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news_top
default_news_ad1
default_nd_ad1

앙심 품고 퍼뜨리는 ‘리벤지 포르노’ 기승에, 피해자 자살 속출

기사승인 2017.08.19  05:05:27

공유
default_news_ad2

- 촬영에 동의했다 후회하는 일도 다반사...방통위원회, 몰카·리벤지 포르노 대대적 단속 / 김지언 기자

연인이 헤어진 이후 앙심을 품고 교제 당시 촬영한 영상이나 사진을 악의적으로 유포하는 것을 뜻하는 '리벤지 포르노'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 또한 극심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박모(29) 씨는 몇 달 전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흔히 ‘야동’이라 불리는 성인용 영상물을 보기 위해 성인 사이트에 접속했던 박 씨는 수많은 동영상에서 익숙한 얼굴을 발견했다.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누구더라?’ 혼란스러운 박 씨의 머리 속으로 갑자기 한 사람의 얼굴이 번쩍하고 스쳐지나갔다. 바로 대학교 동기였다. 박 씨는 “그 친구는 AV 배우가 아닌데도 관계를 맺는 동영상이 인터넷 상에 버젓이 올라와 있었다”며 “내가 퍼뜨린 것도 아닌데 괜히 미안한 감정이 들어서 그 이후로는 한동안 성인 사이트 근처에 가지도 않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몰래카메라를 활용한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리벤지 포르노’와 그에 따른 피해자가 지속적으로 생겨나며 한국 사회의 황폐한 성문화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리벤지 포르노란 복수를 뜻하는 ‘revenge’와 성적 행위를 묘사한 사진이나 그림을 의미하는 한국식 영어인 ‘porno’의 합성어다. 이는 보복을 목적으로 유포하는 성적인 영상물이나 사진을 의미하며, 주로 연인 관계일 때 촬영한 후 상대방이 이별을 요구하면 이를 시중에 뿌리겠다고 협박하고 실제로 인터넷상에 유포하기도 한다. 데이트 폭력처럼 연인 간에 직접적인 신체적 폭력은 없지만 정신적인 고통을 준다는 점에서 리벤지 포르노는 또 다른 유형의 데이트 폭력이라 볼 수 있다.

리벤지 포르노는 피해자가 죽음까지 진지하게 고민해볼 정도로 심각한 범죄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인식은 한없이 가벼운 것이 현실이다. 지난달 한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서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언록(UNLOCK)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의 소개 글에는 동영상 삭제 업체 대표 김호진 씨가 “전화를 걸면 다른 가족이 받는다. 자살했다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인터뷰한 내용이 담겼다. 리벤지 포르노 문제의 사회적 심각성은 그만큼 위태로운 수준에 이르렀다.

하모(23) 씨는 이로 인한 피해를 당할 뻔 한 적이 있다. 하 씨는 옛날에 사귀던 남자 친구가 있었다. 사귈 당시, 그의 휴대폰으로 사진을 함께 보는데 자신도 모르는 자신의 동영상이 있는 걸 발견했다. 순간 확 소름이 끼쳤다. 하 씨는 “내가 보는 데서 삭제하라고 한 뒤 클라우드 같은 저장소에 남아있는지까지 확인해본 뒤에야 한숨 돌렸다”고 말했다.

지난달 21일 대검찰청이 발표한 ‘2016 범죄분석’에 따르면, 성폭력 범죄 중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범죄는 2015년 7730건으로 약 10년 전인 2006년 기록된 517건보다 14배 가량 급증한 수치를 보였다. 몰래카메라 범죄의 피해자도 여성이 98%로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일부 피해자는 직접 성적인 동영상이나 사진을 남기는데 동의한다. 교제 당시에는 이를 추억의 일부라 여기지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미처 생각지 못하기 때문이다. 연인과의 관계를 지속하고픈 마음에 상대방의 요구에 어쩔 수 없이 허락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SNS의 특성상 한 번 인터넷상에 풀린 게시물은 걷잡을 수 없이 널리 퍼지기 때문에 보복성 유출 범죄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리벤지 포르노의 확산 속도 또한 엄청나게 빠르다. 한 번 유포된 사진과 영상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퍼지기 때문에 인터넷 상에서 완전히 없애기는 쉽지 않다. 이처럼 리벤지 포르노는 죄질이 아주 나쁜 범죄임이 분명하지만 처벌 규정이 까다롭고 처벌 수위도 낮아 피해자만 계속해서 고통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카메라 등으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를 촬영하거나 이를 판매, 유포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피해자는 촬영본에서 자신의 신체 중요 부위가 담겼다는 증거를 수집해 스스로 피해 사실을 입증해야만 한다. 피해자가 촬영에 동의한 경우는 처벌이 더 약해진다. 같은 법 제14조 2항에 의하면, 촬영 당시에 촬영자와의 합의 하에 영상이나 사진을 찍은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내려진다.

이 같은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은 높지만 실제 판결에서는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 지난 5월 김현아 변호사가 발표한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 등 실태 및 판례 분석’에 따르면, 2011년 1월부터 2016년 4월까지 선고된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 관련 1심 판결 1540건 중 1109건(71.9%)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반면 징역형은 82건(5.32%)에 불과했다. 통신매체이용음란죄(촬영물을 인터넷 등에 유포한 범죄) 관련 1심 판결 222건도 벌금형이 143건(64.41%), 징역형은 13건(5.86%)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리벤지 포르노 범죄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외국의 경우 처벌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각 주별로 수위가 다르지만, 뉴저지주와 캘리포니아주 등에서는 성적인 사진이나 영상을 당사자 동의 없이 유포만 해도 처벌된다. 덴마크는 당사자 동의 없이 유포하거나 이를 공유할 경우 최대 2년의 징역형을 받으며, 2014년 11월부터 ‘리벤지 포르노 방지법’을 시행 중인 일본은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이로 인한 피해가 갈수록 증가함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는 몰래카메라와 보복성 음란 영상물 등 인권 침해 영상 차단과 유통 방지를 위한 집중 단속을 실시한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방통위는 열흘간 웹하드와 SNS, 블로그 등 인터넷 상에 올라온 불법 인권 침해 영상을 집중적으로 주시할 예정이다.

취재기자 김지언 reporter1@civicnews.com

<저작권자 © CIVICnews / 시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5
default_side_ad1
default_nd_ad2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ide_ad4
default_nd_ad6
default_news_bottom
default_nd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