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광주로 간다. 그게 기자가 할 일이니까" '택시운전사'는 위대한 기자 '힌츠페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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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광주로 간다. 그게 기자가 할 일이니까" '택시운전사'는 위대한 기자 '힌츠페터' 이야기
  • 부산광역시 조윤화
  • 승인 2017.08.04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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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광역시 조윤화

8월 2일,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큰 사건 중 하나인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를 관람했다. 평소 한국사의 중요성은 잘 알지만, 근현대사에 관한 내 지식은 그리 많지 않았다. 나는 ‘5.18은 군사 독재 시절, 정부가 민간인을 잔혹하게 대했고, 그 근거지는 광주다’라는 정도의 사전 지식만을 가지고 영화를 봤다. 영화는 서울의 평범한 소시민 택시운전사 ‘김만섭’이 독일에서 온 외신기자 ‘위르겐 힌츠페터’를 서울에서 태우고 광주로 향하면서 겪게 되는 일련의 사건들을 풀어내고 있다.

역사를 배울 때 항상 역사 속에서 옳고 선한 일을 행하면서 자신의 안위를 초개처럼 던진 인물을 만나면, 나는 과연 그런 상황에서 그렇게 처신했을까 하는 소심함을 가지면서 그들에 대한 경외감을 가졌다. <택시운전사>는 나에게 기자라는 직업과 언론의 영향력에 대서 그런 경외감을 갖게 했다. 내가 만약 1980년 광주 지역 신문사의 기자였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뭐라고 명확하고 간단하게 답을 내릴 수 없다. 그래서 더더욱 ‘위르겐 힌츠페터’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는 왜 먼 남의 나라 소식을 전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이 위험해지는 일까지 감수하며 끝까지 광주의 참상을 알리려고 했던 걸까?

장훈 감독은 실제로 힌츠페터를 만났다고 한다. 힌츠페터는 장 감독에게 “당연히 가야지. 그게 기자가 하는 일이니까”라고 답했다고 한다. 우리는 그에게 빚을 졌다. 광주의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졌을 것이다. 하지만 외국인인 그가 한국 정부의 방해 없이 오로지 객관적인 사실만을 외국 언론에 보도할 수 있었기에 우리는 일찍 사태의 진실을 접할 수 있었다.

공자는 “대중의 소리를 막는 것은 강을 막는 것보다 어렵다”고 했다. 전두환 정권은 자신들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국민을 통제했고, 죄 없는 국민을 폭도로 몰았으며, 폭력 시위 진압이라는 명목 하에 ‘살인’을 저질렀다. 하지만 결국 진실은 폭로되었고, 진실을 원하는 국민의 여망을 막지 못했다. 우리는 최순실 박근혜 게이트를 언론을 통해 지켜보면서 우리가 누리는 언론의 자유가 다 역사 속의 위대한 언론인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음을 새삼 느끼게 됐다.

자신이 살아보지 못한 시대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영화가 가지고 있는 큰 매력이다. <택시운전사>는 우리나라 민주화가 힌츠페터 같은 언론인들과 만섭 같은 평범하지만 올바른 소시민들에 의해서 얻어진 역사적 산물임을 인식하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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