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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 언론, 뉴스 신뢰도 36개국 중 꼴찌..."논쟁 휘말리기 싫어 뉴스 기피"

기사승인 2017.06.29  07: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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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언론진흥재단,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공동 조사...한국민 절반 이상이 뉴스 기피 경험 / 김지언 기자

국민이 생각하는 한국 언론 신뢰도에 적신호가 켜졌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한국인의 뉴스에 대한 신뢰도가 미국, 유럽, 일본을 포함한 36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이같은 결과는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공동으로 연구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7'에서 확인됐다. 이 조사는 각국의 뉴스 신뢰도를 측정하기 위해 "대부분의 뉴스를 거의 항상 신뢰할 수 있다”는 공통 문항을 제시한 뒤 “동의한다”는 응답은 신뢰한다는 응답으로, "반대한다"는 응답은 불신뢰한다는 답으로 분류해 신뢰도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설문에 참여한 36개국의 평균 뉴스 신뢰도는 43%로 나타났다. 뉴스에 대한 불신 응답은 26%로 집계돼 신뢰가 불신보다 17%p 더 높았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뉴스 신뢰도는 23%에 그쳐 36개국 가운데 그리스와 함께 최하위를 기록했다. 한국의 뉴스에 대한 불신 응답은 27%로 신뢰 응답보다 4%p 더 높게 나타났다.

뉴스 신뢰 응답 정도를 보면 핀란드가 62%로 1위, 브라질이 60%로 2위, 포르투갈이 58%로 3위를 기록했다. 검열제도 때문에 언론 자유가 제한된 말레이시아(29%)와, 정부와 언론이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는 슬로바키아(27%)보다도 한국의 뉴스 신뢰도가 더 낮은 수준이었다.

39개국의 뉴스 신뢰도를 나타내는 통계 자료(사진: 한국언론진흥재단 제공).

이런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대학생 정시훈(26,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세월호 오보부터 시작해서 언론 신뢰도에 대한 의심이 생겨났다”며 “언론이 특종 경쟁에 치우쳐 화제성 기사만 양산하느라 팩트 확인에 소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장가희(26, 부산시 동구) 씨는 “‘기레기’라는 단어는 우리나라에만 존재한다”며 “요즘 기자들이 기사의 정확성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 기레기라는 단어가 괜히 생겨난 것이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일간지 기자는 “뉴스 유통 구조의 변화로 인해 우후죽순처럼 등장한 인터넷 뉴스 매체들이 기존 저널리즘의 핵심인 ‘진실 추구’는 하지 않고 조회 수 높이기에만 급급하다보니 검증되지 않은 뉴스들이 인터넷을 타고 널리 퍼지고 있다”며 “기존 신문 등 전통 매체들도 문제가 있지만 여전히 ‘팩트 확인’과 ‘진실 추구’ 등 저널리즘 원칙을 지향하며 독자들에게 검증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검증되지 않은 기사를 언론이 게재하는 행위는 독자를 속이는 사기 행각”이라고 단언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KNN 길재섭 기자는 “사실이 아닌 기사가 나오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각 언론사들이 만들어내는 뉴스를 국민들이 못 믿겠다는 의견을 내비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사에 사실 그대로를 담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니 언론사들이 공정하게 기사를 쓸 수가 없다”며 “언론은 정치 권력으로부터 어느 정도 거리를 둬 사건을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경성대 커뮤니케이션학부 신문방송전공 박시현 교수는 “뉴스를 만드는 사람에게 전적인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며 “뉴스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뉴스를 소비하는 시민도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따져 묻는 등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뉴스 기피 경험의 유무에 대해서도 한국인들은 절반 이상이 “기피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 “최근 뉴스를 보지 않으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한 적이 있다”는 문항에 대해 36개국 전체 응답자의 56%가 동의했다. 적극적으로 뉴스를 기피한 경험이 가장 많은 나라는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는 터키(84%)와 보수 정부가 공영방송 장악을 시도하는 크로아티아(82%), 한국과 더불어 뉴스 신뢰도가 가장 낮은 그리스(78%)였다. 국정 농단으로 대통령 탄핵 정국 속에 놓여있던 한국은 뉴스 기피 경험이 54%로서 중간을 조금 웃도는 수준을 보였다.

36개국 뉴스 기피 경험자들은 뉴스를 기피하는 이유로 “뉴스를 보면 기분이 나빠져서”(44%), “뉴스가 진실이 아니라서”(33%),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해서”(27%), “보기 싫은 이미지 때문에”(20%), “논쟁에 휘말리기 싫어서”(18%) 등을 꼽았다. 

이와 달리 한국에서는 뉴스를 꺼리는 이유로 “논쟁에 휘말리기 싫어서”(56%)가 가장 많아 눈길을 끌었다. 그 다음으로 “뉴스를 보면 기분이 나빠져서”(44%), “진실이 아니라서”(26%),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18%) 등이 뒤를 이었다.

'뉴스를 기피해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 우리나라는 39개국 중 중간 수준을 기록했지만 100명 중 50명꼴로 뉴스를 피한다는 것을 방증한다(사진: 한국언론진흥재단 제공).

설문에 참여한 우리나라 국민이 꼽은 뉴스를 기피하는 이유(사진: 한국언론진흥재단 제공).

대학생 김재현(24,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씨는 “한국에서는 정치 얘기를 하면 싸움이 일어나기 십상이라 피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사회가 번잡스러우면 사람들이 사회 문제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하는데 짜증난다고 내버려두면 세상은 결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 기피 현상에 대해 길재섭 기자는 “5·9 대선 당시 정치 관련 보도의 경우, 각 당과 후보들이 특정 이슈에 대해 주장을 하고 있지만, 여러 주장들을 따라가다 보면 정치적인 다툼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러다보니 수용자들 역시 싸움에 휘말리는 기분을 느끼게 되고 명쾌한 해결도 나지 않아 찝찝함을 안게 된다”고 말했다. 또 “요즘 뉴스에서는 정확한 사실이 아닌 양쪽 의견을 모두 담아주는 중립적 태도를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과연 누가 사실을 말하고 있는지 판단하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진보 성향을 가진 사람은 보수 성향의 사람보다 디지털 뉴스를 더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경우 ‘주로 의존하는 뉴스 출처’와 관련해 디지털 미디어를 꼽은 비율은 진보층(52%)이 보수층(39%)에 비해 13%p 더 높았다.

정치 성향에 따른 디지털 뉴스 이용 격차는 소셜 미디어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진보층은 전 세계 응답자의 57%, 보수층은 32%가 소셜 뉴스를 이용한다고 답했다.

정치 성향에 따라 디지털 뉴스를 이용하는 정도에는 차이가 있다(사진: 한국언론진흥재단 제공).

이런 결과에 대해 대학생 김모 씨는 “나이가 많은 분들은 대개 보수적인 성향을 띤다”며 “스마트폰 사용이 어색한 어른들은 SNS를 잘 이용하지 않아 진보 성향이 강한 젊은이들이 디지털 뉴스를 더 많이 이용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길재섭 기자는 “국내에서는 인터넷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되다 보니 조금 진보적인 성향을 띠게 되는 것”이라며 “정치권에서도 보수층보다는 진보적인 진영에서 인터넷 혹은 디지털 뉴스를 이용하는 모습을 자주 보이다보니 이용자들 역시 진보 진영의 뉴스를 소비하거나 원하는 이들이 더 늘어났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시현 교수는 “기존 언론에 대한 신뢰도는 낮고, 오히려 기존의 뉴스에서 다루지 않는 이슈를 보도하는 대안 언론에 대한 지지도와 신뢰도가 높다”며 “대안 언론을 소비하는 이용자들은 해당 언론사의 성향을 따라가기 때문에 진보 성향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취재기자 김지언 reporter1@civic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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