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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각본 없는 '문 대통령 100일 기자회견'에 국민들 뜨거운 반응

기사승인 2017.08.18  06: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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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들, 손 치켜들어 발언권 경쟁...윤영찬 국민소통수석, "대통령님 떨리시죠?" 농담도 / 정인혜 기자

취임 100일을 맞은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사진: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취임 100일을 맞아 취임 후 처음 연 기자회견은 사전 각본 없이 자유 토론 방식으로 진행돼 관심을 모았다. 질문지와 순서 등이 담긴 시나리오를 기자단과 사전에 공유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 등 역대 대통령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이날 기자회견은 오전 11시부터 1시간 동안 TV로 생중계됐다.

이날 문 대통령은 검은색 정장에다 남색 바탕에 흰색 줄무늬가 있는 넥타이를 하고 회견장인 청와대 영빈관으로 들어섰다. 문 대통령은 단상에 섰고, 기자들은 단상을 정면에 두고 책상 없이 반원형으로 둥글게 모여 앉았다. 이어 약 5분간의 모두 발언이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국민 여러분의 지지와 성원 덕분에 큰 혼란 없이 국정을 운영할 수 있었다”며 “국민 여러분이 국정 운영의 가장 큰 힘이다. 국민과 함께 가겠다”고 말했다. 국민에 대한 감사의 뜻을 표하기 위해 문장마다 국민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모두 발언이 끝난 뒤에는 곧바로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진행을 맡은 청와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원활한 진행을 위해 청와대와 기자단 간에 질문 주제와 순서만 조율하고 질의 내용과 답변 방식은 사전에 정해진 약속이 없었음을 알려드린다”며 “대통령은 여러분이 어떤 질문을 할지 전혀 알지 못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날 회견은 그간 국민과의 소통을 중시한 문 대통령의 스타일과 걸맞게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그간 국내에서는 볼 수 없었던 흥미로운 장면도 다수 연출됐다. 윤 수석은 기자들에게 마이크를 돌리기 전에 “대통령님 긴장되시죠?”라는 발언으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어 윤 수석이 “질문하실 기자분들은 손을 들어달라”고 말하자, 자리에 참석한 기자 거의 대부분이 손을 번쩍 들었다.

이를 접한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폭발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기자회견 시간 동안 이를 생중계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는 댓글로 서버가 다운될 정도였다. 네티즌들은 “이게 대한민국 맞냐”, “기자들이 기자회견에서 손드는 것 처음 본다”, “이렇게 재밌는 기자회견은 처음” 등의 댓글을 남겼다.

취임 100일을 맞은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으로 기자들을 초청해 기자회견을 가졌다(사진: 청와대 제공).

윤 수석이 손을 든 기자들 가운데 한 명을 지목하면, 그 기자는 일어서서 소속과 이름을 밝힌 후 문 대통령에게 질문하는 형식이었다. 문 대통령은 기자들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했고, 메모지에 받아 적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답변을 시작하면 좌우에 앉은 임종석 비서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등은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문 대통령의 발언에 힘을 실었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날 회견에 참석한 국내 언론 기자는 189명, 외신기자는 28명이다. 총 15개 신문사의 기자들이 질문할 기회를 얻었으며, 이중 외신은 3곳, 나머지 12곳은 국내 언론사였다.

초반에 다소 긴장된 모습을 보였던 문 대통령과 기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스러워졌고, 이내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가 “대통령님 떨리지 않으십니까? 저는 이런 기회가 많지 않아 아직도 떨립니다”라고 말하자, 장내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 중 특히 윤 수석이 크게 웃었다.

외신 기자들에게서는 다소 민감한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일본 NHK 기자는 강제 징용과 한일 위안부 협상 문제 등에 대해 질문했다. 그는 “위안부나 강제 징용 문제에 대해 피해자 명예회복, 보상 등 문제와 관련해 국제사회의 원칙을 지키겠다고 말했는데, 앞으로 정부 차원에서 어떤 행동을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다. 아울러 “강제 징용 문제는 노무현 정부 때 한일 기본조약에서 해결된 문제고, 피해자 보상은 한국 정부가 한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이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덧붙였다.

이에 문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가 알려지고 사회 문제가 된 것은 한일회담 훨씬 후의 일”이라며 “그래서 위안부 문제가 한일회담으로 해결됐다는 건 맞지 않는 얘기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강제 징용 피해자에 대해서도 “양국 간의 합의가 개개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양국 합의에도 불구하고 징용 피해자 개인이 미쓰비시 등 상대 회사에 가지는 민사 권리는 그대로 남아있다는 게 한국 헌법재판소와 한국 대법원의 판례다. 정부는 그런 입장에서 과거사 문제에 임하고 있다”고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취임 100일을 맞은 문재인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사진: 청와대 제공).

청와대는 질문자 안배에도 많은 애를 쓴 것으로 보인다. 이날 문 대통령에게 질문한 국내 언론은 뉴스통신사 1곳, 방송사 4곳, 종합지 1곳, 경제지 2곳, 지역지 3곳, 인터넷 매체 1곳이었다. 기자회견 막바지에 윤 수석은 “인터넷 신문 쪽에도 기회를 한 번 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직접 언급했고, 이에 오마이뉴스 기자가 기회를 얻었다. 마이크를 잡은 해당 기자는 “겨우 하게 됐습니다”라고 말해 또 한 번 장내 웃음을 유발했다.

기자회견을 접한 국민들은 뜨거운 반응을 쏟아냈다. 직장인 박영주(33, 부산시 연제구) 씨는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의지가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서 확실히 느껴졌다”며 “각본에 맞춰서 꾸미고 숨기고 썩고 썩은 이전 정권의 모습과는 너무 다른 모습이었다”고 칭찬했다.

또 다른 직장인 최주영(47) 씨도 “살다 살다 이런 기자회견은 처음 봤다”며 “어떻게 생각하면 이게 당연한 건데, 그간 대통령들이 얼마나 수준 이하였는지 여실히 느껴지는 계기가 됐다. 당연한 것이 특별하게 느껴진 대한민국에 지난 10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고 지난 정권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날 포털 사이트에서는 '고마워요 문재인'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링크됐다(사진: 네이버, 다음 캡처).

네티즌들도 문 대통령을 한 목소리로 응원했다. 이날 각종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에는 ‘고마워요 문재인’이 1위에 랭크됐다. 문재인 정부의 100일을 축하하는 네티즌들이 일종의 선물을 건넨 셈. 이 밖에도 네티즌들은 “열 일 해주셔서 고마워요”, “달님 최고”, “문재인은 감동이야” 등의 댓글로 생중계 화면을 도배하기도 했다.

취재기자 정인혜 reporter1@civicnews.com

<저작권자 © CIVICnews / 시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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