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억 보험금 노린 아내 살해 혐의에 대법원 무죄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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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억 보험금 노린 아내 살해 혐의에 대법원 무죄 판결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7.07.30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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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정황상 남편이 가해자일 가능성 높다"…남편은 "졸음 운전일 뿐" 주장 / 정인혜 기자
'95억 원 보험금 살해극'으로 알려진 사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남편과 아내가 타고 있던 승합차가 화물차를 들이받았다. 임산부 아내는 그 자리에서 숨졌고, 남편은 아내 앞으로 들어놨던 95억 원의 생명보험금을 수령했다. 캄보디아 국적으로 당시 임신 7개월이었던 아내는 안전벨트를 매고 있지 않았고, 남편은 가벼운 타박상만 입었다. 지난 2014년 8월 14일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천안 부근에서 일어난 사고의 개요다.

경찰은 정황 근거를 토대로 남편이 계획적으로 아내를 살해했다며 수사에 나섰다. 재판에 넘겨진 후, 재판부의 판단도 엇갈렸다. 1심은 무죄, 2심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에서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파기 환송 판결을 내렸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셈이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지난 29일 해당 사건을 재조명했다. 방송에 따르면, 당시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이라는 이유로 사체는 별도의 부검 없이 3일 만에 화장됐다. 이후 경찰이 남편이 95억 원의 보험금을 받게 된다는 사실을 파악, 재수사를 시작했다. 아내 A 씨의 사체가 없는 상태에서 조사가 진행된 것.

1심 재판을 맡았던 변호사도 남편 A 씨가 고의로 사고를 냈을 것으로 내다봤다. 아내 B 씨가 교통사고 전 이미 사망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손흥수 변호사는 방송을 통해 “아내가 이미 사고 전 사망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들이 많았다”며 “사고는 중했는데, 피해자 상처는 그렇지 않았다. 의학적으로 봤을 때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들이 제법 나왔다”고 말했다. 다만 사체가 화장된 후라 부검을 하지 못해 증거로는 남아 있지 않다.

법의학자도 손 변호사의 의견에 목소리를 보탰다. 그는 시신에 나타난 시반을 문제로 삼았다. 사망 후 4시간 가량 지나야 나타나는 특징들이 1시간 30분 만에 촬영된 사진 속 사체에서 관찰된다는 것. 이호 법의학자는 방송을 통해 “시반은 사람이 죽은 후 혈관 내 혈액이 중력 방향으로 향하는 것인데, 시반을 보면 사망 후 4시간으로 추정된다”며 “사실 관계가 이렇게 충돌하는 경우는 참 드문데, 이 죽음에 대해 누구한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가 아무 데도 없다”고 말했다.

남편 A 씨는 이 같은 추정에 대해 강력히 반발했다. 그는 SBS 취재진에게 “나도 죽으려고 몇 번이나 망설였다. 망설였는데 딸 때문에 죽지도 못했다”며 “살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호소했다. 함께 시장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내가 차 안에서 잠든 것을 본 다음엔 기억이 없는데, 눈을 떠보니 사고가 났다는 것. 졸음 운전을 했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A 씨를 의심할만한 정황은 곳곳에 있다. A 씨는 아내 B 씨의 앞으로 32개의 보험을 들어 놨다. 김 씨가 보험사 측에 제출한 청약서에는 월수입이 500만 원으로 기재돼 있었다고 한다. 수입의 80%를 보험금으로 지출했다는 것은 일반적인 사례로 보기 어렵다.

방송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A 씨의 보험금 지급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 보험범죄방지센터 채한기 센터장은 SBS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나중에 법원에서 보험금을 모두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오면 원금과 지급하지 않았던 기간 동안의 이자를 모두 지급해야 하지만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불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충격적이란 반응을 보이고 있다. 네티즌들은 정황 증거에 비춰 남편 A 씨가 아내를 고의로 살해했을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자기 아기까지 임신한 여자를 돈 때문에 살인한 사이코패스”라며 “사체가 화장돼 증거가 없다는 게 너무 안타깝다. 부디 진실이 밝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열심히 일하는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이 증거를 다 만들어줬으니 대법원에서도 이제 별 말 못하겠다”며 “9억 5000만 원이래도 의심할 판에 95억 원이 말이나 되나. 죄가 꼭 밝혀져서 죗값을 치르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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