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 오른 안경환...도장 훔쳐 혼인 신고, 범법 셀프 고백, 여성비하 등 왜곡된 성의식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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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 오른 안경환...도장 훔쳐 혼인 신고, 범법 셀프 고백, 여성비하 등 왜곡된 성의식 논란
  • 취재기자 정혜리
  • 승인 2017.06.15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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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성관념과 여성혐오 인식" vs "악마적 편집" / 정혜리 기자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사진: 청와대 제공).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목된 안경환 서울대 법학과 명예교수가 왜곡된 성의식을 기술한 저서, 도장 위조에 의한 혼인신고, 음주운전 고백 칼럼 등의 논란에 휩싸였다.

먼저 안 후보자의 첫 번째 결혼이 ‘혼인 무효’ 판결을 받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15일 TV조선은 1975년 안 후보자가 김모 씨와 혼인신고를 했으나 이듬해 서울가정법원이 혼인 무효판결을 냈다고 보도했다.

TV조선의 보도는 두 사람이 대학 졸업 후 교제했으나 김 씨가 결혼 결정을 하지 못했고, 안 후보자는 김 씨를 붙잡기 위해 여자 도장을 위조해 상대방 동의 없이 혼인신고했다는 것. 이 매체는 안 후보자 측이 “사생활과 관련된 사안이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편, 일명 '셀프 고백' 논란은 2014년 7월 25일 안 후보자가 광주일보에 쓴 ‘인사청문회의 허와 실’이라는 칼럼에서 나왔다. 당시는 박근혜 정부에서 여러 후보자들이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낙마하던 때인데, 안 후보자는 이를 두고 컬럼에서 “병역 기피, 위장 전입, 그런 거야 없지만 다운 계약서를 통해 부동산 취득세를 덜 냈을 것이다”라고 썼다. 또 같은 칼럼에서 안 후보자는 “성희롱? 문제된 적은 없지만 행여 모를 일이다. 음주 운전? 운 좋게 적발되지는 않았지만 여러 차례 있었다. 만약 청문회에서 물으면 어떻게 대답해야 정직한 것인가?”라고 적었다. 안 후보자는 그 밖에도 “내가 주도한 게 아니고 당시의 일반적 관행이었다 하더라도 결코 옳은 일은 아니었다”, “절대로 옳지 않은 일이다. 현재 기준을 과거에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불합리, 부조리 투성이였던 과거에 대한 반성”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안경환 후보자의 저서 <남자란 무엇인가> 표지

성 의식 논란은 2016년 말에 출간된 안 후보자의 책 <남자란 무엇인가>에서 비롯됐다. 이 책은 남성의 본성을 파악하고, 남성이 행복해질 방법을 모색한다는 주제의 책이다. 책 소개에 따르면, 안 후보자는 이 책에서 남성을 "영웅적인 삶을 추구하고, 권력욕이 대단하지만, 공감과 소통 능력이 부족한 존재. 성욕에 집착하고, 성행위에서 자신의 만족과 위안을 찾는 존재"로 정의하며 급변하는 사회에 발맞춰 남성 또한 적극적으로 변화할 것을 주문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 책에서 몇몇 대목이 논란에 올랐다. 먼저 한 판사가 경찰 성매매 단속에 걸린 사건을 예로 들면서 해당 판사가 술 한 잔한 후 무심코 성매매했다가 운이 나빠 걸렸다는 식으로 서술한 대목이 문제가 됐다. 안 후보자는 이 책에서 “문제된 법관의 연령이라면 대개 결혼한 지 15년 내지 20년이다. 아내는 한국의 어머니가 대부분 그러하듯이 자녀 교육에 몰입한 나머지 남편의 잠자리 보살핌에는 관심이 없다”며 여성을 남성의 잠자리를 ‘보살피는’ 존재로 정의했다.

낡은 성관념과 여성혐오적 내용 역시 <남자란 무엇인가>란 책 여러군데에 담겼다. 안 후보자는 이 책에서 “남자의 세계에서는 술이 있는 곳에 여자가 있다. 술과 여자는 분리할 수 없는 보완재다. 여자 없는 술은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술자리에는 반드시 여자가 있어야 한다. 정 없으면 장모라도 곁에 있어야 한다”, “폭력을 동원해서라도 최종 목적을 달성하고 싶은 것이 사내의 생리다. 거부되면 불안은 분노로 전환된다”, “여자에게도 소중한 물건이 있지만, 몇 가지에 한정된다. 보석류, 명품 가방, 옷과 구두 등등 대체로 자신의 성적 매력을 돋보이게 해주는 물건들이다”, “남자는 정자를 많은 곳에 뿌리는 일에 관심을 둔다”, “난교는 남자의 생래적 특징”, “여자는 난자를 소중하게 아껴두었다가 되도록 비싼 값에 교환하고 싶어 한다” 등의 문장을 써내려갔다.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면서, 안 후보자가 잘못된 성 의식을 가진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안 후보자는 14일 입장을 담은 보도자료를 내고 “언론 등에서 일부 저서 내용을 발췌해 언급한 부분은 남성 지배 체제를 상세히 묘사하고 비판하기 위한 맥락에서 사용한 표현”이라며 “현실을 비판하고자 사용한 표현을 두고 ‘구태를 정당화하려 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진의라 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논란에 온라인상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펼쳐지고 있다.

황현산 고려대 명예교수는 트위터에 자신도 책을 읽었다며 “기사가 반드시 악의적이라고는 할 수 없겠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남자들의 행태를 주섬주섬 엮으면서 저자 자신이 흥분하고 있다”며 “이게 오래된 책이 아니고 작년에 발간된 책이라는 것도 충격적”이라고 글을 썼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언론의 문제 제기가 “악마적 발췌 편집”이라며 맥락을 보면 반대로 해석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트위터 이용자 jung*****는 “안경환이 살아온 행적과 책에 쓰인 내용이 갭이 있는데 나의 경우는 살아온 행적을 기반으로 판단하겠다”며 “물론 책에서 쓰인 단어나 문장이 맘에 드는 건 아니지만 그걸로 전체를 비판한다면 살아온 행적이 설명이 안 된다”고 말했다. 네이버 회원 lvdk****는 “문제는 안경환이 여성을 보는 관점이다. 아무리 남성우월주의를 비판하려 했다지만 여성은 잠자리 술자리를 대는 존재고 성적으로도 독립적이지 못하다는 시각이 과연 맞는가? 잘못된 전제에서 바른 결론이 나왔다고 할 것인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불거져 나오는 여성비하에서 인성이 보인다. 이런 인사를 곁에 두는 문재인 대통령이 다시 보인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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