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에 10만 번 도는 초소형 모터 개발이 당면 연구 과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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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에 10만 번 도는 초소형 모터 개발이 당면 연구 과제죠"
  • 취재기자 박영경
  • 승인 2017.06.18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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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대 융합시스템공학부 안진우 교수 인터뷰..."4차 산업혁명 시대엔 융합이 최대의 화두" / 박영경 기자
안진우 교수가 직접 뽑은 과학자로서 가장 자랑스러운 업적은 아주 소수의 위대한 과학자에게만 수여되는 과학기술훈장인 웅비장을 받은 것이었다(사진: 취재기자 김정훈).

우리나라 정부가 과학 기술 분야 최우수 연구자에게 수여하는 과학기술훈장 ‘웅비장’ 수훈, 전동기 관련 논문 200여 편 발표, 이중 세계적 국제 학술지를 의미하는 SCI급 논문 50편, 대한전기학회 우수 논문상 및 학술상 수상, IEEE(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 국제학술대회 조직위원장 역임, 부산과학기술상 수상, 보건복지부 장관 및 부산광역시장 표창, 대학의 연구 업적 우수상, 산학협력 우수상, 교육 업적 우수상 수상. 

이런 화려한 연구 경력과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과학자는 누구일까?

경성대 융합시스템공학부 메카트로닉스공학과 안진우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전기공학계의 대가다. 지난 9일 태국 방콕에서 개최된 제2회 국제 전기차 기술 학술대회에서 강연자로 특별 초청돼 고속 전동기 기술에 대해 강연하고 귀국한 안 교수를 만났다. 

약속의 힘

저명한 전기공학자가 말하는 연구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는 사람의 인생이나 업적은 그 사람의 생활 방식의 결과라고 굳게 믿는다. 그가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자신과의 약속이다. 그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부터 시작해서 규칙적이고 계획적으로 생활할 것을 자기 자신과 약속했다. 안 교수는 “어릴 때부터 항상 약속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고, 다른 사람들과의 약속은 물론이고 나와의 약속도 하나하나 잘 지켜왔던 것이 지금의 나를 만든 듯하다”고 말했다.

안진우 교수는 작은 약속이라도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것을 생활신조로 삼고 있다. 그래서 그는 약속 잡는 것을 굉장히 신중하게 고려한다. 개인 간의 약속은 물론 준법과 같은 사회와의 약속도 중시한다. 담배꽁초를 길거리에 버리지 말라는 것이나 남의 물건을 훔치지 않는 것이나 모두 다 사회와의 약속이란 게 그의 생각이다.

“연구는 나의 길”

안 교수가 학자로서의 길을 가겠다고 결정한 것은 대학교 3학년을 마치고 군에 입대한 이후였다. 그는 고달픈 군 생활 중에 ‘몸으로 고생하는 것보다 머리로 고생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제대와 동시에 학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부모에게 알리자, 부모들은 그가 연구에 몰두하도록 적극 지지하고 후원해 주었단다. 안 교수는 “그 당시에는 대학을 나오면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너도나도 데려가려고 했는데, 취업하지 않고 학자가 되겠다는 나의 결심을 믿어준 부모님께 그저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당시 별다른 고민 없이 전기공학을 전공으로 선택했다. 그에게는 전기공학이 왠지 멋있어 보였다. 어딘가 모르게 잘 될 것만 같은 예감이 드는 학문이기도 했다. 그것은 일종의 우연 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모든 인생이 다 계획적이고 준비된 상태로 이루어지는 것 같지만 사실은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내가 전기공학을 선택한 것도,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지 않고 이 분야에 몰두하겠다고 다짐한 것도 모두 순간순간 우연의 연속”이라고 말했다.

‘릴럭턴스(Reluntance) 모터’ 연구에 대한 애착

인터뷰가 연구 이야기로 들어가자, 안 교수는 눈을 반짝였다. 그는 새로운 형태의 모터인 ‘릴럭턴스 모터’ 연구에 특별한 애착을 가지고 있다. 그가 처음 릴럭턴스 모터를 연구하겠다고 했을 때 학계는 다소 냉소적인 입장을 보였다고. 모터의 회전 부분에 코일과 자석이 없고 쇠뭉치만 있는 릴럭턴스 모터를 본 다른 학자들은 “그 모터는 돌지 않을 것이다”, “그 모터가 어떻게 돌 수 있느냐”면서 부정적인 의견을 펼쳤다. 하지만 부단한 연구 끝에 지금은 릴럭턴스 모터가 자신의 이론대로 잘 만들어져 산업현장 곳곳에서 쓰이고 있다.

릴럭턴스 모터 연구의 선구자인 안 교수는 처음으로 무언가를 시도할 때 세상에 수용되는 과정이 쉽지 않다는 것을 그때 실감했다고.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발명이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이 생각나기도 했지요.”

그래도 그에게는 아쉬움이 남아 있다. 릴럭턴스 모터 연구를 상당히 선구적으로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적인 연구 성과는 생각보다 많이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안 교수는 스스로 릴럭턴스 모터 분야에서 압도적으로 학계를 선도할 기회가 있었지만, 나중의 성과는 남을 압도할 정도는 아니라고 자평하고 있다. 그는 “큰 연구 지원으로 거대 연구 그룹을 결성해서 연구를 진행했다면 지금과 조금은 다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많은 연구 지원을 못 받아 생각보다는 성과가 만족스럽지 않고, 그래서 가장 애착이 가는 연구이면서도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전동기 연구의 미래

안진우 교수는 현재 전동기 속도와 크기의 한계를 극복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일반적인 모터 연구는 “얼마나 힘이 세냐”에 집중되어 있는데, 이제부터는 모터를 소형화해도 힘이 같거나 더 강해지는 모터가 필요한 시대가 됐다고 한다. 모터가 작아질 때 회전 속도의 한계를 극복하는 게 관건이라는 것. 현재 세계적으로는 1분에 4만 번 도는 모터가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 안 교수는 1분에 10만 번을 돌아 힘이 세면서도 굉장히 소형화된 모터를 개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는 “초고성능 초소형 모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전기, 전자, 기계, 제어 분야 기술이 모두 들어가야 한다. 차후 연구가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있으니 잘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안진우 교수는 우리 나라 과학 기술 발전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로 비판했다(사진: 취재기자 김정훈).

대한민국은 이제 쫓기고 있다

안진우 교수는 지금 우리나라의 기술 연구에 경각심과 긴장이 필요한 상태임을 강조했다. 이번 태국 컨퍼런스에 초청 강연을 하러 가서 동남아 쪽 연구 열기에 감탄했다고. 기술 분야에 대한 동남아의 열의가 높고 국가적 집중도도 굉장하다는 것. 안 교수는 “우리나라가 과거에 연구 과제에 박차를 가해 선진국을 따라 잡았듯이 조만간 우리나라도 그들(동남아)의 연구 열기에 따라 잡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태국 사람들이 이용하는 개인 이동 장치는 좁은 길을 잘 다니고 효율성이 높아서, 이들의 엔진 방식을 전기 자동차로 바꾸는 시도가 진행되고, 정부가 이를 적극 지원하고 있는 상황을 보고 왔다고 한다. 얀 교수는 “우리나라 주거 형태가 대부분 아파트여서 집집마다 전기 자동차 충전기를 두지 못하는 상황인데도 국가적 고민이 적은 게 걱정”이라고 말했다.

 

안진우 교수는 대한민국 훌륭한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교육제도가 개혁돼야 한다고 역설했다(사진: 취재기자 김정훈).

교육이 변해야 한다

안 교수는 좋은 학생을 가르치기에는 우리나라의 교육 여건이 좋지 않은 것에 늘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다. “대학 오면 잔디에 앉아 기타치고 놀면 되는 줄 알았다. 여자 친구, 남자 친구 만들어 놀러 다니는 게 대학 생활의 전부인 줄 알았다”는 이야기를 학생들에게 들었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안 교수는 “고등학교 때 인생 고민, 창의성, 도전 정신은 배우지 않고, 모든 것을 대학에 미루는 게 문제”라고 했다.

그는 고등학교 때 공부하고 대학에 와서 고민하지 않고 공부하지 않는 구조를 고치지 않으면 절대 우리나라는 발전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여러 가지 문제의 근본 원인은 교육이라는 것. “교육 구조를 고치지 않으면 사회는 바뀌지 않는다"고 그는 강조했다.

안 교수는 아이들이 어른들의 황금 만능주의를 배우고 문제풀이식 공부만 강요당하는 현실이 답답하다고 했다. 그래서 교육에 대한 안 교수의 진단은 프랑스처럼 에세이를 쳐서 대학에 진학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그래서 고등학생들이 자신에게 맞는 대학을 선택해서 대학에서도 지속적이고 신중하게 공부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융합’

안진우 교수는 인터뷰에서 4차 산업혁명에서의 융합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과거에는 각자가 자신의 전문 분야만 집중하면 됐으나, 4차 산업혁명 시대는 그렇지 않다는 게 그의 지론. 차 한 대를 만들 때 예전에는 기계공학 쪽에서만 참여하면 됐지만 지금은 각 전문 분야가 콜래보레이션하는 게 당연하게 됐다.  안 교수는 이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융합이 바로 대학에서 가르쳐야 할 역량입니다. 대학이 그것을 대비하고 연구해야 하고, 국가는 그런 대학을 지원해야 한다. 남의 것을 알아야 4차 산업혁명에서 성공할 수 있다. 내 분야만 잘한다고 아무리 주장해봐야 소용 없다.”

뜻을 가지고 계속 두드려라

안진우 교수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뜻을 가지고 계속 두드리라”고 조언했다. 그는 현재의 대한민국 같이 발전도 정체되고 일자리도 갖기 힘든 나라에서 젊은이들이 좌절감을 느끼기가 쉽지만 그럴수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목표를 빨리 정해라. 그리고 그 목표를 높여라. 그런 다음 구체적으로 목표 성취를 계획할 것”을 강조했다.

안 교수는 젊은이들에게 공부만 하라는 것은 아니라고 힘주어 말한다. 젊은이들이 경험을 살리고 취미를 갖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사람을 만나고 독서를 하는 것도 역시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는 과거에 사진 찍는 것을 참 좋아했다고 한다. 그는 전기공학을 연구하면서 사진을 공부할 때 배웠던 것들이 생각나 기계들의 디자인과 구도도 보게 되는 경험을 많이 했다고 한다. 안교수는 젊은이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인생에서 무엇이든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없다. 사진도, 독서도 다 나중에 경험이 되어 도움이 되니, 여러 가지를 시도하고 그것들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 바란다.”

안진우 교수는 딱딱한 공학자가 아니었다. 안 교수는 따뜻한 교육자이기도 했다. 언제나 학생들이 찾아가면 자상한 인생 상담을 해줄 것 같은 인상을 지닌 안진우 교수의 표정에는 좋은 기술로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일생을 바치는 학자로서의 자부심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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