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일 하는데 왜 남자 동기 월급이 더 많은지 모르겠어요.”

지난해 대기업 공채로 입사한 직장인 여모(29) 씨는 이직을 고민하고 있다. 같이 입사한 남자 동기의 월급이 자신보다 30만 원가량 더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서부터다. 여 씨는 같은 부서에서 같은 일을 하는 동기가 남성이라는 이유로 월급을 더 많이 받는다는 생각을 하면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고 말한다. 

그는 “심지어 학벌은 내가 더 좋은데, 왜 월급이 차이 나는지 모르겠다”며 “사내 남녀 차별 심하다는 기사를 봐도 공감하지 못했는데, 사회에 나오니 그 말이 딱 맞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4년제 대졸 근로자라도 남성 근로자가 여성 근로자보다 임금, 복지 후생 등 일자리의 질이 더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14일 ‘KRIVET Issue Brief’ 제127호를 통해 ‘대졸 청년의 성별 일자리의 질 비교’라는 조사 보고서를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근로자 월 평균 임금은 남성이 210만 7000원으로 여성 184만 4000원보다 26만 3000원 더 많았다. 정규직의 경우에도 남성의 월 평균 임금이 24만 6000원 더 많았다.

현 직장의 복지 후생에 만족하는 남성의 비율은 36.4%로 조사됐다. 이는 여성 응답자의 27.0%만이 직장 복지 후생에 만족한다는 답변에 비해 9.4%나 높은 수치다. 대기업 근로자의 경우에도 회사 복지 후생에 만족하는 비율은 남성이 여성보다 15.2%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 일자리에서 개인 발전 가능성에 대해 만족하는 비율도 남성이 여성보다 8.4%가량 높았다. 같은 4년제 대졸의 정규직이라도 남성이 여성보다 월 평균 임금과 복지 후생 만족도, 개인 발전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

남녀 격차가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남성이 여성보다 상대적으로 고강도의 일을 한다는 것. 예컨대 무게가 나가는 장비를 옮기는 일이나, 당직 등 야근 업무 등이다.

남성 직장인 오모(31) 씨는 “당장 우리 사무실만 봐도 여자 직원이랑 남자 직원이랑 하는 일이 3배 가까이 차이 난다. 여직원들은 비교적 단순 업무만 맡는 반면, 남자 직원들은 야근에 특근에…일 하는 양부터 다르다”며 “매일 무슨 통계치로 남녀 갈등을 조장하는 데, 지금 당장 가까운 사무실 가서 보면 온갖 힘든 일은 남자 직원들이 다 하고 있다. 하다못해 여직원들은 사무실 정수기도 안 들지 않냐”고 꼬집었다.

직장 내 남녀 격차 통계는 남녀 갈등의 오랜 논쟁거리다. 특히 한국의 남녀 간 임금 격차는 15년 연속 OECD 1위를 차지했다. 올해 조사에서도 이같이 나타났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성별 임금 격차는 지난 1985년 53.4%에서 지난 2000년 37.%까지 감소했으나, 2017년 현재에는 36.7%에 그쳤다. 이는 OECD 국가 중 가장 큰 격차다. 3.8%인 헝가리와 비교하면 9배가량 차이가 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여성의 출산 후 경력 단절을 성별 임금 격차의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경제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경력 단절 여성 등이 ‘일자리 취약 계층’으로 내몰려 격차가 심화됐다는 분석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여성 고용 정책 전반의 성 주류화 접근이 필요하다”며 “고용 정책 전반에서 성별 임금 격차 해소가 중요한 정책 목표로 설정되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 방안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취재기자 정인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