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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여성스럽게 사는 문화③ 포르투갈 시골의 미감

기사승인 2017.07.17  06: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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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女~文: Amenity, Feminism and Lifeway / 칼럼리스트 박기철

[필자주]다음 글은 <총-균-쇠>처럼 서양문명이 동양문명을 정복했던 역사와 달리

생태문명 차원에서 이제 ‘아름답고 여성스럽게 사는 문화’의 제안이다.  

포르투갈 리스본의 산동네를 올라가는 전차(사진: 박기철 제공).

미(beauty)를 통해 얻는 미감(amenity)

어메니티(amenity)란 단어는 재미있고 의미있다. 사랑한다는 의미의 라틴어 'amare'에서 온 아모에니타스(amoenitas)에서 유래한 말이다. 인간이 문화적, 역사적 가치가 있는 장소를 접하면서 느끼는 쾌적함을 뜻하기도 한다. 이런 뜻이 확대되어 아름다움, 고상함, 즐거움의 의미도 가지게 되었다. 또한 그런 장소나 편의 시설을 의미하게도 되었다.

우리는 어메니티 상실의 시대를 살고 있다. 어메니티는 최신식으로 지어진 곳보다 주로 오래된 흔적에서 느끼는 쾌적한 기분인데 오래된 곳이 남아나지를 않기 때문이다. 재개발이라는 광풍에 휘말려 온통 사라졌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에는 공간을 압축하고 거리를 소멸하며 장소를 파괴하고 전통을 해체하는 일들이 마구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 정도가 더욱 심하다. 내가 어릴 적 살던 동네는 허물어져 이미 고층 아파트가 들어선 지 오래이고 어릴 적 다니던 학교도 이사를 가서 없어진 지 오래다.

리스본의 골목골목을 누비는 전차(사진: 박기철 제공).
리스본의 골목골목을 누비는 전차(사진: 박기철 제공).

그런데 리스본 구 시가지를 다니는 28번 전차(tram)를 타니 놀라웠다. 유럽 어느 나라를 다녀도 전차는 흔한데, 이 곳 전차는 특이하다. 크기가 절반 정도라 귀엽게 생겼다. 그런 귀여운 모양새로 산동네까지 다니는 것도 모자라 골목골목을 누빈다. 난생 처음 보는 광경이다. 내가 예닐곱 살 때 우리 집이 있었던 한양대 앞으로 전차가 사대문 안 시청까지 다녔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런데 이미 50년 전에 없앤 전차를 이들은 아직도 요긴한 교통수단으로 사용한다. 이 동네에 사는 아저씨 이야기를 들어보니 120년이 되었다는데 신기하다. 그 당시에는 말이 끌었단다. 믿거나 말거나 아무튼 이렇게 오래된 전차를 산동네 좁은 골목길에서 만난다는 게 너무도 신기하다. 이 28번 트램은 리스본을 간 사람이면 꼭 타보아야 할 필수(must) 코스다. 이 28번이 다니는 산동네에는 특별히 관광 자원화시키려고 무슨 문화 예술 시설을 만들고 길거리마다 조각을 세우고 담벼락마다 그림을 그리는 등 요란하게 애쓴 것들이 없다. 그냥 동네 사람들이 오래 전부터 사는 곳이다. 집들이 있고, 오래된 가게들이 있고, 식당들이 있다. 그런데도 자연스럽게 관광 자원이 되었다. 바로 어메니티가 살아 있기 때문이다.

나는 어메니티의 의미를 내 나름대로 더욱 확대해서 사용한다. 바로 미적 감각인 미감(美感)이다. 이를 연구하는 것이 미학(aesthetics)이다. 아름다움인 미가 뷰티(beauty) 그 자체라면 뷰티(美)를 통해 얻는 쾌적한 기분이 미감(amenity)이다. 뷰티는 내가 만들려고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어메니티란 상대방이 얻어서 느끼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최신식으로 아름다운 무엇인 뷰티를 만들려하기에 앞서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을 되살려 미적인 기분이나 감각인 어메니티가 자연스럽게 살아나도록 힘써야 할 때다. 그리 살리는 관점은 마초적 남성주의 성향에서 벗어나 따뜻하고 부드러운 여성적인 삶의 문화인 페미니즘일 것이다.

 

 

 

시골 마을에서 느끼는 어메니티

예전에 감 축제가 열리는 청도를 가려고 기차를 타고 밀양에서 내려 버스를 탄 적이 있다. 분명히 버스 기사는 물론 자리에 앉은 어르신도 청도를 간다고 했는데 청도에 내려보니 내가 가려던 청도가 아니었다. 나는 청도군의 중심인 청도를 가려고 했는데, 버스는 밀양군에 속한 청도면을 가는 것이었다. 서울에서도 신사동이 강남구와 은평구에 두 곳이나 있기에 초행자는 조심해야 한다.

리스본에서 '코임브라'를 가려다 발음을 잘못해서 다른 곳인 '코임브라오'로 가게됐다(사진: 박기철 제공)

외국 여행에서도 당연히 조심해야 한다. 리스본에서 코임브라를 가려고 했는데 내가 간 곳은 코임브라(Coimbra)에서 70여Km 남쪽으로 떨어진 코임브라오(Coimbrao)였다. 둘은 완전히 다른 지역이며 발음도 다르다. 코임브라는 ‘코’에 악센트가 있으며, 코임브라오는 ‘라’에 액센트가 있다. 이미 간 것을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코임브라오는 둘러볼 만한 아름다운 농촌이었다. 외국 여행을 할 때 큰 도시나 유명한 곳을 가게 되는데 잘못 길을 들어선 덕분에 시골 농촌 전원을 더 풍성하게 체험할 수 있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농촌이 주는 미감인 어메니티였다. 그냥 포르투갈의 농촌에 불과한 코임브라오는 그 풍경이 휴양 도시같았다. 우리의 거친 농촌 풍경과 많이 달랐다. 사진에서 보고 차창 밖으로 본 유럽의 시골 풍경을 직접 땅을 밟고 보니 체감이 달랐다.

포르투갈 코임브라오 시골 마을의 어메니티를 보여주는 풍경(사진: 박기철 제공)
코임브라오 옆 전원 도시 몬테레알 마을 공동 쓰레기장의 어메니티(사진: 박기철 제공)

코임브라오에서 가까운 전원 도시인 몬테레알(Monte Real)의 미감도 마찬가지였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마을 공용 쓰레기통이었다. 스텐인레스로 된 근사한 기둥이 있길래 조각품인 줄 알았는데 분리형 쓰레기통이었다. 거칠기 그지없는 우리네 쓰레기통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작년에 '1년 365일 everyday 쓰레기'에 관해 글을 썼는데 쓰레기통을 통해서 미감이 느껴지며 아름다운 삶의 문화를 느껴 보기는 처음이다.

 

 

주황색 지붕들이 자아내는 미감

경상남도 남해군에 독일 마을이 있다. 1960년과 70년대에 광부와 간호사로 독일로 파견되었던 분들이 살도록 남해군이 독일식으로 조성한 마을이다. 3년간 계약으로 1963년부터 1977년까지 1만여 명이 파견되었는데, 그 당시에 조성된 마을은 아니고 한참이 지난 2001년부터 수십여 가구를 조성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관광 자원을 만들기 위해 조성된 마을이다. 매년 10월이면 맥주 축제가 열리는데 많은 사람들이 찾아간다. 가게 되면 유럽풍의 분위기를 살짝 즐길 수 있다. 그 유럽풍 분위기를 이루는 것은 바로 주황색 지붕의 집들이다. 유럽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그런 주황색 집들을 여기저기서 만난다. 주황색 지붕은 유럽의 컬러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집들의 모양은 다르지만 지붕 색깔은 거의 같다. 획일적인 모양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일관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그 색깔의 일관성은 미감을 불러 일으킨다.

레이리아라는 작은 도시의 산 위에 보이는 성(사진: 박기철 제공)

코임브라를 가려다가 잘못들어서 코임브라오를 가느라 스치게 된 레이리아(Leiria)라는 작은 도시에서도 주황색 지붕은 여전하다. 버스 정류장에 내리니 도시에서 가장 높은 곳에 성이 보인다. 레이리아 성(Castello Leiria)이다. 성을 짓는 자는 망하고 길을 뚫는 자는 흥한다고 어느 유목 민족의 장군이 말했다. 징키스칸은 자신의 후손들이 비단옷을 입고 기와집에서 살 때 망할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어디를 가나 성이 있는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망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저 주황색 기와 지붕의 집들이 있는 나라들이 흥했다. 오히려 길을 뚫는데 정통하며 침략을 일삼았던 몽골족, 만주족, 흉노족 등 북방의 민족들이 망했다. 결국 그 말은 자기네들이 길을 뚫어 다른 나라를 침략하는 짓을 정당화하기 위해 그럴 듯하게 지어낸 말일 것이다. 저기 저 성은 누구를 막기 위해 쌓아졌을까? 역시 길을 뚫는데 능통하여 이 곳 이베리아 반도를 침입하고 정복하였던 무슬림들의 공격을 막기 위해 지어진 것 같다.

레이리아 마을의 산 위 성에서 산아래에서 보이는 마을. 여지없이 주황색 지붕들이 펼쳐져 있다(사진: 박기철 제공).

저 위의 성을 올라가 아래들 내려다보니 주황색 기와 지붕 일색인 도시의 경관이 아름답다. 별 달리 유명 관광지도 아닌 그냥 포르투갈의 소도시인데 고색창연하다. 미감을 불러 일으키는 경관이다. 민족이 다르고 국가가 달라도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아름답다고 느끼는 전경이다. 그러니 우리나라 사람들이 저런 전경이 아주 조금 있는 독일 마을을 가는 것일 게다. 저런 색깔의 도시를 만든 유럽인들의 미감은 도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특히 우리나라 소도시에까지 지어지는 고층 아파트들이 하나도 없다. 사실 이런 미감(amenity)이 부럽다. 부러우면 지는 것이라는데 이건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도 이들과 다른 우리 만의 독특한 미감을 가지는 일이 중요할 것이다.

칼럼리스트 박기철 reporter1@civic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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