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갑질' 정우현 구속에 떨고 있는 프랜차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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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갑질' 정우현 구속에 떨고 있는 프랜차이즈
  • 편집위원 이처문
  • 승인 2017.07.10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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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위원 이처문
편집위원 이처문

'갑질 논란’으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프랜차이즈라는 용어는 중세 프랑크족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 프랑크족은 전쟁으로 새로운 땅을 정벌하면 부족들에게 광산이나 농장 같은 사업권을 넘겨주었는데, 이를 ‘프랑크인처럼 대하다’라는 뜻에서 ‘franchise’라고 했다한다. 중세에서 출발한 프랜차이즈 개념이 현대에 와선 본사에서 가맹점에게 사업권을 준다는 의미로 진화한 셈.

프랜차이즈 사업의 원조는 1853년 재봉틀 회사를 세운 미국 뉴욕 출신의 아이작 메리트 싱거. 판매망을 늘리려고 소매업자들과 계약을 통해 프랜차이즈 개념을 처음 도입한 것. 이어 미국의 GM사가 광활한 미국에서 자동차를 팔기 위해 1898년 본격적인 프랜차이즈 사업에 나선다. 1910년대 이후 프랜차이즈의 효율성이 인정되면서 패스트 푸드로 확대됐다.

최근 하루가 멀다고 명멸하는 게 프랜차이즈 사업체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16년 현재 국내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5200여 개. 가맹점도 21만 개를 돌파했다. 시장 규모가 100조 원에 이르고 프랜차이즈 산업 종사자도 130만 명으로 급증했다. 하루 평균 3.6개 사업체가 문을 열고 2.4개 사업체가 폐업한다. 베이비 부머의 퇴직과 함께 소자본 창업이 가능한 프랜차이즈로 창업자들이 몰렸기 때문. 가맹 본사의 힘이 막강해지면서 ‘갑질’도 덩달아 기승을 부리는 건 당연지사.

정우현 전 미스터피자 그룹 회장이 엊그제 공정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됐다. 가맹점을 통해 수십억 원대의 ‘치즈 통행세’를 챙기고, 탈퇴한 가맹업자들을 겨냥해 저가 공세로 보복 영업을 한 혐의. 인근 경쟁 점포에서 1만 4000원짜리 치킨을 5000원에 팔고, 피자를 시키면 돈가스를 얹어주는데 ‘장사의 달인’인들 배겨낼 수 있을까.

정 회장은 평소 가맹점과 상생을 외치던 사람이다. 그런 그가 왜 갑질 논란에 휘말렸을까.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가 말하는 ‘아비투스(habitus)’ 개념은 특정한 사회 환경에 의해 형성된 개인의 취향이나 행동 패턴을 일컫는다. 영어의 습관(habit)과 연관이 있다. 아비투스는 개인의 취향이 아니라 개인에게 내재화된 계급적 취향이다. 최신형 요트와 명품 구매, 고급 와인을 즐기는 이들의 취향이 있는가 하면, 최신형 스마트폰과 삼겹살, 소주를 찾는 이들의 취향이 있을 수 있다. 다원화된 사회에서 다양한 취향은 높고 낮음이 있을 수 없을 터.

하지만 지배적 계층이 아비투스를 이용해 지배를 정당화하고, 지배 질서를 고착화하려는 게 문제. 부르디외는 이를 ‘상징적 폭력’이라 불렀다. 미스터피자의 갑질 또한 상징적 폭력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하다. 정우현 회장은 과거 매체와 인터뷰에서도 “모든 점주들을 사장으로 만드는 게 꿈”이라며 가맹점과 상생을 강조했다. “단, 내 말을 듣지 않으면 재미 없다”는 단서만 빼놓은 채.

프랜차이즈 업계에 만연한 ‘갑질 횡포’는 공적 문제의 사사화(私事化. privatization) 또는 정치의 사사화 현상에서 기인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사회의 구조적 문제나 공동체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개인의 책임과 운명으로 전가되는 게 사사화의 특징. 이런 상황에서 문제를 감당할 능력이 없는 개인들은 공동체에 의한 해결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벼랑에 선 사람들의 마지막 선택은 포기와 좌절이다. 지난 3월 미스터피자의 보복 영업에 시달리던 가맹점주 한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갑과 을의 상생 방법으로 ‘이익 공유제’를 내세운 사람이 정운찬 전 동반성장위원장이었다면, 여기에 초를 친 사람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었다. 정 전 위원장은 지난 2012년 대기업과 중소기업, 협력 업체들의 이익 공유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이건희 회장은 “나도 경제학을 공부했는데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라며 대놓고 비판했다. 자유시장 경제를 신앙처럼 받드는 대기업 총수에게 ‘이익 공유’라는 개념은 낯선 이웃처럼 불편했을 터.

김상조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이 최근 취임사에서 "경쟁법의 목적은 경쟁을 보호하는 것이지, 경쟁자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을’의 눈물을 닦아준다는 게 단순히 경제적 약자인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가맹 본부와 가맹 점주가 상생할 수 있는 공정한 룰을 만들겠다는 의미다. 빗발치는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일회성 때려잡기가 아니라 게임의 룰을 손질해 갑질 횡포를 뿌리 뽑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그러니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긴장할 수밖에.

어쨌거나 이번 일을 계기로 프랜차이즈 업계에도 ‘상생과 공유’가 정착되길 기대해본다. 어깨 편 가맹점주들이 ‘알바 시급 1만 원’도 감내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금상첨화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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