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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1 네바다 도박장의 아르바이트 학생 / 장원호

기사승인 2017.07.17  06:3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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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부 고학하는 유학생] 하루 16시간 일하는 극한의 투잡 족이 되다

미국 북서부의 겨울에는 거의 매일 가랑비가 오지만, 얼음은 좀처럼 얼지 않았고, 눈도 거의 내리지 않았습니다. 늦은 봄 또는 초여름이 되면, 유학생들은 주말에 윌래밋 강(Willamette River)에 가서 무지개 송어 낚시를 했습니다. 이건 정말 신선 노름이었고, 더구나 송어 몇 마리라도 잡으면, 결혼해서 부부가 사는 유학생 아파트로 쳐들어 가서 송어 요리를 해서 먹으며 즐거운 이야기로 밤이 지새는 줄을 모르기도 했습니다.

송어 낚시로 유명한 오레곤 주의 윌래밋 강(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이런 주말 모임이 있는 날에 유학생들은 학교 공부도 힘들고 경제적 여유도 없어서 맥주 몇 병 마시는 게 고작이었고, 과음을 할래야 할 수도 없었습니다. 몇 번인가 화투로 1센트짜리 '섰다'를 한 적이 있는데, 재미가 별로 없었습니다.

여름방학이 다가오면서, 우리 한인 유학생들은 모였다 하면 여름방학에 네바다 도박장에 가서 어떻게 돈을 버느냐는 문제로 이야기 꽃을 피웠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여름방학 석 달 동안을 열심히 벌어서 한 해 동안 학비를 충당하고 있었으니, 이 여름방학 알바 계획이 일년 중 가장 중요한 문제인 것은 말할 것도 없으며, 이에 따른 여름방학 일화는 해도해도 끝이 없을 정도로 너무도 많습니다.

5월초에 봄 학기가 끝나면, 대부분의 한국 유학생은 이미 네바다 행 준비가 되어 있었으며, 차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동할 조가 짜여집니다.

나는 백화점 청소부 책임자를 그만두기가 싫었지만 석 달이면 3000달러 이상을 벌 수 있는 여름 알바 기회를 버릴 수 없어 5월 7일에 네바다 행을 결심했습니다. 다른 학생들은 대부분 벌써 네바다로 떠났고, 나는 L 양, B 양 두 여학생을 승객으로 모시게 뒤늦게 떠났습니다. 우리가 사는 유진에서 최종 목적지인 타호 호수까지는 20시간 이상 가야 했으며, 중간에 주유소 들러 기름 넣고 화장실 가는 일 빼고는 쉬지 않고 논스톱으로 달렸습니다.

유진에서 네바다로 가려면, 우선 오리건 주의 제일 남쪽에 있는 메드포드까지 내려와서, 거기서부터 동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럭키산맥 밑에 있는 네바다 주의 리노(Reno)를 향해야 했습니다. 메드포드부터 리노까지 가는 길은 2차선으로 준 사막지대였습니다. 인가가 없는 사막 길을 달리다가 혹시 자동차가 고장날까봐 조마조마했던 마음은 지금 생각해도 긴장감이 생길 정도였습니다. 가진 돈이 없다보니, 자동차가 사막 한 가운데서 멎으면 대처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더구나 여행 비용을 분담하면서 같이 가는 두 여학생 승객의 안전도 큰 걱정거리였습니다.

도박 도시 네바다의 리노(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리노는 네바다 주의 북쪽에 위치한 둘째로 큰 도시이며 와슈 카운티(Washoe County)의 행정부가 있는 상당히 큰 도박 도시 입니다. 이곳에 도착하여 하루를 지내면서 우리들의 지문을 등록해야 도박장에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범죄인이나 지문을 찍는다는 선입견 때문에, 막상 지문 등록을 하러가니 겁이 났고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우리들은 지문 등록을 마치자마자 한 시간이라도 아껴 빨리 가서 돈을 벌자는 마음으로 타호 호수(Lake Tahoe)로 출발했습니다. 몇 번이고 차에 물을 부어 차체를 식히면서 간 끝에 별일 없이 3000m 높이의 산속에 있는 타호 호수에 도착했습니다. 나는 타호 호수의 북쪽 캘리포니아 주 쪽으로 방을 잡은 다른 한국 남자 유학생들과 합쳤고, 두 여학생 승객은 다른 여학생들과 합류했습니다.

타호 호수 전경. 아름다운 호수를 둘러싸고 도박장, 호텔, 별장들이 들어선 휴양지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타호 호수는 국경을 사이에 두고 중국과 한국이 반반씩 차지하고 있는 백두산 천지 같이 그 반은 캘리포니아 주 편에 있고 다른 반 쪽은 네바다 주 쪽에 있어서, 네바다 주 쪽에만 도박과 유락시설이 있고, 캘리포니아 쪽에는 별장 또는 호텔 등이 있습니다.

한국 유학생들이 제일 많이 수년 간 일하는 곳은 칼네바(CalNeva)라는 도박장으로, 도박장의 반은 네바다 쪽이고, 반은 캘리포니아 쪽인 호수 북부에 있습니다. 

노동조합에 가입한 미국인 임금보다 싸고 연금과 보험을 물어주지 않아도 되는 외국 유학생들은 여름 한 철 싼 임금으로 고용할 수 있는 인력이어서, 이곳에 취직하기는 쉬웠습니다. 그래서 오레곤 주 뿐 아니라 그 근처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등에 있는 여러 대학에서 공부하는 많는 한국 유학생이 몰려왔고, 또 한국인들은 일을 잘하는 것으로 평판이 높았습니다.

칼네바 도박장 입구 모습(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도박장은 24시간을 영업했으며, 대부분의 한국 학생들은 하루 8시간 짜리 일을 2개 정도 하는 게 보통이었습니다. 근무 시간이 겹치지 않게 두 군데서 하루 16시간을 일했으며, 중간 중간에 쪽잠을 잤고, 공휴일도 없이 1주일에 7일을 계속해서 일하는 게 상례였습니다. 이렇게 체력이 견딜 때까지 열심히 일한 사람은 이곳을 떠날 때 5000달러 이상의 현금을 가지고 간다는 전설과 같은 이야기를 들었던 나는 죽어라고 일할 결심을 단단히 했습니다.

나는 도박장 알바의 대선배인 K 형, S 형의 조언으로 칼네바의 바에 취직했고, 도착한 날부터 출근했습니다.

나는 쇼 무대 앞에 차려진 바에서 소위 '바보이'를 했습니다. 바보이는 바텐더의 심부름꾼으로서 얼음이 떨어지면 얼음을 가져 오고 또 술잔을 깨끗하게 닦는 일을 했습니다. 하룻밤에 세 번 하는 쇼 때마다 손님이 300명씩 몰려오면, 술잔 닦기, 얼음 나르기에 정신없도록 바빴습니다.

자정이 지나면, 세 번째 쇼도 끝나고 바가 한가해집니다. 그러면 노름판에서 돈 잃고 마음 상한 주정꾼들 몇 명이 와서 술을 마시기보다는 바텐더를 잡고 인생 한탄을 시작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똑같은 쇼를 하루 세 번씩 보며 일주일이 지나니, 쇼의 대사를 외울 정도였고, 고성능 북소리가 지겨워졌습니다. 바에서 파는 그 좋은 술과 음식들은 나에게는 그림의 떡이었습니다. 종업원은 규정상 술을 못 마시게 되어 있었고, 잘 차려진 고급 저녁 한 끼를 남에게 날라다 주면서 냄새는 실컷 맡았지만, 정작 나는 식당에서 주는 가장 싸고 흔한 음식만을 먹어야 했습니다.

그래도 나는 일을 덜 하는 사람 축에 속했습니다. 다른 학생들은 한 곳에서만 일하는 것이 아니라, 앞에서 말한 것처럼, 시간을 쪼개어 겹치지 않게 다른 곳에서도 일을 하는 이른바 '두 탕'을 뛰고 있습니다. 마침내 나도 그 두 탕을 뛰기로 했습니다.

자동차 운전은 큰 트럭까지 몰 수 있는 실력이 있어서, 나는 바로 타호 호수 북쪽에 있는 고급 호텔의 세탁물 운반원으로 취직했습니다. 바는 저녁에 시작해서 새벽에 나오고, 호텔일은 아침 일찍 출근해서 오후 3시면 퇴근하는 일이었습니다. 8시간과 8시간을 연결해서 일하니 잠자는 시간을 확보하는 일이 가장 큰 일이었으며, 잠이 부족해지면서 점점 체력이 딸리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호텔일은 사용한 수건이나 침대보를 트럭으로 아침에 세탁소에 갖다주고, 세탁된 것을 찾아와서 호텔 구석 구석에 채워주었으며, 오후에는 다시 사용한 세탁물을 수집하는 일이었습니다. 호텔이 바와 가까운 곳에 있었던 까닭에 오가는 시간을 줄일 수 있었고 나는 견디기 힘든 날이면 트럭을 구석에 세워놓고 세탁물 위에서 한잠 잘 수 있는 꾀가 생겼습니다. 눈은 조금만 감았다 일어나도 개운했으며, 다시 저녁 8시부터 새벽 4시까지 바에서 일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호텔에서 청소하는 사람들과도 친해지고 지배인도 나를 좋아 했지만, 밀리는 잠 때문에 견딜 수가 없어서 호텔 일을 시작한 지 한 달만에 이 일을 그만두고 좀 더 쉬운 일을 찾기로 했습니다. 특히 졸린 상태에서 트럭을 운전하기가 힘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⑤-2 네바다 도박장의 아르바이트 학생에서 계속). 

미주리대 명예교수 장원호 박사 reporter1@civicnews.com

<저작권자 © CIVICnews / 시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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