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동굴 주점' 부산 좌천동굴 8년만에 새 단장..."주점은 어디 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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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동굴 주점' 부산 좌천동굴 8년만에 새 단장..."주점은 어디 갔지?"
  • 취재기자 김태우
  • 승인 2017.07.02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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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 식히기 좋은 곳, 시민들 발길 이어져...오전 10시~오후 4시 개방 / 김태우 기자
새 단장을 한 부산 좌천동의 좌천동굴 입구(사진: 취재기자 김태우)

지난 3월 다시 말끔한 모습으로 다시 개방된 부산 동구 좌천동굴에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좌천동굴은 지난 2009년 도로 확장 공사로 인해 막히기 전까지 동굴 주점으로 사용되던 곳이다. 특히 여름에 시원하고,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는 등 운치까지 갖춰 30년 동안 큰 인기를 끌었다. 일제강점기에는 방공호로, 6.25전쟁 때는 피란민 거주지로 사용되기도 했다.  동굴 안내원인 이영자(72, 부산시 동구) 씨는 “좌천동 명소인 동굴집(주점)으로 유명했던 곳이라 8년 만에 다시 개방하니까 추억을 찾아 방문하는 시민들이 많다”고 말했다.

좌천동굴로 가는 길은 좌천동 지하철역 1번 출구에서 나와 가구 거리를 따라 걷다 부산 성산교회에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된다. 동굴의 크기는 길이 50m, 폭 2m, 높이 2m이고, 모양은 A자형으로 양쪽에 입구가 있어서 드나들기가 편하다. 동굴 개방 시간은 매일 오전 10시 ~ 오후 4시. 양쪽 입구에 동구 시니어클럽에서 파견된 안내원이 있다.

막걸리 저장고로 활용할 계획이었던 좌천동굴(사진: 취재기자 김태우)

이 동굴은 역사 마을 만들기 사업의 일환으로 동구청이 주도해 지난해 2월에 복원 사업을 시작했다. 공사를 마무리하고 이전처럼 동굴 주점이나 카페로 만들려고 했으나 전기와 수도 사용에 어려움이 있어 아트 갤러리와 막걸리 저장고로 제작됐다. 좌천주민협의회에서 빚은 막걸리를 보관할 예정이었지만, 온도 유지 등 문제가 있어, 막걸리 저장고는 다른 곳에서 운영하하고, 지금은 동굴의 일부만 활용되고 있다. 향후 사업 계획과 관련해 부산 동구청 담당자는 “아직 특별한 활용 계획은 없지만 동굴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좌천동굴 내부(사진: 취재기자 김태우)

동굴에 들어서자마자 바깥 공기와는 확연하게 다른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동굴 내부에는 막걸리 정보와 동굴의 역사가 기록된 안내판이 있다. 중간 지점에 위치한 큰 안내판에는 일제 강점기에는 방공호(적의 항공기 공습이나 대포, 미사일 따위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땅속에 파 놓은 굴이나 구덩이)로 만들어졌다고 추정된다는 사실과 6.25 때 피난민들이 임시 거주지로 사용됐다는 이야기가 적혀 있다.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을 겪었던 안내원 이 씨는 그때를 떠올리며 “특히 젊은 사람들이 이런 아픈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며“(매축지 마을에 있는) 문화원뿐만 아니라 여기도 많이 찾아와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근 동구로 이사 온 대학생 김유림(23, 부산시 동구) 씨는 “집 근처에 동굴이 있어서 놀랐다”면서 “아직 개발이 안 된 뒷길도 정비하면 좋겠다”고 아쉬워했다.

대학생 안모(25, 부산시 진구) 씨는 “정공단(임진왜란 때 순절한 부산첨사 '정발'을 기리기 위한 석단)이나 주변에 있는 다른 문화 유산은 알고 있었지만 좌천동굴에도 이런 역사가 있었는지 처음 알았다”며 “동굴 안에 들어오니 무더위를 날릴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동굴집(주점)이었던 때의 좌천동굴(사진: ‘문화유적분포지도 부산광역시’, 부산광역시, 부산대학교, 2006)

 

동굴집 내부 사진, 동굴 안에 옹기종기 테이블이 놓여져 있다(사진: ‘문화유적분포지도 부산광역시’, 부산광역시, 부산대학교, 2006)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이 기록된 안내판 건너편에는 동굴집이었던 역사가 있다. 약 30년 전, 동굴집 주인들이 구청에서 동굴 사용 허가를 받고 주점으로 사용된 좌천동굴.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포근한 동굴의 매력 덕분에 오랜 기간 주점으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래서 동굴집 때 추억을 찾아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도 있었다.

주부 정모(54, 부산 해운대구) 씨는 과거 술집이었던 동굴집의 추억을 찾아 좌천동굴을 방문했다. 그는 “좌천동굴에 오니 남편과 대학 시절 왔던 추억도 떠오르고, 동굴 갤러리가 된 모습도 좋았다”고 말했다.

대학생 때 동굴집에 들렸던 김우성(58, 부산시 동구) 씨는 “친구랑 술잔을 부딪칠 때 동굴 천장에서 물이 떨어진 게 기억난다”했고, “예전처럼 주점이었으면 자주 올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현재 출입이 금지된 물만골 지하벙커(사진: 취재기자 김태우)

좌천동굴 뿐만 아니라 다른 방공호와 땅굴도 정비 사업을 계획 중이다. 작년 국제 아이디어 공모전을 열었던 연제구의 물만골 지하 벙커, 중구의 땅굴이 대표적인 예다. 아픈 역사를 간직한 곳들이 역사 교육 체험장과 관광 자원으로 재탄생하기를 주민들은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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