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경부암 예방 접종, 알고보니 남성도 맞아야 한다는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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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경부암 예방 접종, 알고보니 남성도 맞아야 한다는데 왜?
  • 취재기자 김지언
  • 승인 2017.08.22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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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성기 사마귀, 성기암, 항문암 등 유발...성관계로 여성에 전염 가능 / 김지언 기자
자궁경부암의 주요 인자인 HPV 바이러스를 예방하기 위한 '자궁경부암 백신'이 여성암을 뜻하는 명칭으로 인해 남성들에게는 동 떨어진 느낌을 주고 있다. 그러나 남성들도 여러 질병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는 꼭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슬하에 열세 살 난 아들을 둔 이윤진(41, 서울시 동작구) 씨는 얼마 전 아들의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을 접종하기 위해 아이를 데리고 산부인과를 찾았다. 시댁에서는 남자가 무슨 자궁경부암이냐고 핀잔을 줬지만 이 씨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산부인과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면서 살펴보니 여자들뿐만 아니라 남자들도 자궁경부암 백신을 꼭 맞아야겠더라”며 “미래에 있을 아들의 여자 친구와 아내를 위해서라도 남자인 아들이 꼭 예방 접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는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여러 질병을 가져오기 때문에 남성도 이를 예방하기 위해 백신을 맞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직 한국에서는 HPV 바이러스가 여성만의 일이라고 여겨 남성들이 백신 접종을 남의 일처럼 여기는 게 현실이다.

자궁경부암은 여성이 가진 자궁과 관련한 질병이라는 점에서 우리 사회에는 여성만 예방 백신을 맞으면 된다는 인식이 만연해있다. 그러나 자궁경부암의 주된 원인인 HPV 바이러스는 자궁경부암 외에도 곤지름(생식기 사마귀)과 일반 사마귀, 질암, 항문암, 음경암 등 다양한 질병과 암을 유발한다. 자궁에만 영향을 미치는 바이러스가 아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남성도 얼마든지 HPV 바이러스로 인한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자궁경부암은 전 세계적으로 여성에게 발생하는 암 중 두 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암이며 두명 중 한 명꼴로 자궁경부암 환자가 사망에 이를 정도로 치사율이 높은 암이다. 여성이 감염되면 치명타를 입는 데 비해, 남성의 경우 대부분 증상이 없고 감염되더라도 약 90%가 1~2년 내에 자연스럽게 소멸된다. 자궁경부암은 대개 성관계를 통해 전염되는 질병으로 자신이 HPV 바이러스 보유자인지 모르는 남성들은 여성에게 바이러스를 옮겨 치명상에 이르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더더욱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

성관계 이전에 백신 접종을 하면 효과가 크다. 그러나 성관계 이후에도 항체를 형성해 질병을 예방할 수 있으므로 언제라도 예방접종은 꼭 하는 것이 좋다. 한국에서는 지난해부터 초등학교 6학년~중학교 1학년 여아를 대상으로 ‘자궁경부암 무료 예방 접종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남자아이는 무료 백신 접종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그러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남녀 구분 없이 13~26세에 접종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호주는 2015년부터 4년간 2110만 달러를 투입해 HPV 예방백신을 무료로 접종하고 있다.

학계와 전문의 사이에서도 남성에게 HPV 백신을 접종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의사 전용 어플리케이션 '닥터슬라이드'가 의사 330명을 대상으로 소아 남성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의 필요성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45.2%가 ‘남성도 HPV 백신을 접종할 필요가 있다’고 답변했다. KBS의 보도에 따르면,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산부인과 이상훈 교수는 "남성들의 경우 HPV 바이러스로 인해 성기 사마귀나 성기암, 항문암 등이 생길 수 있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남성들이 HPV 예방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더 큰 문제는 HPV에 감염된 남자가 성관계를 통해 여자에게 이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고 실제로 남성과의 성관계를 통해 HPV 감염된 여성이 많다”고 덧붙였다. SBS에 의하면, 남궁성은 산부인과 전문의도 “전염 경로의 매개체가 남성이기 때문에 남성도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주부 송시윤(35, 부산시 강서구) 씨는 “‘자궁경부암 백신’이라는 명칭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면서 “자궁경부암이라고 하면 여자들만 맞는 거라고 생각하니까 당연히 남자들은 맞을 생각을 아예 안 한다”고 비판했다. 대학생 백승연(20, 경기 고양시) 씨는 “무료 접종해줄 때 맞는 게 효과적인 측면에서도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훨씬 이익”이라며 “남자 어린이는 아직 무료 접종이 아니라 부모 입장에서는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고진명(44, 전남 여수시) 씨도 “딸은 이미 재작년에 백신을 맞았다”면서 “남자도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위험하다고 하니 이번 주말이나 같이 병원에 가서 상담을 받아봐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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