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마주한 한중 정상, 대북정책엔 공감, 사드 배치엔 평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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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마주한 한중 정상, 대북정책엔 공감, 사드 배치엔 평행선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7.07.07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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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베를린서 정상회담, 北 도발 억제 공동 보조...문 대통령, "경제 보복 풀어달라"요청도 / 정인혜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주석이 지난 6일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사진: 청와대 공식 페이스북).

한중 정상이 드디어 만났다. 

문재인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주석은 6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첫 정상회담을 열고 북핵과 사드 문제 등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오전 9시께 베를린의 한 호텔에서 만난 두 정상은 당초 예정 시간이었던 40분을 훌쩍 넘긴 75분 간 회담을 진행했다.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은 이날 정상회담 브리핑에 나섰다. 이날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두 정상은 서로에게 덕담을 건네며 회담을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한국과 중국은 경제문제뿐 아니라 북한 비핵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대단히 중요한 협력관계에 있다”며 “올해 한중 수교 25주년을 계기로 양국이 실질적이고 전략적인 협력 동반자 관계로 발전해 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세월호 선체 인양을 언급하며 중국 기업인 상하이셀비지의 노고에 감사한다는 말도 전했다. 문 대통령은 “상하이셀비지가 초인적인 노력으로 세계에서 유례 없이 가장 빠르게 선체를 무사히 인양한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이 기회를 빌려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시 주석도 문 대통령의 자서전에 등장한 구절을 언급하며 문 대통령에게 친근감을 표시했다. 시 주석은 “저와 중국 국민에게 문 대통령은 낯설지 않다”며 “특히 자서전에서 언급한 ‘장강의 뒷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낸다”는 말은 저에게 아주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두 차례 특사를 파견함으로써 한·중 관계를 개선·발전시키려는 제 의지에 화답했다”며 “이번 회담을 기회로 양국 주요 관심사에 대해 솔직하게 소통하고 양국 관계의 개선·발전과 지역 평화 발전을 수호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주석이 6일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사진: 청와대 공식 페이스북).

▲ 北 탄도 미사일 발사 용납할 수 없어…양국 긴밀한 공조 약속

양 정상은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를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국제사회가 제재 및 압박을 통해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유도하는 것과 동시에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중국이 UN 안보리 의장국으로서 지도적인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시 주석은 대북 안보리 결의를 완전히 이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시 주석은 “북핵과 미사일 개발 저지를 위해 최대한 노력 중”이라며 “UN 안보리 차원의 조치와 관련 앞으로 관련국들과 긴밀히 협의하면서 적절한 여러 가지 방안을 조율하겠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시 주석은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자 하는 문 대통령의 주도적 노력을 지지한다”며 “남북한이 화해와 협력을 통해 자주적이고 평화적인 통일 기반을 이뤄나가기를 기대한다”고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 사드 문제는 숙제로…“지금까지 해왔던 입장만 되풀이”

이날 양국 정상회담의 최대 관심사는 사드 문제 해결책이었다. 하지만 청와대는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대신 말을 아꼈다. 박 대변인은 이날 “양국 정상은 이견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했다”며 “상호 이해 증진을 위해 고위급 채널 등을 통한 다양한 소통을 강화해 나가는데 뜻을 같이 했다”고만 전했다.

‘이견이 있는 부분’은 사드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양국 모두 이에 대한 해법을 숙제로 미뤄둔 셈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이데일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양측 간 사드란 표현을 쓰지 않고 이견이 있는 부분이라고 표현하기로 합의한 것”이라며 “(회담에서) 사드 이야기를 한 것은 맞지만, 지금까지 서로 해왔던 입장만 되풀이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은 사드보다는 북핵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에 보다 중점을 두면서 한중 관계 회복의 메시지를 던지는 데 주력했다. 문 대통령은 중국의 경제 보복 조치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각종 제약으로 양국 간 경제, 문화, 인적 교류가 위축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는 것이 양 국민 관계 발전에 미칠 영향을 감안해 각 분야에서의 교류 협력이 더욱 더 활성화될 수 있도록 시 주석이 지원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시 주석은 “중국민들의 관심과 우려를 고려치 않을 수 없으나 양국 간 교류 협력이 정상화되고 나아가 보다 높은 차원에서 확대되기를 희망한다”고 대답했다.

두 정상은 멀지 않은 시간 내에 다시 만나 대화를 재개할 예정이다. 시 주석은 문 대통령에게 “향후 편리한 시기에 중국을 방문해 보다 심도 있는 대화를 계속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평창올림픽에 방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중국을 상징하는 색깔인 빨간색 넥타이를, 시 주석은 푸른색 계열의 넥타이를 맸다. 평소 문 대통령이 빨간색 넥타이를 잘 매지 않았다는 점에 비춰 일각에서는 두 정상이 서로를 배려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한중 정상회담이 별 탈 없이 마무리된 데 안도하는 모습이다. 직장인 정주윤(51) 씨는 “파국으로 치달을 줄 알았는데 문 대통령이 시진핑을 만나서도 잘 해준 것 같다”면서도 “중국은 사드 배치를 철회하겠다고 하기 전까지는 절대 안 물러설 것 같은데 좀 더 밀어 붙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는 문 대통령을 응원하는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네티즌들은 “드디어 각국 정상들과 대화가 통하는구나”, “문 대통령 잘한다”, “할 말은 하는 당당한 대통령, 지지한다”는 댓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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