였다. 아버지는 아들인 그가 자신과 같은 음악가가 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러나 피아노에 대한 레베데프의 열정이 보통이 아니란 걸 알아챈 뒤 하고 싶은 일을 하라며 인정해줬다. 그는 피아노를 포기하지 않기 위해 매일 연습실에 홀로 남아 기량을 닦았다.

하지만 어린 아이에게 깊은 인내는 무리였던 걸까. 매일 같은 연습과 결코 순탄치 않은 과정이 힘이 부친 레베데프는 잠시 피아노에서 손을 뗐다. 그는 “피아노를 포기하고 몇 년이 지난 뒤에 음반을 내고 대회에 참가하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를 깨달았다”고 말했다. 경연에서 한 차례 성공을 거둔 후 라디오·TV 프로그램에 출연한 레베데프는 대중들로부터 기억되고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그는 “꾸준한 연습을 통해 좋은 연주를 들려주면 사람들이 피아노에 더 많은 흥미를 가지게 된다"며 "그게 바로 진정한 피아니스트의 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공부를 마친 그는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기 위해 스물네 살에 독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독일을 새로운 배움의 터전으로 삼은 그는 습득한 지식을 바탕으로 유럽을 주된 무대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갔다. 독일에서 작업하는 게 가장 편했기에 독일이 레베데프의 두번째 고향이 됐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한 기회에 그는 유럽의 한 음악회에서 경성대학교 예술종합대학 조현선 학장을 만났다. 한국에 교수로 가게 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한 채 그는 조 학장과 연주회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레베데프는 “인생에서 모든 일은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대화를 나누면서 우리 우정은 더 깊어졌고 이를 계기로 한국에 와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됐다. 운명이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3일 경성대 예술종합대학 학장실에서 알렉시아 레베데프 음악학부 교수와 본지 발행인과의 인터뷰가 진행됐다(사진: 영상기자 이찬영).

2012년 한국 땅을 밟은 그는 5년 하고도 반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경성대학교의 교수로 재직하며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2014년에 시작되어 올해로 4회째를 맞는 경성국제피아노아카데미도 사실은 레베데프의 아이디어였다. 그는 “짧은 시간 내에 학생의 역량을 최대한 이끌어내 성공적인 경연으로 만드는 것이 KIPA의 주된 목적이었다”면서 “4~5일간 바쁜 일정 속에서 진행되는 KIPA를 통해 학생들은 많은 가르침을 얻어갈 것이고 마지막 날 경연까지 마친 후에는 학생들의 생각과 연주에 많은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KIPA는 다른 학교에는 없는 경성대학교만의 독자적인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학교를 더 알릴 수 있는 길이며 미래에는 보다 강력한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해외에서도 여러 번의 마스터클래스를 해온 레베데프는 한국 학생과 유럽 학생들 간의 차이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같은 지시를 내려도 한국 학생들은 교수의 요구에 잘 응하고 교수의 의견을 신뢰한다”며 “그러나 유럽 학생들은 자신의 주장이 아주 강하기 때문에 교수의 말을 경청하고 잘 따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여전히 자신의 주장을 담고 있다”고 대답했다. ‘교수에 대한 신뢰 없이는 성공도 없다’고 믿는 그는 한국 학생들의 태도가 매우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KIPA는 학생들이 해외로 나가지 않고도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들로부터 개인 레슨을 받아 실력을 키울 수 있는 꿈의 무대다. 제4회 KIPA에도 경성대 재학생을 포함해 21명의 국내외 음악학도들이 참가했다. 레베데프는 “KIPA에 참여해 무엇을 얻어 가느냐는 학생 스스로에게 달려있다”면서 “교수의 지도에서 뭐든 더 배우려고 하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학생들은 분명히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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