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공공 프로젝트 '시민의소리' 조형물 놓고 찬반 양론
상태바
서울광장 공공 프로젝트 '시민의소리' 조형물 놓고 찬반 양론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7.07.08 07: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피커 200여 개 쌓은 모양...“제2의 쓰레기 신발” vs “의미 깊은 작품” 이견 팽팽 / 정인혜 기자
서울광장에 설치된 조형물 '시민의목소리'(사진: 서울시 제공).

서울광장에 설치된 스피커 모양의 조형물 ‘시민의목소리’를 두고 시민 사이에 찬반 양론이 일고 있다. 

'시민의목소리'는 스피커 200여 개를 쌓은 모양을 가진 5.2m 높이의 탑으로, 1970~1980년대 사용한 오래된 스피커를 청동으로 본을 떴다. 서울시의 공공 미술 프로젝트 ‘오늘’의 첫 번째 작품이다.

설치된 스피커를 직접 작동시킬 수도 있다. '시민의목소리' 앞에 설치된 마이크에 목소리를 녹음하면 배경 소리에 섞여 스피커를 통해 재생되는 식이다. 오는 12월까지 서울광장에 전시될 예정이다. 서울시 변서영 디자인정책과장은 “탄생에서부터 활용까지 시민의 참여로 완성되는 뜻깊은 작품”이라며 “서울광장을 찾는 시민들이 작품을 활용하면서 이색 예술 경험을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접한 시민들은 그다지 반갑지 않다는 반응을 보인다. 주부 장지현(31, 서울시 강동구) 씨는 “서울에 흉물이 또 하나 늘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장 씨는 “도대체 누구 좋으라고 이런 걸 설치해 놓은 건지 모르겠다. 아름답지도 않고 실용성도 없어 보인다”며 “국민 혈세 동원해 서울을 누더기로 만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의목소리'를 보기 위해 일부러 서울광장을 찾았다는 배모(35) 씨는 “버리는 쓰레기들 모아서 작품이라고 만들고 돈을 챙긴 건지...조형물이 뒷돈 챙기기 제일 쉽다던데 이것도 그런 게 아닐는지 의심스럽다”며 “버린 신발로 쓰레기더미 만들더니 이번에는 스피커냐”고 비난했다.

지난달 20일 서울역고가에 설치된 '슈즈트리'. 슈즈트리는 흉물논란에 휩싸여 설치된지 9일 만에 철거됐다(사진: 취재기자 정인혜).

배 씨가 언급한 ‘신발 쓰레기 더미’는 지난달 20일 서울역고가에 설치된 ‘슈즈트리’를 칭하는 것이다. 슈즈트리는 헌 신 3만여 켤레를 길이 100m 높이 17m로 이어붙인 작품으로, 제작 당시부터 ‘흉물’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전시에 1억 3900만 원이 투입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금 낭비 논란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서울시는 결국 9일 만에 이를 철거했다.

'시민의소리'는 인터넷에서도 뜨거운 논쟁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의목소리 전시 소식을 전하는 기사에는 하루 만에 2000여 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거의 대부분의 댓글은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네티즌들은 “이런 거 그만하고 숲이나 세워라”, “조형물이 돈 해먹기 참 쉽다던데”, “쓰레기 좀 그만 만들어라”라는 댓글을 남겼다.

물론 비난하는 의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조형물에 담긴 ‘메시지’를 강조하며 이를 반기는 시민들도 있다. 주부 김정아(41, 서울시 동작구) 씨는 “인터넷에도 하도 난리길래 솔직히 얼마나 흉물스러울까 궁금해서 왔는데, 직접 보니 생각처럼 나쁜 것 같진 않다”며 “시민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전시물 같아서 의미가 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김 씨는 “(조형물이) 혼자 덩그러니 서 있으니 좀 썰렁하다는 느낌은 있다”고 덧붙였다.

박수현(22) 씨도 “솔직히 슈즈트리는 냄새도 나고 좀 충격적이었는데, 이건 의미도 좋고 미적으로도 괜찮은 것 같다”며 “서울을 찾는 외국인들에게도 인상 깊은 조형물로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