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합의문서 공개 못 한다고 버티는 외교부…도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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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합의문서 공개 못 한다고 버티는 외교부…도대체 왜?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7.06.02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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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하라는 1심 불복해 항소…지난 1일 항소심 첫 변론서 "문서 공개시 국익 해칠 우려" 주장 / 정인혜 기자
지난 1일 서울고등법원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 협상 문서 비공재 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 첫 변론이 열렸다. 사진은 평화의 소녀상(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외교부가 한일 위안부 합의 관련 협의 문서를 공개하지 않겠다고 주장하면서 위안부 피해자들과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1일 서울고등법원에서는 ‘민주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송기호 변호사가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한일 위안부 합의 협상 문서 비공개 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 첫 변론이 열렸다. 

이번 항소심은 지난 1월 서울행정법원이 “‘위안부 강제연행’ 문제와 관련해 정부와 일본이 협의한 문서를 공개하라”고 판시한 것에 외교부가 불복하면서 열리게 됐다. 당시 외교부는 “30년이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외교문서를 공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외교부 정보공개 운영지침에 따르면, 외교부의 외교문서 비밀 유지 기간은 30년이다.

그러나 법원은 외교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법원은 “피해자가 모두 고령으로 30년이 지나 공개되면 피해자들이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며 “피해자뿐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도 일본 정부가 어떠한 이유로 사죄와 지원을 하였는지 알아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외교부의 정보 공개 지침보다 국민의 알 권리가 더욱 중요하다고 본 셈이다.

외교부는 법원의 판시에 불복해 지난 1월 항소심을 냈고, 항소심 공판이 열리기 하루 전인 지난달 31일에 항소 이유서를 제출했다. 

이날 항소심에서 외교부는 협의 문서를 공개할 경우 국가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송 변호사는 협의문서 공개로 국가 이익을 해칠 우려가 적고, 국민의 알 권리가 중요하다고 맞섰다.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이날 재판부는 외교부에 “1심 재판부가 한일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한일 국장급 협의 전문을 확인했냐”고 물었다. 협의문서 공개가 국익을 해치는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재판부에서 해당 문서를 확인해봐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외교부 측 변호인은 잠시 머뭇거리다 “확인해보겠다”고 답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외교부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용수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외교부의 항소 취하와 문서 공개를 촉구했다.

정대협은 “외교부는 일본군 위안부 협상 문건을 비공개로 은폐할 것이 아니라 당장 항소를 취하하고 한일 외교 장관의 합의 과정에 대해 전면적으로 조사해야 한다”며 “서울행정법원이 공개하라고 판결한 정보와 한일 외교 장관 회담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아베 총리 사이에 진행된 전화 회담 내용도 공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피해자들은 해방 후 72년이 지나도록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아직도 온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으며, 지금도 싸우고 있다”며 “한국 정부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당장 나서야 한다”고 성토했다.

소식을 접한 국민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직장인 최윤영(28, 대전시 유성구) 씨는 “상식적으로 꺼릴 게 없으면 왜 공개를 못 하겠나”라며 “외교부 스스로 한일 위안부 협상이 무능력하고 무책임한 졸속 협상이었다는 것을 자인하는 결정적 증거”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직장인 최주훈(35, 부산시 동구) 씨는 “외교부는 대한민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곳이지, 다른 나라의 앞잡이를 자처하는 곳이 아니다”라며 “하루빨리 공개해서 피해자의 동의도 얻지 못한 졸속 협의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측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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