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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인권 대 교권침해, 사제지간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은 아닌데...

기사승인 2017.08.18  23: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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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행인 정태철

발행인 정태철

1960년대 초등학교의 신학기 첫 시간에는 선생님이 TV, 피아노, 자가용 등이 집에 있는지 하나씩 묻고, 있는 사람은 손들라고 해서 그 숫자를 파악했다. 내 기억에 우리 반에서는 오로지 한 친구만 계속해서 손을 들었다. 그 친구 아버지는 우리 학교 육성회장이었다. 정부가 경제 발전 상황을 그런 식으로 파악했던 것이었을까? 진의를 알 수는 없지만, 그 조사 행위는 어린 학생들의 빈부 격차를 공개적으로 드러나게 한 인권 침해였다.

신상조사라는 것도 있었다. 전국의 초중고생은 물론 1990년대 초반까지는 대학생도 입학 때 신상카드를 작성했다. 부모 학력, 집 소유 여부, 그리고 동산, 부동산이 얼마인지 액수를 적어 내야 했다. 다들 어렵게 살던 시기에 신상조사서를 채우는 작업은 참 괴로운 일이었다. 학생 집안의 가난을 서류로 보는 것으로도 부족했는지, 초등학교 때는 담임이 의무적으로 학생 가정을 방문했다. 누추한 집에 어려운 선생님을 모시는 일은 가족 모두에게 식은땀이 나게 했다. 학생 인권이란 개념이 없었을 때 벌어졌던 슬픈 실화들이었다.

구타는 옛날 학창 시절의 일상사였다. 영화 <친구>에서 “니 아버지 뭐 하시노?”라는 선생님의 질문과 “건달입니더”라는 학생의 대답에서 촉발되는 교사의 학생 폭행 장면은 당시의 현실을 실감나게 되살린 명장면이었다. <교육이란 이름의 신화>라는 교육 사례집에는 수업료 안 낸 학생을 교사가 종례 시간에 나오라고 한 뒤 여러 학생들 앞에서 돈 빨리 가져오라고 때리는 사례가 소개되기도 했다.

이런 비상식적 사례들은 이제 옛날 얘기가 됐다. 2010년 경기도와 2011년 광주광역시 교육청을 시작으로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 별로 ‘학생인권조례’가 공포되어 실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차별 받지 않을 권리,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사생활을 보호 받을 권리, 심지어 집회의 자유, 복장과 두발의 개성을 실현할 권리, 임신/출산/성적(性的) 지향 등의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 등도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이들이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지를 감독하는 국가인권위원회 교육센터가 있고, 각 교육청에는 학생인권센터, 학생인권교육센터 등이 설치되어 있다.

인권은 모두에게 소중하며 차별없이 보호되어야 한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초등학생 일기장도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담임이 검사할 수 없게 됐고, 학생에 대한 교사의 사소한 신체적 접촉이나 말 한 마디가 성희롱이 될 수 있으며, 교수의 일부 관행적 행동이 갑질이 될 수도 있다. 학생들의 인권은 어느날 갑자기 시계추 반대 방향으로 무섭게 이동했다. 선생이 때리려는 제스처만 해도, 학생들은 폰 카메라를 들이댔다.

어느날 토요일 아침에 목욕탕에 갔다. 8월 전쟁 위기설에도 북한이 못쳐들어 오는 이유는 남한의 중2 학생들이 무서워서라는 농담이 있다. 그 무섭다는 중2쯤 되어 보이는 10여 명의 학생들이 20대 후반 정도의 담임과 무슨 야외 활동 뒤인지 단체 목욕을 왔다. 아이들이 온탕과 냉탕을 오가며 요란스럽게 물장난을 치자, 관리인이 큰 소리로 “이놈들아, 조용히 해!”라고 외쳤다. 그때 인솔 교사가 “왜 애들한테 소리를 지르고 그러세요?”라고 관리인에게 항의했고, 아이들이 튀기는 찬물에 화를 꾹꾹 참고 있던 나는 반사적으로 “남에게 피해를 주니까 혼내는 것 아닙니까?”라고 버럭 호통을 쳤다. 순식간에 목욕탕은 정적이 흘렀다. ‘아이들은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아동 보호 정신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이건 아니었다. 60 넘은 선생인 나는 아들뻘 선생에게 다가가 "아이들 교육은 그렇게 시키는 게 아니야" 하고 한 마디 더 하고 싶었지만, 선생을 학생 앞에서 나무랄 수는 없는 일. 나는 그냥 그 정도로 참았다. 

중2는 조만간 대학생이 된다. 그래서 이미 대학도 남을 배려하지 않는 학생들로 넘쳐난다. 요새 대학 강의실에 들어섰을 때 내가 가장 혐오하는 학생들의 행동은 ‘떠드는 것’이다. 교수가 들어와서 출석을 부르려 해도 도대체 소음은 멈추지 않는다. 한국 대학에서 강의하는 어느 외국인 교수는 그의 페이스북에 “나는 세계에서 가장 시끄러운 대학에서 강의한다(I teach at the noisiest university in the world)”고 적은 걸 본 적이 있다.

학생인권 신장은 좋지만, 일종의 부작용이 교육 현장에서 두루 벌어지고 있다. 목욕탕 사건은 아주 조그만 사례일 뿐이다. 보도에 따르면, 책을 여교사에게 던져 얼굴에 피를 흘리게 한 사건이 있었고, 시험 잘 보면 여교사에게 뽀뽀해 달라는 중학생도 있었다. 신학기에 첫인사하는 여교사에게 “선생님 가슴 빵빵한데요?”라고 말하거나, 여교사가 보는 앞에서 남자 고등학생들이 음란행위를 했다는 뉴스도 있었다. “학생들이 내 속옷 색깔이 뭐냐고 묻는 것을 듣고 교사의 꿈을 접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는 여자 교생 실습생의 말도 언론에 보도됐다.

학생들이 여교사를 성희롱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통계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5년 사이의 교권침해 사례는 총 2만 9541건이며, 이는 연평균 4220건에 달한다. 교총의 2016년 교권침해 상담 건수는 572건으로 10년 전에 비해 3배 증가했다. 2015년에 교권침해 가해 학생 3361명 중 퇴학처분을 받은 학생은 119명이며, 나머지는 사회봉사나 특별 교육 등의 경징계를 받았다고 한다. 가해 학생들은 가급적 개전의 기회를 제공받는 방향으로 선도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전북 부안의 한 중학교에서는 여학생들이 성희롱당했다고 한 교사를 고발한 사건이 벌어졌다. 교육청과 경찰이 수사하던 중, 같은 학생들이 교사를 허위 고발했다고 실토하는 탄원서를 제출하는 반전이 일어나, 해당 교사는 무혐의로 풀려났다. 그러나 교육청의 학생인권센터 조사가 계속됐고, 그 결과 해당 교사는 직위 해제 뒤 타 학교로 전보됐으며, 해당 교사는 그 직후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그 부인은 전북 학생인권센터가 과잉 조사했다고 방송에 출연해 주장했고, 해당 인권센터는 강압 조사는 없었다고 기자회견을 여는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리바이어던>의 저자 토마스 홉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사제지간이 왜 이 모양이 돼 가는지 모르겠다. 홉스는 <리바이어던>에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에서 평화를 이루려면...네가 너를 위해 바라지 않는 것을 타인에게 행하지 말라”고 말했다. 교육은 개인의 권리와 사회 속의 의무를 같이 가르쳐야 한다. 

발행인 정태철 reporter1@civicnews.com

<저작권자 © CIVICnews / 시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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