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란 무엇일까?...크리스토퍼 놀란이 영화 '덩케르크'에서 던진 전쟁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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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란 무엇일까?...크리스토퍼 놀란이 영화 '덩케르크'에서 던진 전쟁의 메시지
  • 경남 밀양시 박소윤
  • 승인 2017.07.28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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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적, 빗발치는 총알 속에서 죽음의 공포와 싸우는 인간을 보다 / 경남 밀양시 박소윤

<다크 나이트> 시리즈, <인터스텔라>, <인셉션> 등 여러 흥행작을 만든 명화 제조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지난 7월 20일 영화 <덩케르크>로 우리에게 돌아왔다. <덩케르크>는 영국군과 프랑스군이 세계 2차대전 초기에 프랑스 덩케르크 해안으로 독일군에 쫓겨 영국으로 급박하게 철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주 공상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감명 깊은 휴머니즘을 본 팬들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그린 전쟁 영화는 무엇을 어떻게 담아내고 있을지 많은 기대를 갖고 영화 개봉을 기다렸다. 드디어 영화의 뚜껑이 열리고, <덩케르크>는 역시 놀란 감독이 우리를 놀라게 했다며 영화관 앞에 긴 줄을 서고 있다.

덩케르크 철수 작전 당시의 실제 영국군 모습(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덩케르크>는 본국으로 철수하려는 영국군과 프랑스군을 구하려는 영국 해군, 공군, 그리고 민간인 어부들의 노력과 필살의 탈주를 펴는 당사자 영국군과 프랑스군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해변에서는 보이지 않는 적에게 포위된 채 어디서 총알과 폭탄이 날아올지 모르는 영국군의 위기의 일주일, 바다에선 영국군의 탈출을 돕기 위해 고기잡이배를 몰고 덩케르크로 향하는 영국 민간인들의 하루, 하늘에서는 독일 전투기를 공격해 추락시키는 임무를 얼마 남지 않은 연료로 수행해야 하는 영국 공군의 한 시간을 그리고 있다.

영화 첫 장면에서 영국군 ‘토미’가 동료들과 덩케르크의 한 마을에서 쫓기는 장면으로 처음부터 관객들에게 긴장감을 준다. 적군의 총구를 피해 살아남은 ‘토미’는 무사히 자국의 방어선 안으로 들어와 해변에서 구조되기를 기다린다. 해변에는 약 3만 명의 군인들이 구조선을 기다리지만, 구조선마저도 적군의 폭격으로 가라앉고 만다. 후에 도착한 다른 구조선을 타고 일부는 탈출에 성공한 듯했지만 얼마 가지 못하고 적의 어뢰에 의해 또 전복되고 만다.

삶과 죽음이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절박한 전쟁의 참혹함을 눈 앞 해변가에서 목격하며 다른 구조선을 기다리는 남아 있는 영국군의 초조함은 전쟁의 공포 그 자체다. 다 사라진 구조선을 보고 희망을 접으려는 순간, 나타난 영국 민간 선박들이 덩케르크 해변에 도착한다. 또 한 번의 희망이 솟구치지만 다시 적기가 날아온다. 그러나 철수를 기다리는 해변의 군대를 적기로부터 지켜야할 영국 공군기는 이미 연료가 바닥이 났다. 과연 그 영국기는 연료 없이 글라이딩으로 적기를 공격할 수 있을까? 또다시 공포가 순식간에 해변가를 덮친다. 그로부터 펼쳐지는 장면이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이다.

영화 <덩케르크>의 특별한 점은 기존 전쟁 영화와 다르게 특정 영웅도 화려한 전투신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단지 생존을 위한 처절함, 하늘에서 쏴 대는 독일기의 기관총 공격으로부터 누구는 살고 누구는 죽을지를 아무도 모른다는 긴장감만이 감돌고 있을 뿐이다. 영화 내내 독일 비행기 몇 대가 공격할 뿐 독일 군인은 단 한 명도 영화에 나타나지 않는다. 그들이 쏘아대는 총소리만 귀를 때린다. 안 보이는 적으로부터의 공격은 더더욱 무섭다.

이 영화 속 사람들의 대사는 다른 영화의 반도 안 된다. 모든 인물의 대사가 제한되어 있다. 하지만, 죽음의 공포를 뚫고 주고받는 대사 한 마디 한 마디에 죽음의 공포, 삶의 의지, 그리고 애국심이 담겨있다.

적군을 무찌르는 것을 보여주는 기존 전쟁 영화와 달리 본국으로 도망가는 영국군의 모습을 보여주는 <덩게르크>는 우리에게 무슨 메시지를 남기려는 것일까? 천신만고 끝에 영국 해변에 도착한 영국군들은 화려한 개선 군대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그들 스스로 잘 알고 있다. 고개를 들지도 못하고 영국 내륙으로 달리는 기차 속에서 잠에 떨어진 영국군들이 기차가 어느 역에 도착하자 눈을 뜬다. 그리고 그들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기차 창 밖을 본다. 영국 국민들이 그들을 어떻게 맞아 줄까? 그 결과가 바로 이 영화의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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