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발비용'에 이어 '멍청비용', '쓸쓸비용' 등장...모든 행위는 경제적이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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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발비용'에 이어 '멍청비용', '쓸쓸비용' 등장...모든 행위는 경제적이어야 하나?
  • 취재기자 박영경
  • 승인 2017.05.21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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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시간 잊어 택시 타면 멍청비용, 혼술 싫어 술자리 제안하면 쓸쓸비용 / 박영경 기자

지난 2월 SNS상에서 화제가 됐던 ‘시발비용'(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쓰지 않았을 비용으로 비슷한 발음의 욕에서 나옴)에 이어 이번에는 ‘멍청비용’이 일부 네티즌 사이에서 인기가 뜨겁다.

멍청비용이란 개인적인 부주의로 야기된 실수로 의도하지 않게 지불하게 되는 비용을 말한다. 약속 시간을 잊어 택시를 타는 경우, 집에 가스레인지 불을 켜놓고 나와 다시 택시 타고 급히 돌아가는 경우 등에 드는 비용을 가리킨다.

오나은(23, 부산시 영도구 동삼동) 씨는 SNS에서 퍼지는 ‘멍청비용’ 사례에 공감했다. 그는 “얼마전 이미 학교로 향하는 버스를 탔는데 고데기를 켰는지 껐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결국 버스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며 “다행히 고데기는 꺼져 있었지만 택시비가 엄청 들었다”고 말했다. 서안나(22) 씨도 “멍청비용이라니 신선하다”며 “나도 이어폰을 자주 잃어버려서 몇 개째 산는지 모르겠다. 이것도 멍청비용인가”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일부 SNS 이용자들은 “티켓 안 가져와서 다시 되돌아간다”, “기차 시간 놓쳐 환불 수수료 냈다”, “멍청비용으로 쓰는 돈 너무 아깝고 짜증나는데 내 잘못이라 남 탓도 못한다”, “언제쯤 멍청비용 들지 않을까”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한편, SNS에서는 ‘쓸쓸비용’도 네티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쓸쓸비용은 외롭고 쓸쓸해서 쓰게 되는 돈을 뜻한다. 혼자 영화보고 싶지 않아 친구에게 함께 보기를 권하고 본인이 친구 관람료를 부담하는 경우 등이 있다.

김지혜(26) 씨는 쓸쓸비용에 대해 “맞다. 혼자만의 시간도 좋지만 가끔은 누군가와 함께 술잔을 기울이고 싶어 '내가 살 테니 같이 가자'고 한 적이 있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김 씨는 “요즘에는 예전과 달리 왜 이렇게 술 한 잔, 밥 한 끼 하자는 말이 쉽지 않은지 모르겠다”며 “고작 몇 년 사이에 세상이 많이 각박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허현숙(49) 씨는 “젊은 세대에게만 해당되는 말은 아니다”라며 “가끔 기성세대도 일찍 집에 들어가기는 아쉽고 혼자 어디 들어가 술 한 잔 하기는 청승맞아 직장 동료에게 내가 산다며 술 한 잔 하고 들어가자고 권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 네티즌은 "가벼운 실수에 ‘멍청비용’이라는 경제적 의미를 부여하고, 외로움에서 벗어나려는 행위조차 ‘쓸쓸비용’ 등 경제적 언어로 표현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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