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에게 선물을, 건강한 모유 수급 위한 '모유 은행' 눈길
상태바
아기에게 선물을, 건강한 모유 수급 위한 '모유 은행' 눈길
  • 취재기자 김수정
  • 승인 2017.07.10 07: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증자 자격 엄격 관리...전문가 7인 만장일치 동의 얻어야 기증 가능 / 김수정 기자

건강한 모유를 기증받아 모유를 먹이지 못하는 모자에게 공급해주는 '모유 은행'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모유는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엄마한테서 받는 지극히 당연하면서도 소중한 선물이지만 산모나 아기의 건강 문제 등으로 인해 모유를 먹이지 못하는 가정도 의외로 많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모유 수유를 권고하고 있다(사진: 세계보건기구(WHO) 자료 화면 캡처).

이런 산모들은 다른 기관의 도움을 받거나, 온라인으로 모유를 구매하기도 한다. 하지만,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모유가 온라인을 통해 거래되는 경우도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모유 은행은 이런 산모들을 위해 설립됐다. 전문 의료인들이 비영리로 운영하는 모유 은행은 국내에서 엄선된 기증 모유를 유아에게 공급함으로써 모자 모두의 건강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모유 은행은 이미 선진국에서는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지만 국내에는 단 두 곳에 불과하다. 그중에서도 국내에서 유일하게 대학병원이 운영하는 강동경희대병원 모유 은행을 통해 모유 은행의 운영 방식을 들어보았다.

모유 은행은 영아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모유를 다루기 때문에 무엇보다 기증자의 자격을 엄격히 명시한다. 기증자는 분만 후 12개월 이내의 건강한 수유부여야 하고, 6개월 이내의 모유로 전파 가능한 바이러스에 관한 혈액검사지를 제출 가능한 자, 모유가 비영리 목적으로 사용되는데 동의하는 자 등의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기증 의사를 밝힌 사람들은 소아청소년과 교수, 산부인과 교수, 국제 모유 수유 전문가 등 총 7인의 만장일치로 선발된 후에 모유를 기증할 수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박은영 모유 은행장은 “기증자는 보건소나 병원에 가서 혈액 검사를 한다. 외국의 경우에는 모유 은행에서 직접 방문해서 착유하고 관리해주는데 우리나라는 기증자가 직접 수고해준다”며 “직접 착유해서 깨끗하게 보관해 기증하는 엄마들은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기증된 모유는 모유 공정 과정을 거쳐, 수혜자들에게 전달된다(사진: 강동경희대병원 모유 은행 제공).

기증받은 모유는 격리된 공간에서 공정 담당자의 엄격한 소독 과정을 거쳐 멸균된 용기에 옮겨진다. 이후, 미생물 제거를 위해 저온 살균 과정을 거쳐 안전성 검사를 통과해야 비로소 수혜자에게 전달된다. 강동경희대병원의 모유 은행은 기증자가 월 15~20명, 수혜자가 월 15명 정도다. 기증자와 수혜자의 비율 차이가 크지 않아, 누구나 수혜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수혜자인 아기들은 질병을 앓고 있거나, 미숙아, 입양아, 위장 계통의 문제로 분유의 단백질을 소화하지 못하는 등 각양각색의 사연을 갖고 있다. 수혜자의 자격은 모유가 필요한 12개월 미만의 영아, 미숙아, 일반적 알레르기 등을 가진 영아에 해당한다. 아기들은 소아과 의사의 소견서를 받은 후 수혜자로 선별된다.

이렇게 길고 꼼꼼한 절차를 거쳐 선별된 기증자와 수혜자는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으며, 인사를 나눈다. 강동경희대병원 모유 은행 홈페이지를 통해 기증자와 수혜자는 메시지를 남길 수 있다. 기증자는 “모유의 양이 많아서 걱정했는데, 이렇게 모유를 기증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 아기가 다른 친구들에게 나눠주는 선물이 될 것 같다”, “적게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 항상 밝고 건강한 아이를 키우길 바란다”는 등 따뜻한 격려와 함께 모유를 기증한다.

한 수혜자는 “처음엔 주변에서도 남의 모유를 먹인다는 것에 반문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병원에서 철저히 관리해줘서 안심이 됐다”며 “아기가 아토피였는데, 모유 은행에서 기증받은 모유를 잘 먹고 아토피도 나았다”며 고마워했다.

모유 은행의 운영 과정에도 애로 사항은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박은영 모유 은행장은 “가장 일 어려운 문제는 비용이다. 모유 은행은 사회에 환원하는 마음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운영경비는 물론 전문 인력을 동원해 멸균 작업을 하는 전 과정에 엄청난 비용이 든다”고 하소연했다. 박 씨는 또 “더 많은 모유를 기증받으려면 홍보가 필요한데, 아직 모유 은행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도 관련 대책을 마련 중이다. 이데일리의 보도에 따르면, 작년 7월 20일 더불어민주당 양승조 의원이 ‘모유 은행 설치’ 근거를 담은 모자보건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양 의원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미 덴마크, 독일, 영국 등 많은 선진국들이 모유 은행을 운영하고 있다”며 “안전한 모유 공급은 영아의 사망률을 낮추고 출산 장려 효과도 있다”고 전했다.

강동경희대병원 박은영 모유 은행장은 “모유는 혈액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중간 과정에서 멸균이 필요하다"며 "반드시 모유 은행을 통해 모유를 기증하고, 수혜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