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들 사이에 과시용 명품 화장품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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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대생들 사이에 과시용 명품 화장품 바람
  • 취재기자 김혜련
  • 승인 2013.04.15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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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배 가격차에도 "친구한테 얕보이기 싫다" 너도나도 구입

 최근 여대생들 사이에서 명품 화장품 바람이 불고 있다.

 학생들 수준에 걸맞는 저가 화장품과의 큰 가격차에도 불구하고 품질이 다르다는 입소문이 번지면서 너도나도 명품들을 찾고 있는 것이다.  

 수입 화장품 에스티로더를 사용한다는 대학생 김수진(24.동의대) 씨는 “주변 친구들이 이 브랜드의 파운데이션을 사용해 예뻐졌다는 얘기들을 하는 바람에 나도 이 브랜드를 써보고 싶었다”면서 “가격이 부담되긴 했지만 친구들에게 뒤처지기 싫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입 화장품 베니핏 전문점에서 근무하는 김수현(28) 씨는 “우리 매장에서 가장 인기있는 제품은 틴트(입술용 화장품의 일종) 다. 가격이 5만원 정도로 국산 틴트보다 3배 정도 비싸지만 학생들이 많이 찾는다”라고 밝혔다.

 명품 화장품 브랜드를 모르면 왕따 당하기도 한다. 창원대 재학생 이아름(25) 씨는 화장을 잘 안하는 편이라 화장품 브랜드를 잘 모른다. 그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수입 화장품 이름을 몰라 무시를 당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이렇게 고가의 명품 화장품을 찾다보니 웬만한 부모들은 적지않은 부담을 느낀다.  대학 3학년 딸을 둔 주부 허계숙(48.부산 남구 대연동) 씨는 “딸이 대학생이 된 후로 늘 수입 화장품을 써왔다"면서 "입학기념으로 몇 번 사줬는데 이젠 인이 박혀 다른 것은 안쓴다. 딸애 화장품값 대기에 허리가 휠 지경”이라고 말했다.

 학생들 사이에서 20대용 저가 국산 화장품은 '오크 화장품'으로 불린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흉악한 괴물 ‘오크’에서 따온 말로, '공포의 대상'이다. 

 또 학생들은 쓰는 화장품에 따라 사용자의 계급을 나누기도 한다. 고가의 수입 화장품을 쓰는 여학생은 '엘프(요정)',  저가 국산 화장품을 쓰는 여학생은 ‘오크’다.

 국산 화장품과 수입 화장품의 가격 차이는 크다. 저가 국산 화장품 브랜드 ‘토니모리’의 파운데이션은 1만원~1만 5000원인데 반해 고가 국산 화장품 브랜드 ‘설화수’의 파운데이션은 6만원에서 7만원, 수입 화장품 브랜드 ‘에스티로더’ 파운데이션은 8만원에서 13만원이나 한다. 저가와 고가 화장품의 가격 차이가 최대 8배에 이르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고가의 수입화장품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여학생들은 ‘묘책’을 사용하기도 한다. 평소 들고 다니는 화장품만큼은 수입 화장품을 사서 오래오래 조금씩 과시용으로 쓰고, 집에서는 값싼 국산 화장품을 사용하는 방법이다.

 동서대 재학생 박민혜(26) 씨는 “핸드백, 또는 책가방 속 화장품은 유명 브랜드의 수입 화장품을 쓴다. 하지만 집에서는 값싼 국산을 쓴다”고 말했다.

 시빅뉴스가 부산 소재 한 대학교의 교양수업을 듣는 여대생 30명을 약식으로 조사한 결과, ‘수입 화장품을 한 개 이상 소유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26명이 한 개 이상의 수입 화장품을 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싼 값에도 불구하고 수입 화장품을 쓰는 이유에 관해 30명 중 14명은 ‘비싼 만큼 화장품 질이 좋은 것 같아서’라고 대답했고, 12명이 ‘친구들이 다 사용하니까 비교되지 않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반면 같은 여대생임에도 불구하고, 고가 수입 화장품이 대학생에게는 사치라고 생각하는 여대생들도 있다. 한경대학교에 재학 중인 조기옥(23) 씨는 “명품 화장품은 그저 남 앞에서 자신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인 것 같다. 고가의 수입 화장품에 돈을 낭비하는 친구들을 보면 안타깝다. 수입 화장품을 쓰는 아이들이 꼭 피부가 더 좋은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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