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소녀'는 지금 버스를 타고 '광복'을 깨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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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소녀'는 지금 버스를 타고 '광복'을 깨우친다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7.08.15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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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버스업체, '평화의 소녀상' 태우고 위안부 문제 해결 촉구...日은 "외교에 찬물 끼얹어" 반발 / 정인혜 기자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이 14일부터 45일 간 151번 버스를 타고 서울 시내를 달리고 있다(사진: 더 팩트 제공).

흰 저고리에 검은 치마, 검은색 단발머리를 한 앳된 얼굴의 소녀가 버스를 타고 달린다. 소녀를 만난 시민들은 숙연한 표정으로 사진을 찍기도하고 고개를 숙이기도 한다. 소녀의 정체는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 14일 세계 위안부의 날과 이튿날인 광복절을 기념해 평화의 소녀상은 오는 9월 30일까지 45일 동안 시내 버스를 타고 서울 나들이를 하고 있다.

14일 버스에서 소녀를 만났다는 한 시민은 “버스에서 소녀상을 봤는데,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고 숙연해졌다”며 “저렇게 버스 타고 학교, 나들이하러 다니고 싶었을 소녀들이 그 시대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끔찍한 곳에 끌려갔다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151번 버스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은 지난 2011년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평화의 소녀상을 제작해 설치한 부부 작가 김운성·김서경 씨의 작품이다. 평화의 소녀상은 총 5대의 버스에 탑승, 운행되며, 이들은 특히 위안부 수요 집회가 열리는 옛 일본 대사관 인근인 안국동 구간을 지난다.

버스 회사인 동아운수 임진욱 대표가 제작 및 설치 비용을 전액 지원했다. 임 대표는 한일 위안부 합의에 항의하는 의미로 소녀상을 버스에 태웠다고 설명했다. 매일경제에 따르면, 임 대표는 이날 “한일 위안부 합의에 만족하는 시민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정부에서 재협상 이야기가 나오는 시점에 국가나 지자체가 아니라 개인이 문제 해결에 이바지하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고 소녀상 설치 이유에 대해 전했다.

정치권에서도 이를 둘러싼 관심이 뜨겁다. 박원순 서울 시장은 이날 소녀상과 함께 버스를 타고 이에 대한 소회를 전했다. 한일 위안부 합의가 전면 재검토 돼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박 시장은 한겨레와의 인터뷰를 통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과거 위안부 합의가 우리 국민 정서상 수용되고 납득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물론 일본 정부와 이견이 있지만,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결국 우리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새로운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이를 못마땅하게 보는 모양새다. 이날 매일경제는 일본 NHK의 보도를 인용, 일본 외무성의 한 간부가 “한일 쌍방이 미래지향적으로 양국 관계의 발전을 향해 노력하고 있는 것에 이런 행동은 찬물 끼얹을 수 있을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관계자는 이번 소녀상 설치 버스가 “한국 국민들 사이에서도 ‘지나친 퍼포먼스’라는 지적이 나온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이를 입증할 한국 출처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매일경제는 같은 기사에서 “해당 관계자는 NHK에 ‘서울 시민들 사이에서는 버스 회사를 높이 평가하는 목소리가 눈에 띄지만, 공공 교통기관에 설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지나친 정치 퍼포먼스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소식을 접한 국민들은 일본의 반응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인터넷에서는 어느 때보다도 한일 위안부 합의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 네티즌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며 “과거에 대한 반성이 없으면 나라는 망한다. 과거사에 대한 제대로 된 반성이 없다면 일본은 반드시 망할 것”이라고 규탄했다.

모든 금액을 전면 지원한 임 대표와 동아운수를 응원하는 사람들도 많다. 네티즌들은 “버스사장님 너무 멋있다”, “앞으로 동아운수만 탈 것”,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셨다는 말씀이 너무 짠하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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