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면 종이통장 발급해 준다지만 은행 문턱 높아지는 게 아니냐"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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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면 종이통장 발급해 준다지만 은행 문턱 높아지는 게 아니냐" 걱정
  • 취재기자 김수정
  • 승인 2017.07.04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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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종이통장 감축 시행 놓고 디지털 소외 계층 불안감 토로...금감원은 “걱정할 필요 없다” / 김수정 기자
2017년 9월부터 종이통장이 아예 사라진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수정).

2017년 9월부터 종이 통장이 사라진다는 소식에 디지털 소외 계층과 고령층, 저소득층이 울상 짓고 있다. 60세 이상이나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면 종이통장이 선택적으로 발급되면서 전자 결제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에겐 그만큼 금융 거래의 문턱이 높아지고 '금융 소외' 현상이 심각해진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단계 종이통장 발행 감축 계획’은 새롭게 은행에 계좌를 개설하는 신규고객과 60세 미만의 고객을 대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즉, 이미 은행에 계좌를 개설해 종이통장을 발행받고 있는 기존 고객과 60세 이상의 고객은 원한다면 종이통장을 발행받을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종이통장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희망에 따라 제공되는 것으로 발급 시스템이 바뀌는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2017년 9월 이후에도 종이통장 발급을 원하는 고객은 누구나 종이통장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무조건 일률적으로 종이통장을 발행하던 이전 방식과는 다르게 고객의 요구에 의해 종이통장을 발행하고, 별다른 의사 표명이 없으면 종이통장을 발행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들 중 본인이 종이통장 발급을 원하지 않을 때는 금리나 수수료 등에서 우대받을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은행에서 계좌를 개설할 때 제공되던 종이통장은 분실이 잦은데다 분실 시 종이통장에 있는 인감 및 서명이 악의적으로 도용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금융기관은 종이통장 발행에 따른 제작비와 인건비 부담이 크다고 덧붙였다. 금융감독원은 또 불법 대포 통장 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오는 9월부터 종이통장이 사라진다는 소식에 고령층과 저소득층, 디지털 소외 계층 국민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손기자(73, 부산시 동래구) 씨는 “우리 같이 나이 든 사람들은 종이통장의 글씨도 돋보기 끼고 봐야 한다. 게다가 스마트폰 사용이라니 우리에게는 더욱 힘든 일”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주부 김순영(49, 부산시 사하구) 씨는 “종이통장이 사라지는 추세라니 두려움이 생긴다. 기계를 잘 못 다루기 때문에 한눈에 거래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종이통장이 필요한데 이 모든 과정이 전자 시스템으로만 이용 가능하다면 불편할 것 같다”고 걱정을 표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밝힌 ‘2016년 디지털 정보 격차 실태 조사’에 따르면, 장노년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이 일반 국민의 54.0%로 가장 낮은 수준이며, 농어민이 61.1%, 장애인이 65.4%, 저소득층은 77.3% 순으로 나타났다.

종이통장의 단계적 감축이 소외 계층을 양산해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금융감독원 은행제도팀의 곽범준 팀장은 “종이통장을 아예 없애는 것으로 생각하시는데 이는 오해다. 종이통장은 없어지지 않고, 계좌를 개설할 때, 고객에게 종이통장 발급에 대해 여쭤봄으로써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뿐이다”고 말했다.

농협은행 화합로 지점 수신팀의 이해경 팀장은 “이번 종이통장 관련 소식을 듣고 고령층 고객들이 창구에 와서 어떻게 하냐며 물으시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그럴 때마다 고객들에게 알기 쉽게 종이통장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한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우리 은행의 경우, 아직 구체적인 시안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종이통장 발급을 감축함으로써, 인건비가 절약되고 그 부분이 고객에게 금리 인상 및 수수료 감면 등의 혜택으로 돌아간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은행 지점이 계속 줄고 있는데다  ATM기도 계속 줄고 있는 추세에서  원하는 사람에게 선택적으로 통장을 발급해주는 것으로 금융기관의 소임을 다했다고만 할 게 아니라 금융 소외 계층을 위한 서비스 개선 작업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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