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여행기(3): 스페인 칵테일 '쌍그리아' 향기와 에콰도르의 정겨운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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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콰도르 여행기(3): 스페인 칵테일 '쌍그리아' 향기와 에콰도르의 정겨운 추억
  • 미국 원싱턴 DC 통신원 정지연
  • 승인 2017.08.09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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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워싱턴 DC 통신원 정지연

에콰도르 여행기(2)에서 계속

7월 30일. 오늘은 이곳 과야킬 시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아침부터 남편이 늑장을 부려 아침 겸 점심을 간단히 먹고 나니 시간이 오후 1시가 넘었다. 우리는 택시로 싼타 아나 언덕(Cerro Santa Ana)에 가기로 했다. 사실 이곳은 바로 호텔 뒤에 있지만,  거기를 가는 입구가 다른 방향으로 나 있고, 그 입구로부터 432개의 계단을 걸어서 높이 자리 잡은 언덕까지 올라가야 했다. 택시에서 내린 우리 부부는 싼타 아나 언덕의 첫 계단부터 천천히 올라갔다.

싼타 아나 언덕의 정상을 올라가는 계단(사진: 정지연 씨 제공).

하나하나의 계단마다 번호가 붙어져 있었다. 우리 같은 나이 든 사람들은 중간에 두세 번 쉬었다가 올라 가야했다. 다행히 여러 군데에 쉬어 갈수 있도록 벤치가 놓여 있었다. 중간중간에 물이나 아이스 크림, 팝콘 등을  파는 곳도 많았고, 작은 음심점도 제법 여러 개가 있었다.  드디어 432개의 계단을 다 올라와 보니 다양한 볼 거리들이 있었다.

싼타 아나 언덕의 계단은 숫자가 적혀 있다. 마지막은 432번째 계단이다(사진: 정지연 씨 제공).

거기에는 옛날에 과야킬 시를 외적의 침입으로부터 보호했던 항구 요새에 작은 박물관(Museo el  Fortin del Santa Ana)도 있었다.

사진을 찍으며 잠깐 쉬고 있는데, 어떤 여자가 나를 보고 뭐라고 하길레 나는 그녀 곁으로 가서 뭐라고 했냐고 물었다. 그녀는 작년에 이곳에 와서 지금 있는 지점과 똑같은 지점에 서 있었는데 마침 지진이 나서 무서워서 혼이 났다고 말했다.  그래서 내가 어디 사냐고 물었더니 이도시에 산다고 했다. 6일 동안을 이곳 과야킬에서 지내보니 이곳 사람들은 좀 무뚝뚝한 편임을 알 수 있었다. 미국에서는 모르는 사람들끼리라도 눈이 마주치면 살짝 미소를 짓거나 간단히 "Hi!" 정도로 인사하는 게 보통인데, 여기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다. 마치 한국 사람들처럼 모르는 사람에게는 인사도 안 했고 먼저 말을 걸어오지도 않았다. 항상 내가 먼저 에콰도르 사람들에게 스페인어로 접근해서 말을 걸어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내 스페인어 실력이 현지인들과 거리를 좁히고 대화를 나누는 경험을 얻는 데 크게 기여한 셈이었다. 그런데 이 여인은 자기가 작년에 똑같은 자리에서 경험했던 지진이 너무나 무섭고 인상이 깊었던지 다른 에콰도르 사람들과는 달리 나에게 얘기를 먼저 걸어온 것이었다.

싼타 안나 언덕 정상에 올라가니 과야킬 시를 훤하게 내려다 볼 수 있었다. 

싼타 아나 언덕의 정상에서 과야킬 시를 내려다 본 풍경(사진: 정지연 씨 제공).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그 광장에서는 무슨 행사가 있는지 제복을 입은 학생 밴드들이 음악을 연주하고 여학생들이 춤을 추었다.

중고등 학생들의 밴드 경연대회 모습(사진: 정지연 씨 제공).

사람들로 꽉찬 광장을 가로질러 작은 성당(Iglesia Santa Ana) 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 밴드 음악 때문에 성당 안까지 시끄러웠다. 이 밴드 행사가 무슨 행사인지 주위 사람들에게 궁금해서 물어 봤지만, 주변이 너무 시끄러워서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종이에 써서 보여주니 중고등학교 밴드 경연 대회라고 했다. 나는 미국에서 사는데 여기를 관광 중이며 고맙다고 다시 써서 보여주니, 매우 좋아 했다. 이 밴드 경연 대회를 마치고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계단으로 몰려 내려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우리는 그만 내려 가기로 결정했다. 호텔로 돌아 갈 때는 다시 말레콘 2000 쪽으로 돌아서 걸어 갔다. 돌아가는 길에  화실방이 많은 거리에서 기념품으로 조그만 이곳 집들을 표현한 그림을 우리 집 벽을 장식하려고 하나 샀다.

6일 동안 정들었던 과야킬 시에서의 마지막 날이 되자, 이번 여행의 아쉬움이 들었다. 시간이 더 있었다면, 자연주의자이자 생물학자인 찰스 다윈이 그의 유명한 진화론을 입증했다는 갈라파고스 섬(Isla Galapagos)과 이 나라의 수도인 키토까지도 보고 싶었지만 여기서 여행을 마무리 해야했다.  

내일 아침 새벽 일찍 우리는 공항으로 떠나야 했기 때문에 호텔 근처에서 저녁을 먹고 일찍 잠을 청했다. 우리는 이곳에서 저녁 식사 때마다 쌍그리아(Sangria)라는 일종의 카테일을 마셨다. 쌍그리아는 스페인에서 전해진 알코올 음료로서 레드 와인을 오렌지 쥬스 등과 섞어서 잘게 썬 사과나 딸기와 함께 얼음을 섞어 만든 것이다. 

쌍그리아는 스페인에서 기원한 알코올 음료로서 레드 와인을 오렌지 쥬스 등과 섞어서 잘게 썬 사과나 딸기와 함께 얼음을 섞어 만든 것(사진: 정지연 씨 제공).

나는 쌍그리아를 마시며 에콰도르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니 집 생각이 났다. 집에 혼자 놔두고 온 우리 고양이 걸슈인(Gershwin)이 우리를 학수고대하며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뒤뜰의 온갖 새들도 내가 아침마다 내다놓는 모이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들은 야생 조류들이면서도 내가 모이를 놓아 줄 때마다 어김없이 날아 오는 반가운 손님들이다. 화분에 있는 예쁜 꽃들도 내가 물주기만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나는 남편과 또 하나의 아름다운 추억거리를 만들고 이곳 에콰도르를 떠나야했다. 처음 공항에 도착했을 때 가졌던 에콰도르에 대한 나쁜 인상은 어느덧 사라졌고, 1주일 동안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만난 사람들과 경험한 에콰도르의 새로운 문화가 정겨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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