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친 얼굴에 염산, 작업용 밧줄 끊어 노동자 살해...잇따르는 충동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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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남친 얼굴에 염산, 작업용 밧줄 끊어 노동자 살해...잇따르는 충동 범죄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7.06.14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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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조절장애 범죄 비율 증가 추세, 전문가, “빠른 치료 급선무” / 정인혜 기자
분노조절장애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한순간 분노를 참지 못하고 범행을 저지르는 충동 범죄, 이른바 ‘분노조절장애’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분노조절장애란 분노와 관련된 감정 조절을 이성적으로 할 수 없는 상태로, 공격 충동을 억제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증상을 일컫는다. 신체적 정식 학술 명칭은 ‘간헐적 폭발 장애(Intermittent explosive disorder)’다. 순간적으로 화를 참지 못하고 폭발해 위협적인 사람으로 변하게 되는 모습을 띠며 생활 속 사소한 자극으로 갑작스레 발현되기도 한다.

지난 13일 경기 의정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1일 의정부에서는 여성 A(36) 씨가 헤어진 남자친구 B(27) 씨의 얼굴에 염산을 뿌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과거 교제하던 B 씨가 자신의 연락을 차단한 것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 A 씨는 “어느 날 갑자기 욱하는 감정이 올라와 순간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앞서 지난 12일 경남 양산에서는 한 남성이 아파트 외벽에 매달린 밧줄을 끊어 보수 공사 중이었던 작업자를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한겨레의 보도에 따르면, 해당 남성은 음악을 틀어놓고 일을 하는 작업자들에게 불만을 품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사건을 맡은 경찰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남성이 ‘잠을 자려고 했는데 음악 소리가 들려 항의하러 옥상에 올라갔다가 사람은 보이지 않고 밧줄이 보이기에 홧김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12층 높이에서 밧줄에 매달려 작업 중이던 피해자는 바닥으로 떨어져 그 자리에서 숨졌다.

분노조절장애 환자들의 비율은 매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간헐적 충동 장애와 병적 방화, 병적 도박 등의 습관 및 충동조절장애로 진료를 받는 인원은 최근 4년 새 약 20%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 2010년 4375명으로 집계됐던 충동 조절 장애 환자들은 지난 2013년에는 5021명까지 늘어났다. 

보건복지부의 자료도 해당 조사 결과를 뒷받침한다. 보건복지부의 자료에 따르면, 감정 조절에 어려움을 겪고 병원을 찾는 사람들은 한 해 평균 1만여 명에 이른다.

충동 범죄가 사회적 위협으로 대두되자, 경찰청은 관련 범죄를 분석한 ‘한국의 이상범죄 유형 및 특성’ 보고서를 펴내는 등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분노, 충동 조절에 실패하거나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묻지마 범죄가 증가 추세인 만큼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묻지마 범죄자 대부분은 정신질환이 있거나 수입이 없는 사회적 약자들로, 이들에 대한 치료와 상담, 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직장 내 상담센터나 정신보건센터에서 은둔형 외톨이나 불만형인 사람을 찾아 치료해야 한다”는 조언을 내놓기도 했다.

전문의들은 빠른 치료만이 끔찍한 범죄를 막을 수 있는 해결책이라고 강조한다. 정신과 전문의 안지현 박사는 “분노조절장애 증상에는 다른 정신질환보다도 더 적극적인 상담과 치료가 필요하다”며 “증상이 나타났을 때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환자를 피하거나, 위로하는 식으로 현실을 회피하려고 하는데, 이는 증상을 악화시키는 일”이라고 빠른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안 박사는 “대게 환자들은 자신이 분노조절장애라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사회적으로 엄청난 비난이 뒤따를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며 “충동 조절 장애를 미연에 막기 위해서라도 환자들이 자연스럽게 치료받을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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