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구내 화장실, 훔쳐보기 성범죄에 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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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구내 화장실, 훔쳐보기 성범죄에 사각
  • 취재기자 신혜화
  • 승인 2013.05.13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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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으슥한 곳 위치한데다 CCTV 등 기초 보안시설도 없어

 

▲ 대학 내의 화장실이 허술한 보안으로 인해 성범죄의 사각지대가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사진: 신혜화 취재기자).

대학 내  화장실이나 샤워실의 보안 시설이 미흡해 이를 이용하는 여성들이 몰카나 훔쳐보기, 성추행 등 성범죄에 노출될 우려가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부산 A대학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이 대학을 비롯한 부산 지역 대학교들의 화장실 70~ 80% 이상이 학생들의 발길이 드문 복도 끝이나 건물의 구석진 곳에 위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여학생이 밤늦게 화장실을 이용하다가 훔쳐보기, 몰카, 심지어 성추행까지 당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한다.  또 샤워실이나 탈의실도 이들이 교육 상 필요한 특정 학과에서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을 뿐, 학교 차원에서 제대로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아 각 학교마다 한 달 평균 3~4건 정도 이같은 성범죄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산에 거주하는 여대생 박모(21) 씨는 얼마 전 대학 내 화장실에서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화장실을 이용하는데 이상한 기분이 들어 천장을 봤더니 정체모를 남성이 이를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박 씨는 “화장실 근처에 CCTV도 없던 터라 범인을 잡을 수 없었고 수치스러워 신고도 못했다”며 “그 후론 화장실을 갈 때 항상 친구와 가는 버릇이 생겼다”고 당시의 경험을 털어놓았다.

또 야간 작업이 많아 아침에 샤워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예술 관련 학과의 여성 샤워실도 성범죄의 위협을 받고 있다.

제품디자인을 전공하는 부산의 여대생 최모(26) 씨는 “교내의 샤워실을 자주 이용했는데, 어느 날 샤워실 벽면에 작은 구멍이 뚫려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샤워실은 학과에서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터라 관리자도 따로 없고 그 뒤로는 무서워서 샤워실을 이용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성범죄 사각지대로 우려되는 대학 내 화장실이나 샤워실의 취약한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입구에 CCTV 설치가 건의되고 있으나, 학교 당국은 예산 등의 이유로 미온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부산의 A대학 총 학생위원회 임원 정모(27) 씨는 “한 달에 5명 정도의 여학생들이 화장실이나 탈의실, 샤워실 입구에 CCTV 설치를 건의하고 있다”며 “하지만 학교 당국은 예산이 없고 초상권이나 인권문제를 이유로 내건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며 이런 건의를 수용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B대학 총 학생위원회 임원 김모(24) 씨는 “여학생들이 정신적인 피해를 입는 것을 최대한 막기 위해 화장실이나 샤워실 입구에 CCTV 모형이라도 설치해주기를 건의하고 있다”며 “모형이라도 함부로 그런 추행을 저지르지 못하게 하는 억제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법규상 여학생이 훔쳐보기 피해를 당해 불쾌감을 느껴도 가해자에게 성범죄 혐의를 적용하기는 힘들지만, 앞으로는 상황이 달라진다. 

울산에 거주하는 여대생 이모(23) 씨는 얼마 전 학교 화장실을 이용하다 훔쳐보는 남학생을 신고한 경험이 있다. 이 씨는 “현행법상 단순히 훔쳐보는 것으로는 성범죄 적용 대상이 되지 않아 불안조성죄를 적용, 벌금형을 받게헸다”면서 “여성의 입장에서 큰 수치심을 느꼈는데도 성범죄 적용이 안 되는 사실이 억울했다”고 분개했다.

법무부는 이같은 훔쳐보기 범죄를 막기 위해 오는 6월부터 성적인 목적으로 침입하거나, 퇴거 요구를 받고도 응하지 않을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 등을 골자로 한 관련법을 시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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