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화마을 원조, 통영 동피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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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마을 원조, 통영 동피랑
  • 취재기자 홍승호
  • 승인 2013.04.23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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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마을의 원조 통영 '동피랑 마을'을 가다

  통영이 왜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게 됐을까? 이런 의문은 항구에서 바다를 쳐다보면 대개 풀리게 돼 있다. 잔잔한 바다, 점점이 떠 있는 섬, 출항을 기다리는 크고 작은 배의 돛대들이 어울려, 그 풍취가 그림 같기 때문이다. 그 전경을 더 아름답게 보려면, 눈의 고도를 높여야 한다. 바닷가에서 중앙시장 뒤쪽, 통영의 경치가 아주 아름답게 보일만한 높이의 저 멀리 산중턱에 알록달록한 마을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그곳이 요즘 전국 곳곳에서 오래된 마을을 그림으로 치장하여 인기를 몰고 있는 벽화마을의 원조, '동피랑 마을'이다.

▲ 동피랑 마을 지도(출처: 네이버 지도)

 

▲ 동피랑 마을은 입구부터 이렇게 재밋고 귀여운 그림으로 가득 차있다(사진: 홍승호 기자)

동피랑 마을이라는 특이한 지명은 ‘동쪽 피랑(벼랑)’에 자리한 마을이라는 뜻이다. 동피랑 마을은 일제강점기 시절, 통영 항구와 중앙시장에서 인부로 일하던 사람들이 살게 되면서 형성되었다고 한다.

통영시는 1997년경 이곳을 재개발하기 위해 마을을 철거할 예정이었다. 현재 이 마을에서 30년 넘게 살고 있는 강남이(74) 할머니는 "하이고, 옛날에 이 마을이 철거될라켔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아이가. 사는 사람들이 다 나많은 노인네들이고, 보상받아봤자 그 돈은 택도 없어서 그냥 쫒기나는기라"라고 옛 시절을 회상했다.

하지만 2007년 10월, '푸른 통영 21'이라는 시민단체가 마을 철거를 반대하고 새롭게 가꿔보자는 주장을 내세워 '동피랑 색칠하기-전국 벽화 공모전'을 열었다. 이 공모전은 대히트를 해서 일반인 19개팀이 참여했고, 공모전이 끝나고 나니 어느새 동피랑 마을은 아름다운 벽화 마을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우리나라 최초의 벽화마을이 탄생했다.

▲ 동피랑 마을은 어디 할 것 없이 관광객으로 부쩍이고 있다(사진: 홍승호 기자)

통영시 동호동에 위치한 동피랑 마을은 주말을 맞아 여행 온 관광객들로 가득했다. 특히, 연인, 가족 단위의 관광객들이 많았다. 마을 벽화는 전시장에 걸린 그림과는 달리, 동심을 자극하는 캐릭터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리고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과 길게 늘어진 빨랫줄, 녹슨 창살 등 마을은 옛 골목길의 풍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두 아이와 함께 이 마을에 놀러온 김도훈(39) 씨는 "집사람이랑 저는 옛날 시골길 생각이 많이 나기도 하고, 아이들은 벽화에 그려진 캐릭터들을 좋아해서 가족끼리 오기에 아주 좋은 곳인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 곳 저 곳에서 가족들과 연인들이 사진을 찍기에 바빴다. 관광객 진정호(28) 씨는 "초등학교 시절 소풍 온 느낌이에요. 그리고 여자 친구랑 특별한 추억을 만든 것 같아요"라고 흐뭇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하지만 이 마을에서 관광객들이 지켜야 할 것이 하나 있다. 관광객들은 사진은 자유롭게 찍어도 되지만, 허락 없이 마을 집 안으로 들어가거나, 시끄럽게 소리를 지르는 행위는 삼가야 한다. 마을 입구에서 만난 한 할아버지는 "조용히 TV좀 볼라카면 밖에서 하도 씨부리싸스(떠들어서) TV를 볼 수가 있나. 아이고, 귀찮타 놀러오든가 말든가"라고 말했다. 아름답다고 밀려드는 관광객들 때문에 할아버지는 반가워하지 않는 눈치다.

▲ 동피랑 마을에는 몰려 오는 관광객들을 손님으로 맞는 카페가 하나둘 늘고 있다(사진: 홍승호 기자)

동피랑 마을을 걷다 보면, 중간에 아주 작은 카페를 만날 수 있다. '동피랑 쉼터'라는 카페는 가장 비싼 음료수 가격이 겨우 2000원이다. 그리고 옛날 집 내부를 그대로 살려 가게로 만들어서 40-50대 중년들에게는 옛 시골 고향집에 온 듯한 느낌을 안겨주기도 한다. 친구들과 이곳을 방문한 여대생 박승주(22) 씨는 "스타벅스 커피는 아니지만 저렴한 가격에 사먹는 것도 하나의 재미인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마을 아래로 내려오니 인테리어가 깔끔하고 아기자기한 카페가 하나 더 있었다. ‘울라봉'이라는 이 카페에는 남녀노소 연령 제한 없이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오밀조밀하고 정겹게 꾸며 놓은 인테리어 덕분에, 이곳도 동피랑 마을 못지않은 명소였다. 관광객 이설아(25) 씨는 "마을 다 둘러보고 가려는데, 이 카페가 들어가고 싶게 만들더라구요. 가게가 너무 이뻐서 친구랑 막 사진찍고 난리쳤어요"라고 말했다.

동피랑 마을을 다 구경하고 산을 타고 조금만 아래로 내려오면 시골향기 풍기는 재래시장과 수산시장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곳에는 통영이 자랑하는 해산물과 유명한 맛집들이 많다. 여기서 관광객들은 싱싱한 회와 달달한 꿀빵, 그리고 그 유명한 충무김밥을 맛 볼 수 있다. 관광객 주모(28) 씨는 "마을 다 구경했으니까 이제 회 먹으러 가려구요. 통영이 해산물로 유명하잖아요? 바닷가에 있는 벽화 마을이라는 게 정말 매력적이에요"라고 말했다.

▲ 동피랑 마을의 다양하고 특이한 그림들은 언제나 관광객들의 사진 촬영 명소가 된다(사진: 홍승호 기자)

동피랑 마을은 80여 가구에 주민 수는 160여명 정도이다. 동피랑 마을은 시청에서 특별히 관리 중이다. 시청 관계자는 마을 벽화는 2012년 4월에 세 번째로 바뀌었고, 2년을 주기로 새롭게 단장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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