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잡한 인간관계에 스트레스... 젊은이들, SNS ‘인맥 다이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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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잡한 인간관계에 스트레스... 젊은이들, SNS ‘인맥 다이어트’
  • 취재기자 김지언
  • 승인 2017.07.31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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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치 않는 이들에 사생활 노출 부담... 인크루트 설문조사 응답자 46%, "시도한 적 있다" / 김지언 기자
불필요한 인간관계를 청산하려는 움직임인 '인맥 다이어트'가 최근 20대 청년들 사이에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직장인 김정혜(29, 대전시 대덕구) 씨는 최근 남몰래 SNS 상에서 인간관계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29년을 살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그 중 3분의 1이 유령 인맥에 불과했던 것. 김 씨는 “서로 안부조차 묻지 않는데 굳이 메신저에 남겨둘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번 기회에 확실히 인맥을 정리해 주변 사람만 잘 챙기고 싶다”고 말했다.

다양한 유형의 SNS를 사용하고 대외 활동 등 스펙 쌓기에 열중하는 20대 사이에서 인간관계를 정리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이를 지칭하는 ‘인맥 다이어트’는 불필요한 인맥을 정리하고 가깝고 중요한 인맥에 더욱 집중하는 것을 의미하는 단어. 

실제로 카카오톡은 지난해 사용자들의 인간관계를 넓혀주자는 취지로 ‘알 수도 있는 친구’를 추천해 주는 기능을 탑재했으나 이를 통해 헤어진 연인이나 생면부지의 인물 등이 친구 추천에 떠 이용자들의 원성을 샀고, 그 결과 하루 만에 해당 서비스를 폐지하기도 했다.

지난 24일 방송된 JTBC <비정상회담>에서는 ‘인간관계가 일처럼 느껴지는 나, 비정상인가요’라는 주제로 각국 출신의 출연자들이 뜨거운 논쟁을 펼쳤다. 그 중 영국인 출연자 안코트는 자신이 19세였던 시절, 자신의 진로에 참견하는 사람들에게서 벗어나고자 머리를 삭발하고 피렌체에서 6개월간 노숙을 하며 인간관계를 청산했다고 밝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인맥 다이어트의 주된 이유는 인간관계에 대한 스트레스다. 시간적·물질적 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억지로 만남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이렇게 관계 지속을 원치 않는 사람과 함께 하며 돈이나 시간을 쓰는 것을 낭비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커지면서 인맥을 정리하려는 시도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수년 간 이어져온 청년들의 ‘혼밥’, ‘혼술’, ‘혼여’ 문화의 확산도 바로 이러한 고민의 연장선상에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SNS를 통해 원치 않아도 타인의 소식을 알게 되고 내 일상이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에게 공개된다는 점, 클릭 한 번이면 다른 사람들과 쉽게 친구를 맺을 수 있게 된 점도 또 다른 이유로 꼽혔다. 남이 사는 모습을 몰래 훔쳐보는 것 같은 기분에 부담감을 느끼고, 자신의 신념과 반대되는 가치관을 가진 사람, 예의가 없거나 지나치게 SNS에 의존하는 사람 등과는 교류하고 싶지 않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사람들이 대개 인맥 다이어트를 감행한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두잇서베이와 성인 남녀 2526명을 대상으로 공동 조사한 설문에 따르면, 전체의 절반 가량인 1146명(46%)이 ‘인맥 다이어트를 시도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923명(36%)는 ‘생각은 해봤지만 실행에 옮기진 못했다’고 응답했다. 인맥을 정리한 이유로는 ‘프로필을 공개하고 싶지 않아서’, ‘진짜 친구를 찾기 위해서’, ‘이름만 봤을 때 모르는 사람이어서’가 꼽혔으며 각각 31%, 29%, 23%의 응답을 기록했다.

그렇다는 인맥을 정리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들은 교류를 원치 않는 사람들의 연락처를 지우거나 SNS에서 친구 관계 혹은 팔로우를 끊으며 메신저에서 상대방을 차단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인맥을 정리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등장한 데 대해, 대학생 홍혜연(24, 부산시 북구) 씨는 “연락도 잘 안하는 사람들의 전화번호가 너무 많아서 이걸 지워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며 “‘인맥 다이어트’라는 새로운 현상이 생겨나서 나도 실천해봐야겠다고 용기를 얻게 됐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직장인 김선재(27, 경남 양산시 교동) 씨는 “10대 때는 많은 사람을 알수록 다른 사람들이 내 존재를 인정해줬는데 나이가 드니까 이런 게 다 부질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20대 후반이 되니 내 가까이 있는 주변 사람이나 잘 챙겨야지 두루두루 모든 사람을 다 챙길 여력은 없더라”고 말했다.

대학생 윤현희(22, 서울시 노원구) 씨는 “페이스북에서 한 다리 건너 아는 사람이나 아예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의 친구 신청을 너무 많이 받았더니 정작 내가 보고 싶은 소식은 못보고 쓸 데 없는 소식만 보여서 불편하다”며 “조만간 계정을 탈퇴하고 새로 하나 만들어서 실제로 아는 사람들 하고만 친구를 맺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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