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여행기(1): 적도(equator)가 나라 이름이 된 에콰도르 과야킬에서 한류를 실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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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콰도르 여행기(1): 적도(equator)가 나라 이름이 된 에콰도르 과야킬에서 한류를 실감하다
  • 미국 워싱턴DC 통신원 정지연
  • 승인 2017.08.07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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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워싱턴 DC 통신원 정지연

돌아가신 아버지는 생전에 내가 장성한 후에도 자주 인생 교훈을 말씀하시곤 했다. 그 중에서 "젊었을 때는 뭐든지 열심히 해야 한다. 나이 들면 쉬운 일도 무척 하기 어렵다"는 아버지 말씀을 절실히 느끼며 스페인어를 배운 지 10년이 되었다. 한국을 떠나온 지 20년이 넘었고, 지금 살고 있는 미국을 비롯해서 세계 여러 나라를 가봤지만, 그동안 내가 배운 스페인어를 사용해 볼 수 있는 나라를 가본 적이 없어서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마침 남편이 에콰도르에 출장 갈 일이 생겨서 나는 같이 가겠다고 따라 나섰다.

과야킬(Guayaquil )은 에콰도르 수도인 키토(Quito)보다 더 크고 인구도 에콰도르에서 가장 많다. 지도는 과야킬의 위치를 보여준다(사진: 구글 지도).

7월 24일 아침, 우리 내외는 내가 살고 있는 워싱턴 DC에서 파나마 씨티를 거쳐 비행 시간 7시간 만에 에콰도르에 있는 과야킬(Guayaquil) 시에  도착했다. 입국 심사 수속하는 데 한 시간이나 걸려서 이 나라의 첫인상이 썩 좋지는 않았다. 에콰도르(Ecuador)라는 나라 이름은 이 나라를 통과하는 적도(equator)에서 따왔다. 그래서 에콰도르는 적도라는 지형적 특성을 나라 이름으로 갖고 있는 세계 유일한 나라다. 에콰도르는 원래 쑤크레(sucre)라는 이 나라의 고유 화폐를 사용했는데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자국 화폐가 무용지물이 되어 2000년부터는 미국 달러를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특별히 환전할 필요가 없었다. 

에콰도르 기후는 열대 기후로 남반구에 위치했기 때문에  7, 8월은 겨울이라서 최저 기온은 섭씨로 21도, 최고는 29도 정도다. 바로 적도 아래이니 겨울이라도 거의 우리나라 여름 날씨와 흡사하다. 적도 바로 아래이다 보니, 낮과 밤의 길이가 거의 12시간씩으로 일년 내내 같다. 

과야킬은 수도인 키토(Quito)보다 더 크고, 인구도 에콰도르에서 가장 많은 도시다. 구와야스(Guayas ) 강은 과야킬의 동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인접한 도시 두란(Duran)과  지형적 경계선을 이루면서 태평양으로 흘러간다. 과야킬은 이 강을 낀 태평양 연안의 항구 도시다. 우리가 묵은 호텔은 과야킬의 북부에 있었으며, 구와야스 강변에 위치하고 있어서 넓게 펼쳐진 강을  내다 볼 수 있는 전망이 좋았다. 

과야킬 시의 호텔 방에서 보이는 구아야스 강의 풍경이 아름답다(사진: 정지연 씨 제공).
호텔 바로 옆에 보이는 빌딩은 에콰도르에서 가장 높은 고층 빌딩이다. 야경이 아름답다(사진: 정지연 씨 제공).

도착한 다음 날인 25일, 나는 남편이 출장 일을 해야 하는 낮에 혼자서 구아야스 강변을 따라 펼쳐진 '말레콘(Malecon) 2000'이라는 거리를 걸었다. 이곳은 구와야스 강을 따라 펼쳐진 약 2.5km의 거리 이름이다. 이 거리는 올록볼록한 보도 볼럭이 깔려 있었다.

과야킬 씨의 '말레콘 2000' 거리 모습. 이곳에는 박물관, 역사적 기념탑, 남미에서는 처음으로 생긴 IMAX 극장, 음식점, 정원, 그리고 분수 등이 있으며, POH(Pan-American Organization of Health: 범미주보건기구 )와 WHO가 이곳을 건강한 공공 지역이라고 선언한바 있다(사진: 정지연 씨 제공).

이 거리에는 박물관, 역사적인 기념탑,  남미에서는 처음으로 생겼다는 IMAX 극장, 음식점, 정원, 그리고 분수 등이 있으며 POH(Pan-American Organization of Health, 범미주보건기구)와 WHO가 이곳을 건강한 공공 지역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이곳은 이 도시의 다른 지역과는 달리 새로운 도시 계획에 의해 아주 깨끗하게 잘 정비된 곳으로 다른 나라에서 온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이곳에서 체류하는 동안, 매일 청소차가 도로를 달리며 쓸고 물을 뿌리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이 나라가 이곳을 얼마나 깨끗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는지를 짐작케 했다.

나는 여자 혼자 낯선 곳을 걷는 게 왠지 불안해서 앞에 걸어가던 에콰도르 한 가족으로 보이는 일행의 여자한테 스페인어로 같이 가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내 스페인어 실력이 처음으로 빛을 보는 순간이었다. 그들이 흔쾌히 그러자고 해서, 나는 이들 가족과 이 얘기 저얘기를 나누며 같이 길을 걸었다. 이들은 에콰도르 다른 도시에 사는 친척들로 이뤄진 가족 그룹으로 이곳 과야킬에 휴가를 온 거였다. 내가 말을 건 여자는 런던에서 잠간 산 적이 있어서 영어 배우는 데 고생했다며 내 스페인어 실력을 칭찬했다. 가끔 내가 스페인어 단어를 몰라서 영어로 물으면 그녀는 스페인어 단어를 가르쳐 주곤했다.

그녀 일행 중 그녀의 여자 조카는 20세인데 한국 드라마를 많이 봐서 한국에 관심이 많고, 특히 한국 여자들의 패션에 매료되어 한국에 꼭 가보고 싶어한단다. 여기서 한류의 영향을 확인하게 될 줄은 정말 뜻밖이었다. 나는 그들과 3시간 정도를 함께 보낸 뒤에 배도 고프고 해서 헤어지는 순간에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나는 혼자서 점심을 간단히 먹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잠간 벤치에 앉아서 주변의 풍경을 구경했다. 이곳 사람들도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길을 걸어 다니면서 통화하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에서 보였다. 이젠 세계 어느 곳을 가든 '스몸비(스마트폰 좀비)' 풍경은 거의 똑같아졌다. 삼성 갤럭시 S8의 커다란 광고판도 보였고, 차도엔 현대, 기아차가 많이 돌아다녔다. 한국의 무역 역량이 세계 10권 이내라는 대단한 경제력을 여기서 실감할 수 있었다.

더운 나라이다 보니 가는 곳마다 음료수나 아이스 크림을 파는 곳도 아주 많았다. 어떤 나이가 좀 들어 보이는 아저씨가 집에서 만든 듯한 아이스 크림을 몇 개 놓고 파는 모습에 측은한 생각이 들어서 아이스 크림을 사지 않고 그냥 1달러를 주고 싶은 심정이 들었다. 그러나 그게 이 아저씨의 마음에 상처를 줄 수도 있을 것 같아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 이 나라의 국민 소득에 비하면, 호텔 주변의 물건 값은 굉장히 비쌌다. 도착하던 날, 우리 내외는 저녁 식사를 그냥 호텔 안 레스토랑에서 먹었는데, 미국에서 보통 먹는 저녁 값과 거의 같았다.  

호텔 주변의 레스토랑들은 오후 5시에 문을 열어서 저녁 식사만 할 수 있다. 날이 더운 낮 시간을 피해서 영업을 하는지 과야킬 밤 풍경은 매우 화려했다. 도착하던 날 저녁은 그냥 호텔 안 레스토랑에서 먹었는데, 미국에서 보통 먹는 저녁 식사값과 똑같아서, 우리는 가급적이면 호텔 밖에서 식사를 하려고 노력했다(사진: 정지연 씨 제공).

도착 이틀째인 26일, 나는 역시 남편이 출장 볼일을 보러 간 낮 시간에 혼자서 다시 말레콘 2000 거리를 가서 몇 개의 박물관을 관광하기고 했다. 어제 많이 걸어 다닌 탓에 다리가 좀 뻐근했지만, 택시를 타기보다는 깨끗하게 정비된 길을 천천히 걸으며 좀더 가까이서 에콰도르의 냄새를 맞고 싶었다.

호텔을 떠나서 조금 걷다 보니 작은 화실들이 많이 보였다. 원래 남미 사람들은 낙천적이고 낭만적이어서 노래를 좋아하는데 그림도 좋아하는 것 같았다. 

과야킬에는 화실들이 쭉 자리 잡고 있는 거리가 있었다. 낭만적인 에콰도르 사람들은 노래만큼이나 그림도 좋아해서인지 화가들도 많은 모양이다(사진: 정지연 씨 제공).

이어서 음악 박물관(Museo Musica de Popular)에 들렀고, 그뒤 나는 현대 미술과 고고학 유물을 같이 전시한 박물관(MAAC, Museo Antropologico y de Arte Contemporaneo)을 둘러 봤다. 그때가 오전 11시쯤이었는데도 사람이 하나도 없고, 나 혼자였다. 이 박물관은 무료였고, 예술 작품들이 잘 전시되고 있었으며, 설명은 스패인어로만 되어 있었다. 다음은 과야킬 역사물 미니어처 박물관(Museo en miniatura  Guayaquil en la historia)으로 갔다. 3달러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 갔는데, 박물관 내는 어두웠으나, 특정 단추를 누르면 전시창에 해당하는 전시물 불빛이 들어와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방식으로 작동되고 있었다. 나는 스페인어보다는 아직도 영어가 듣기에 편하니까 영어 설명 단추를 누르고 여기에 준비된 에콰도르 역사물의 미니어처들을 하나하나 구경했다. 에콰도르의 역사물을 축소해서 만든 미니어처들은 건물이나 사람들과 나무들을 정교하게 잘 만들어 놓았다.

과야킬 역사 박물관에 전시 되어있는 과야킬 공항의 축소판(사진: 정지연 씨 제공).

3개의 박물관을 구경한 뒤, 오후 2시가 되니 시장기를 밀려왔다. 나는 그곳 조그만 쇼핑몰 안에서 파는 임판야다(empanada: 속에 햄, 닭고기, 치즈 등을 넣고 굽거나 튀긴 빵의 일종)라는 스페인 음식으로 점심을 간단히 때웠다. 많이 먹으면 저녁 때 남편과 맛있는 저녁 식사를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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