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떠도는 개인 정보를 대신 지워드려요" ‘디지털 장의사’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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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떠도는 개인 정보를 대신 지워드려요" ‘디지털 장의사’ 눈길
  • 취재기자 김지언
  • 승인 2017.08.05 0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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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람하는 개인 정보를 '잊혀질 권리'에 의거해 삭제 대행...디지털 정보화시대의 신종 직업 / 김지언 기자
인터넷 이용자를 대신해 인터넷상 퍼져있는 개인 정보나 과거 행적을 지워주는 신종 직업 '디지털 장의사'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대학생 윤지영(23, 서울시 강남구) 씨는 며칠 전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물에 자신의 셀카 사진이 첨부돼있는 것을 발견했다. 게시물 작성자는 윤 씨의 사진을 두고 자신인 척 행세하며 다른 이성과의 만남을 주도하고 있었다. 윤 씨는 “나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사이트인데 내 사진이 버젓이 올라가 있어 너무 당황스러웠다”며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서 해당 게시물을 신고하기만 했는데 찝찝하다”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검색 몇 번에 신상 정보와 과거 행적 등을 다 캐낼 수 있게 되면서 이 같은 정보의 유출을 막아주고 해당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게시물을 삭제해주는 직업인 ‘디지털 장의사’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디지털 장의사는 4차 산업혁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요즘 인공지능에 자리를 빼앗기지 않을 미래 유망 직종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인터넷은 결코 망각하지 않는다. 우리의 과거는 디지털 피부에 문신처럼 아로새겨져 있다.” 이는 미국의 소셜 미디어 전문가 J.D. 래시카가 1998년 인터넷 잡지 <살롱>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정보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현대 사회는 필요 이상으로 많은 정보가 범람하고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행적 하나하나가 인터넷에 따돌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한국인터넷진흥원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에 접수된 자료를 살펴보면, 개인 정보 침해 신고 상담 건수 중 개인 정보 무단 이용 및 제공은 2012년 2196건에서 2016년 3141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개인정보가 무분별하게 유포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디지털 장의사는 인터넷 이용자가 자신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게시물이 인터넷 상에 떠도는 것을 원치 않는 경우 해당 게시물이나 이미지, 동영상 등을 대신해서 삭제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구체적으로는 이용자가 기억하지 못하는 이용 기록, 초상권, 저작권, 명예훼손 게시물이나 악성 댓글, 포털 사이트 블로그나 카페에 게재된 게시물 등을 정리해준다.

인터넷 이용자들이 없애고 싶어 하는 정보는 이름과 사진, 어렸을 적 뭣 모르고 썼던 글, 동의 없이 유포된 나체 영상 등 다양하다. 디지털 장의사를 찾는 이유도 "불쾌해서", "일명 흑역사를 생성했기 때문에", "죽고 싶을 만큼 힘들어서" 등 가지각색이다.

철없을 적 멋 모르고 올렸던 글이 성인이 된 이후 발목을 잡는 경우도 더러 있다. 보이그룹 NCT의 태용은 중학생 때 인터넷 중고거래 카페에서 거래 사기를 쳤던 행적이 드러나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디지털 장의사는 ‘잊혀질 권리’를 바탕으로 의뢰인의 요청을 처리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규정한 잊혀질 권리란 정보 주체가 포털 사이트와 같은 정보 통신 제공자에게 자신과 관련된 정보를 삭제하거나 확산을 방지하도록 요청할 수 있는 권리다. 

디지털 장의사에게 요구되는 소양은 꼼꼼함과 신뢰성. 삭제해야 할 문건을 프로그램을 이용해 찾거나 인공지능이 찾을 경우 발견이 쉽지 않아 사람이 직접 일일이 수작업을 해야 한다. 또, 잊히고 싶어서 게시물 삭제 요청을 한만큼 일을 하면서 얻은 의뢰인에 대한 정보는 비밀 유지가 필수다.

어떤 사람에 대해 판단할 때 인터넷 검색을 통해 과거부터 되짚어보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인터넷 기록 정리는 사람들 사이에 큰 이슈다. 실제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소개팅 등으로 알게 된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기 위해 포털 사이트에 검색을 해본 경험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글이 파다하며, 최근 특정 회사에서는 사원을 뽑을 때 인터넷 검색을 통해 그 사람에 대해 알아보고 이를 토대로 점수를 다르게 매기기도 한다.

2014년부터 시작해 3년째 의뢰인들의 인터넷 기록을 정리해주고 있는 디지털 장의사 박형진 씨는 “상담을 하다보면 몸캠 피싱을 당했거나 다른 이로부터 모욕적인 공격을 받고 있는 등 절실하게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다”며 “아직 디지털 장의사라는 직업이 보편적으로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많은 시민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만큼 정부가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서 좀 더 수월하게 삭제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드러나길 원치 않는 게시물을 삭제하려는 경우 현행법상 ‘자기 게시물 삭제 가이드라인’, 즉 ‘잊혀질 권리 가이드라인’에 따라 사이트 운영자가 자율적으로 규제할 수 있도록 자율 규제 방안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운영자에게 하나하나 직접 삭제를 요청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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