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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일하는 것 같다”...시도 때도 없는 카톡에 직장인 스트레스

기사승인 2017.08.04  05: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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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야, 휴가 때도 카톡으로 회사 업무 지시... “연결되지 않을 권리 보장해 달라” / 정인혜 기자

직장 상사의 근무 시간 외 카톡 업무 지시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직장인 김모 씨는 요즘 핸드폰을 부숴버리고 싶은 충동에 시달린다. 업무 시간 외에도 끝없이 울리는 카톡 알람 소리 때문이다.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 직장 상사가 잠든 시간이라는 김 씨는 카톡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을 때는 폰을 집어 던진 적도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새벽이고 밤이고 시도 때도 없이 카톡이 오는데 정말 미쳐버릴 것 같다. 전자발찌를 차면 이런 기분일까 싶은 생각까지 든다”며 “단체 카톡방이 없다는 옆 부서 팀원들이 세상에서 제일 부럽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주 여름휴가를 다녀온 직장인 정모 씨는 휴가 기간에도 울려대는 핸드폰 때문에 제대로 쉬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 씨는 “휴가 기간만이라도 회사 일을 생각하고 싶지 않았는데, 중요한 이야기라며 매일 같은 시간에 회의 내용까지 카톡으로 보내더라. 정말 짜증났다”며 “장소만 옮겨서 계속 일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정 씨는 다음 휴가에는 휴대폰을 집에 놓고 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카톡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단체 카톡방을 통해 업무 지시를 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근로 시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는 것. 카톡으로 시도 때도 없이 내려오는 업무 지시에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카톡 감옥’, ‘단톡 지옥’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한국노동사회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자 10명 중 7명은 카톡 업무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5년 직장인 24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0.3%는 “업무 시간 이외 또는 휴일에 스마트폰으로 업무 지시를 받아 일을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스마트폰을 통한 초과 노동시간은 주당 677분이나 됐다.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카톡 업무지시를 수용하기 위한 조건으로 월 임금의 22.3% 보상을 원한다고 답변했다.

직장인 A모 씨는 “직장 상사의 카톡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또 그 카톡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단체 카톡방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아무도 말은 안 하지만 다들 비슷한 마음 아니겠나”라며 “휴일에도 울리는 단체 카톡방 알림을 보면 정말 나가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또 그럴 수도 없는 노릇 아니냐. 제발 법적으로 이를 강제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퇴근 후 카톡 업무 지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도 이슈로 급부상했다. 당시 바른정당 대선 후보 유승민 의원은 SNS를 통한 업무 지시를 근로 시간으로 포함해야한다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근로 시간 외 전화나 문자 메시지, SNS 등 통신 수단을 이용한 지시에 따라 근로하는 경우도 업무 시간으로 봐야한다는 것. 문재인 대통령 역시 퇴근 후 업무 지시 제한을 공약으로 발표한 바 있다.

이에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3일 한겨레신문은 고용노동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 “퇴근 후 카톡 등 SNS를 이용해 업무 관련 지시를 내리는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연말까지 노동계와 사용자 측의 의견을 수렴하는 한편, 업종별 실태 파악을 위해 연구 용역을 진행한다”고 보도했다. 정부가 퇴근 후 업무 지시 제동을 위해 본격적인 움직임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는 대책 마련을 위해 업무 시간 외 SNS를 통한 업무 지시를 금지한 외국의 사례를 연구 중이다. 지난해 프랑스는 퇴근 후 연락 금지법인 ‘엘 콤리’법을 제정, 세계 최초로 시행 중이다. 직장 상사와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프랑스 등의 사례를 통해 국내에도 도입이 가능할지 살펴보고 있다”며 “대선 당시 문 대통령도 이를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문제를 개선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네티즌들은 카톡 금지를 위한 정부의 대책 마련 움직임에 환영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사진: 네이트 캡처).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이를 반기는 분위기다. 한 네티즌은 “처음 카톡한 시간부터 마지막 카톡 보낸 시간까지 계산해서 시간 외 근무 수당 쳐주면 반갑게 받을 자신 있다”며 “퇴근 이후에는 제발 연락하는 분위기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퇴근 후 업무 지시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노동계의 전반적인 문화에 대한 개선이 따라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 네티즌은 “카톡 업무 지시 규제한다고 달라지겠나. 문자로 하든 메일을 보내든 근로자들 괴롭힐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며 “왜 전 세계에서 가장 노동 시간이 긴 나라 세 손가락 안에 드는데도 경제력이 이렇게 떨어지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지금 한국 노동시장은 뭔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취재기자 정인혜 reporter1@civicnews.com

<저작권자 © CIVICnews / 시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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