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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대폭 인상, 소득과 고용 두 마리 토끼 잡을까

기사승인 2017.07.17  06: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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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위원 이처문

편집위원 이처문

공무원의 ‘월급’ 개념은 고려 시대에 정비된 녹봉(祿俸)에서 찾을 수 있다. 녹은 미곡을, 봉은 포백(布帛)을 뜻한다. 먹을 것과 입을 것이 바로 월급이다.

조선 시대 들어 매년 두 차례 지급되던 녹봉은 세종 때부터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연간 4차례 지급됐다. 조선 후기에는 월급처럼 다달이 주었고, 갑오개혁과 함께 화폐 지급으로 대체됐다.

조선 시대 궁녀들은 줄곧 월급제 급료를 받았다는 기록도 있다. 신명호의 <궁녀>에 따르면, 궁궐 상궁이나 나인 등 시녀뿐 아니라 이들의 하인격인 무수리, 방자 등도 모두 월급을 받았다는 <조선왕조실록>의 내용이 나온다.

궁녀들이 받는 보수는 의전(衣錢), 선반(線飯), 삭료(朔料) 등 세 가지. 의전은 봄, 가을에 한 번씩 지급되는 옷값이다. 선반은 밥값으로 요즘의 ‘식대’에 해당한다. 의전과 선반은 일종의 복리후생비인 셈.

삭료는 기본급으로 하인들도 받았다. 고종 때 방자의 월급이 ‘쌀 6두, 대구어 4미’였다. 1주일에 대구 한 마리가 배정된 셈이다. 대궐 안에선 가장 적은 방자의 월급이 ‘최저임금’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최저임금제의 효시는 1894년 뉴질랜드의 산업조정중재법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국제노동기구(ILO)가 1928년 최저임금 협약을 채택해 회원국의 비준과 이행을 권고하면서 많은 나라들이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87년 7월 최저임금법이 시행됐다.

자유시장 경제 논리에 따르면, 노동의 가격인 임금도 시장에 맡겨야 한다. 하지만 임금만큼은 많은 나라에서 마지노선을 둬 가격 통제를 하고 있다. 임금마저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에 맡겼다가는 최저생계비 보장이 무너질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문제는 손에 잡히지 않는 ‘최저임금’을 어떻게 도출해내느냐이다. ‘최저’라는 수준이 상대적인 개념인데다 노동자든 사용자든 어느 한 쪽의 주장만 반영할 수 없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

호주 연방법원이 지난 1906년 선언한 ‘하베스터 표준(Harvester Standard)’은 최저임금 산정을 위한 최저생활비 개념을 설정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른바 ‘문화 사회에서 생활하는 인간으로서 생각해야 할 평균 노동자의 통상의 필요를 고려하고, 합리적 오락이 가능한 5인 가족의 미숙련 노동에 소요되는 최저수준의 생활비’다.

하지만 최저임금조차 사치로 여기는 곤궁한 사람들도 있다. <서른, 잔치는 끝났다>로 베스트셀러 작가에 올랐던 최영미 시인은 지난해 자신이 생활 보조금 신청 대상이라는 사연을 페이스북에 올려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2년 전에는 막노동으로 힘든 삶을 이어가던 연극 배우 김운하 씨가 고시원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았다. 그의 극단 월급은 30만 원이었다. 배우 판영진 씨도 비슷한 시기에 차 안에서 번개탄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전업 예술인 10명 중 7명이 한 달에 100만 원도 벌지 못한다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지난 해 조사 결과는 가슴을 찌른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엊그제 부산에서 활동하는 50명의 음악 공연 예술인들이 '최저임금 1만 원을 바라는 인디 뮤지션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에 우리 정부도 프랑스의 비정규직 예술인 실업 급여인 ‘앵떼르미땅(intermittents du spectacle)’을 도입하기 위해 공론화 과정을 거치고 있다니 다행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어느 나라든 이견이 맞설 수밖에 없다. 특히 정치권의 대립은 피할 수 없다. 보수 쪽은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이 소득도 줄이고 일자리도 줄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진보 쪽은 소득을 늘려 고용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맞선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21년까지 최저 시급을 15달러까지 인상하는 법안이 시행된 뒤 미국에서는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했다. 예컨대 워싱턴대학 연구팀은 최저임금 인상 후 “저임금 노동자의 일자리 감소와 노동 시간 단축으로 소득이 줄었다”고 진단했다. 반면 UC버클리는 “최저임금 인상에도 음식점들이 고용을 줄이지 않았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미국의 맥도날드나 아마존 등 거대 기업들은 이미 최저임금 인상에 대응하기 위해 무인화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이에 노동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맥도날드가 무인 판매대를 늘리는가하면 아마존은 무인 식료품점 ‘아마존 고’를 연데 이어 지난달 특허를 받은 배송 시스템 ‘드론 벌집 타워’를 공개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우여곡절 끝에 7350원으로 결정됐다. 하지만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들의 반발이 만만찮다. 효과를 섣불리 예단할 수 없는 만큼 소득 증대와 고용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정부의 치밀한 지원책이 뒤따라야 하겠다. 특히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을 바로 잡기 위한 정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가맹점이 최저임금 인상을 견뎌낼 수 있도록 본사의 폭리 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면 새로운 돌파구가 열릴 것이다. 가맹점이 살아야 가맹점 직원들도 해고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

편집위원 이처문 reporter1@civicnews.com

<저작권자 © CIVICnews / 시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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