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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케어’, 문제는 돈이야!

기사승인 2017.08.15  21:3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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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투리시사인문⑦ ‘의료보장제도 확대’의 명암 / 편집국장 강동수

1.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건강보험 보장 강화 정책을 발표한 후 정치권과 의료계에서 논란이 달아오르고 있다. 앞으로 초음파, 자기공명영상장치(MRI), 로봇수술, 2인실 등 그 동안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했던 3800여 개 비급여 진료 항목들이 단계별로 보험 급여를 받을 수 있게 한다는 게 골자다.

정부는 이를 위해 2022년까지 31조 원을 투입해 비급여 의료비 부담을 2015년 13조 5000억 원에서 2022년 4조 8000억 원으로 64% 낮추기로 했다. 건강보험 보장률도 2015년 63.4%에서 70%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른바 ‘문재인 케어’란 별칭으로 불리는 이 정책이 실현된다면, 우리나라 의료 보장사에 획기적인 진전이 될 터이다. 문 대통령이 직접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이를 발표했으니 국민들의 기대가 한껏 높아졌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미용·성형을 제외한 모든 의료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해 국민 의료비 부담을 낮추고 고액 의료비로 인한 가계 파탄을 막아 준다는데. 대통령은 이번 조치로 전 국민의 의료비 부담이 평균 18%, 저소득층은 46% 감소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문재인 케어’를 둘러싸고 정치권과 의료계에서 찬반양론이 뜨겁다. 아마 앞으로 이 문제는 문재인 정권 내내 핫 이슈가 될 것이다. 문제는 소요 재원이다. 문 대통령은 2022년까지 3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재원은 건강보험 누적 흑자 21조 원 중 절반가량을 활용하고 나머지는 재정에서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어딘가 미덥지 못하다. 예산 조달 방안이 ‘구렁이 담 넘듯’ 명확하지 못하다는 게 야당의 공세다. 글쎄, 혜택이 늘어나는 만큼 건강보험료가 오를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게 국민들의 걱정이기도 하다. 그대로 실행된다면 의료계에도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건강보험 보장 강화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사진: 청와대 홈 페이지).

 

2.

‘문재인 케어’란 말할 것도 없이 ‘오바마 케어’에서 따온 말이겠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재임 중 첫째 업적으로 꼽히는 게 이 ‘오바마 케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이를 폐지하고 의료보장성을 대폭 축소한 ‘트럼프 케어’의 도입을 선언한 마당이다. 트럼프는 왜 그렇게 나오고 있을까. ‘오바마 케어’의 내막을 들여다 보면, ‘문재인 케어’의 미래가 드러날 거다. 그러니 ‘오바마 케어’와 ‘트럼프 케어’를 둘러싼 미국 내의 논쟁부터 먼저 살펴보기로 하자.

‘오바마 케어’란 2010년 3월 의회를 통과한 미국의 의료보험 시스템 개혁 법안으로 정식 명칭은 ‘환자 보호 및 부담 적정 보험법(PPACA: Patient Protection and Affordable Care Act)’이다. 민영보험에만 의존하는 기존 의료보험 시스템을 바꾸고, 전 국민의 건강보험 가입 의무화를 골자로 한 것이다. 즉, 미국 내 3200만 명 저소득층 무보험자를 건강보험에 가입시키고 중산층에 보조금을 지급해 의료비 부담을 낮추려는 정책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재임 시절 전국민 의료보험 보장제도인 '오바마 케어'를 위해 공을 많이 들였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대다수 국민에게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해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벌금까지 때린다. 건강보험금은 가구당 가족 수와 소득 기준으로 정부가 차등 지원하는데, 월 보험료와 공제금, 의사 상담 및 처방전 발급 시 본인 부담금 비율 등에 따라 ‘브론즈’, ‘실버’, ‘골드’, ‘플래티넘’ 등 4단계로 구분된다. 또 정규직 근로자(주당 30시간 이상 근로)를 50명 이상 고용하고 있는 고용주는 의무적으로 직원들에게 건강보험을 제공해야 한다.

의회 통과 당시 오바마 행정부와 공화당은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공화당은 ‘오바마 케어’가 보험 가입을 강제함으로써 기업과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고, 재정 부담을 폭증시킨다는 이유를 들었다. 민주·공화 양당의 극단적 대립은 2013년 10월 1일, 17년 만의 셧 다운(shutdown, 정부 폐쇄)으로까지 이어졌을 정도. 셧 다운 사태는 협상 시한 마지막 날인 10월 16일 극적인 타협이 이뤄지면서 겨우 해결됐지만.

다들 알다시피 미국의 의료비는 매우 비싸다. 특히 보험을 가입하지 않은 경우에는 무시무시할 정도다. 보험도 대부분 민영보험이다. 미국 여행 중에 응급 상황이 발생해 병원에 실려가 본 사람은 아마 청구서를 보고 기절초풍했을 거다. 그러니, 미국의 저소득 계층, 나아가 홈리스는 웬만큼 아파도 병원에 가 볼 엄두를 내지 못하는 거다. 세계 최고의 의술과 의료시설을 갖춘 미국에서 병원에도 가보지 못하고 죽어가는 사람이 셀 수도 없다는 건 말 그대로 자본주의적 모순의 압축판이 아닌가. 무슨 무슨 설움이니 해도, 아픈 데 치료를 받지 못하는 설움만 한 게 있을까. ‘돈이 없으면 죽어라.’ 이건 정글 세계의 법칙이지, 문명 사회의 시스템이라고 할 수는 없다.

‘오바마 케어’는 저소득층으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사실 ‘오바마 케어’는 다분히 사회주의적 색채를 띠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중산층 이상과 기업들. 이들은 저소득층을 돌보는데 자신의 세금이 쓰인다고 불평했고, 안 그래도 경영이 어려운 기업을 더 힘들게 한다고 주장했다. 백인 중산층의 지지를 등에 업고 ‘보호주의’를 앞세운 트럼프가 이를 그냥 둘 리가 없다. 트럼프는 취임 일성으로 ‘오바마 케어’의 폐지를 선언했다.

말할 것도 없이 ‘건강보험의 전 국민 의무 가입' 규정을 폐지하는 게 ‘트럼프 케어’의 핵심이다. 보험료 지원 기준을 현행 소득 기준에서 연령 기준으로 변경하고 지원 대상은 연간 소득 7만 5000달러(가구당 15만 달러) 이하로 한정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또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지원) 소요 재정의 연방정부 지원액에 지원 한도를 설정하고, 구체적인 급여 항목은 주(州) 정부가 정하도록 하는 방안도 넣었다.

쉽게 말해, ‘오바마 케어’가 국민들이 치료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한 것이라면, ‘트럼프 케어’는 이전 상태에 가깝게 되돌리겠다는 거다. 물론, 가뜩이나 적자 상태인 국가 재정의 파탄을 피하고, 고소득 계층에 몰린 부담을 완화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트럼프 케어’는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내부의 반발로 일단 좌초된 상태다.

공화당의 강경파는 트럼프의 보조금 삭감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온건파는 공화당 지지 계층 중 저소득 백인층의 민심이 이반될 우려가 있다는 상반된 이유로 반대한 것. 그래서 지난 7월 17일 일부 공화당 의원들의 이탈로 트럼프 행정부가 제출한 새 건강보험법안의 상원 통과가 사실상 무산된 것. 물론 트럼프가 그대로 주저앉을 리는 없다. 그는 트위터에다 “오바마 케어를 실패하게 만든 뒤 다시 모여 위대한 건강보험 계획을 세우자. 계속 주목해라!”라고 썼다. 어쨌든 미국에선 지금 ‘오바마 케어’와 ‘트럼프 케어’가 한판 대회전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3.

불교에선 생로병사(生老病死)를 사고(四苦)라 했지만, 그 중에서도 질병만큼 인간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도 없다. 그래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나라가 백성을 구휼함에 질병의 치료를 크게 중시했던 게 아니겠는가.

세계 최초로 의료보험을 시작한 나라는 독일로 알려져 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철혈재상’으로 알려진 비스마르크가 나라를 통치하던 19세기 말 프로이센. 당시 프로이센 정부는 '사회주의자 탄압법'을 제정해 노동자 운동과 사회주의자들을 탄압하는 한편으로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질병금고(krankerkasse) 제도를 도입하는 등 당근을 내놓는 '양면 전략'을 구사했다. 그러니, 의료보험 제도는 출발부터 대단히 정치적인 성격을 지녔던 셈이다.

프로이센의 철혈재상 비스마르크(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당시 시행됐던 ‘질병보험법’은 광산, 철도, 수공업 등에 종사하면서 일급이 6.6 마르크에 미달하는 저소득 노동자를 대상으로 했다. 노동자가 1/3, 기업주가 2/3를 부담하도록 한 질병금고(krankerkasse)를 설치했다. 가입자가 질병을 얻을 때는 무료 진료와 질병 수당을 지급하도록 했다고. 재해보험법도 있었다. 연간 소득 2000마르크 이하의 노동자들을 의무 가입시켜 업무로 인한 재해가 발생하면 사용자가 전적으로 책임을 지도록 했다고.

어찌 보면 요즘보다 더 진보한 형태다. 하지만 당시엔 노동자들이 의료보험의 효용성을 잘 몰라서 ‘당근’으로 던져준 이 의료보장 제도는 큰 성과를 얻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후 오스트리아와 영국에서 실시하였고, 이어 소련·일본 등에 파급됐다. 1930년의 세계공황 후에는 미국·캐나다를 비롯하여 라틴 아메리카로 확산되었다. 어쨌거나, 우리나라는 일본 의료보험을 모방했고, 일본은 독일 의료보험의 형태를 모방했으니, 결국 지금 우리가 운영하는 의료보험 체계도 멀게는 프로이센의 비스마르크 덕분인 셈이다.

우리나라의 근대적 의료보장 제도는 서구보다 훨씬 늦지만, 그렇다고 우리 역사 속에 빈민들을 위한 의료 보장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멀리는 고려와 조선 초에 ‘대비원(大悲院)’이 있었고 조선 중기 이후엔 ‘혜민서(惠民署)’가 있었다는 건 중고교 시간 국사 시간에 다들 배운 터.

대비원은 일종의 국립 의료기관으로, 고려시대에는 개경의 동쪽과 서쪽 두 곳에 있었다고 하여 보통 동서대비원(東西大悲院)이라고 불렸다. 그렇지만 사실은 서경(西京)에도 분사(分司)가 설치되어 있었다. 조선 정종 2년 (1036년) 11월에 “동대비원(東大悲院)을 수리하여 배고프고 헐벗었거나 병들어 갈 데 없는 사람을 살게 하고는 옷 입히고 밥 먹여 주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이미 그 이전에 설치되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조선이 건국된 다음에도 고려의 제도를 계승하여 동서소문(東西小門) 밖에 각각 대비원을 설치하고, 부사(副使) 1명, 녹사(錄事) 2명과 의원과 무당을 배치하여 업무를 담당하게 했다.

<태종실록>에 이런 기록이 있다. 태종 11년 3월 23일의 일. "사간원에서 상소하기를, '백성을 치료하고 생명을 구제하는 일은 인정으로 먼저 시행해야 할 것입니다. 국가에서 동•서 대비원을 둔 것은 무릇 백성들 중 병을 앓는 자로 하여금 모두 이곳에 나오게 하여 약으로써 이를 구하여 주고, 음식으로 이를 양육하여 주는 것이니, 진실로 좋은 법입니다.…원컨대, 이제부터는 모든 백성으로 병을 앓는 사람은 그들이 온 곳을 묻지 말고 모두 다 공양하게 하고, 또 월령 감찰로 하여금 5일에 한 번씩 몸소 원에 이르러 그 병든 사람으로 완전하게 살아난 사람은 몇 명이나 되며, 죽은 사람은 몇 명이나 되는가를 살펴 갖추어서 헌부에 보고하게 하고, 헌부에서는 매 월말마다 이를 갖추어 아뢰게 함을 항식으로 삼으소서' 하니, 그대로 따랐다."

역시 조선시대 때 의약과 서민을 구료(救療)하는 임무를 관장하였던 관서였던 혜민서(惠民署)는 1392년(태조1) 혜민고국(惠民庫局)이라는 명칭으로 설치됐고, 1414년(태종14) 혜민국이라 개칭했다. 이어 1466년(세조 12) 혜민서라 고치고 주부 1인, 의학교수 2인, 직장·봉사·훈도 각 1인, 참봉 4인을 두었다. <동의보감>의 편찬 책임자 허준이 혜민서에서 서민에게 의술을 펼치는 드라마는 우리에게도 낯익은 장면이 아닌가.

우리나라의 근대적 의료보험 제도의 역사는 일천하다. 1963년 12월 6일 의료보험법의 제정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구체적으로 실시되는 것은 1968년 장기려(張起呂)가 청십자운동(靑十字運動)을 전개하면서부터라고 한다. 국가 계획의 일환으로 시행되는 것은 1977년 생활보호 대상자에 대하여 의료보호 사업을 실시하고 500명 이상의 사업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것이 시작이다. 1979년에는 공무원 및 사립학교 교직원과 300명 이상의 사업장 근로자까지 적용 대상에 포함했으며, 점차적으로 그 범위를 확대하여 1988년에는 5명 이상의 사업장에까지 확대되었다. 또한 이 해에 농어촌지역 의료보험이 실시되었고, 1989년에는 도시지역 의료보험이 실시됨으로써 전국민 의료보험을 달성하게 됐다.

국가주도 보험제의 역사는 40년 정도에 불과하지만 이제는 의료보험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 어렵게 됐으니 금석지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건강보험 보장 강화 대책을 발표한 후 입원 환자들을 찾아 위로하고 있다(사진: 청와대 홈페이지).

 

5.

아차차, 잡설이 너무 길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 ‘문재인 캐어’ 논란 말이다. 서두에서 나는 ‘문재인 케어’의 발표로 정치권과 의료계에 찬반양론이 일고 있다고 썼다. 국민들도 대체로 환영하면서도 그게 과연 가능할 것인지 긴가민가하고 있다고도 했다.

지난 14일 여론조사 전문 기관 리얼미터가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에 대한 국민여론을 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책에 공감하고, 재원 조달도 가능할 것이다’라는 응답이 40.4%로 ‘대책에 공감하지만, 재원 조달이 어려울 것이다’는 응답(36.2%)보다 오차범위 내에서 4.2%포인트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대책에 공감하지 않고, 재원 조달도 어려울 것이다’는 응답이 14.1%, ‘대책에 공감하지 않지만, 재원 조달은 가능할 것이다’는 응답이 3.4% 순으로 나타났다. ‘잘 모름’은 5.9%로 타나났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공감 여부로 보면, ‘공감한다’는 응답이 76.6%로, ‘비공감한다’는 응답 17.5% 보다 4배 이상 앞섰다(이상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참조.).

제도 자체엔 공감한다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실현 가능성을 두고는 찬반 의견이 팽팽하다. 국민들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잖아도 국민건강보험의 재원 고갈 우려가 걸핏하면 터져 나오는 판에 이런 좋은 제도가 과연 제대로 시행되는 세상이 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당장 야당도 재원 마련 대책이 없다며 강공을 퍼붓고 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는 장밋빛 이야기를 하면서 이 재정에서 ‘모든 걸 쓰고 보자’고 말하고 있다”며 “178조 원으로 추계된 금액에 대해서도 어떻게 마련할지 계획을 내놓지 못하는 정부가 온갖 장밋빛 환상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노력은 정부의 당연한 책무지만 인기 영합식 무분별한 정책은 건강보험 재정 악화와 국민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의료계도 찬반 의견이 나뉘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개원의협의회도 ‘문재인 케어’를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정부가 구현하려는 의학적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는 애초부터 실현 불가능한 정책이고 또 의료 행위의 원칙상 바람직하지도 않다”며 “급진적이고 무모한 비급여의 급여화 정책은 시행해선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비급여 항목으로 그동안 상대적으로 비싼 치료비를 받아왔는데, 모두가 급여 항목으로 묶이면 수익이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면 한의학계와 치의학계는 환영 성명을 내놨다. 한의원과 한방병원이 우후죽순 양산돼 경영난을 감당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비급여가 급여로 바뀌면 환자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치의학계도 마찬가지. 틀니 등 비싼 치료비 때문에 병원을 찾기를 망설이던 환자들이 대거 몰려들 것이기 때문.

어쨌거나 의료보험 체계 내에서 대부분의 질병을 감당할 수 있다면야 그처럼 좋은 일은 없다. 비급여 항목을 급여로 전환하는 것은 그 자체로 바람직한 정책 변화다. 그런데 문제는 돈이다. 30조원에 이르는 추가 재원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느냐다. 그러잖아도 문재인 정권의 복지 공약을 제대로 집행하려면 170조원의 돈이 필요하대서 논란이 많은 시점이다.

의료 보장 확대라는 방향은 잘 잡았다고 하겠지만, 재원 조달 대책이 부실하니 고개를 갸우뚱하는 국민이 적지 않은 것이다. ‘문재인 케어’가 헛공약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국민이 납득할 만한 재원 조달 계획을 상세히 국민에게 내놓을 일이다. 급여 항목이 늘어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과잉 진료 등등의 부작용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공짜 밥인줄 알고 실컷 먹었는데, 식당을 나올 때 비싼 청구서를 턱 내민다면 국민의 불만이 터져 나올 게 아닌가. 하지만, 어쨌거나 원칙적으로 옳은 방향이라면 밀고 나가긴 해야 할 게다. 일단 추진해 보라. 졸속이 아니라 꼼꼼하고 차분하게 손익계산을 해 가면서.

편집국장 강동수 reporter1@civicnews.com

<저작권자 © CIVICnews / 시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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