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하우젠 증후군이 이혼 사유?…이유 없이 아프다면 의심해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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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하우젠 증후군이 이혼 사유?…이유 없이 아프다면 의심해봐야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7.04.07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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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환자 심리 파악, 관심 보여야” / 정인혜 기자
'허언증'의 일종인 뮌하우젠 증후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젊은 층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진 표현 중에 ‘관종’이라는 단어가 있다. 관종이란 관심종자(關心+種子)라는 신조어의 줄임말로, 유독 타인의 관심을 받고 싶어 하거나 관심을 갈구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주로 있지도 않은 일을 말로써 꾸며내는 ‘허언증’이 이들의 주요 증상이다. 최근 이런 증상을 가진 사람들 가운데 몸이 아픈 척 거짓말을 하는 습관을 가진 유형이 있어 주목받고 있다. 바로 ‘뮌하우젠 증후군(Munchausen Syndrome)’이다.

직장인 이모(33) 씨는 최근 남편과 이혼을 결심했다. 걸핏하면 아프다고 호소하는 남편과 정상적인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병원에서는 아무 이상이 없다는데도 남편은 하루 종일 아프다는 말을 달고 산다. 남편이 거부하는 통에 함께 정신병원에 가보진 못했지만, 이 씨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정신과 의사는 남편의 증상을 ‘뮌하우젠 증후군’으로 추측했다.

이 씨도 이 진단에 동의하고 있다. 남편의 증상이 재작년 아이가 태어난 후 본격적으로 심해졌기 때문이다. 남편은 둘만 있을 때는 멀쩡하다가 이 씨가 아이 옆에 붙어 있을 때마다 통증을 호소한다.

이 씨는 “병원에서도 아픈 데가 없다고 하는데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매일 시름시름 앓는 사람이랑 어떻게 살겠냐”며 “육아 스트레스에 앓는 소리까지 매일 듣다보니 내가 쓰러질 것 같아서 이혼을 결심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뮌하우젠 증후군이란 신체적인 증상을 의도적으로 만들어서 자신에 대한 관심과 동정을 끌어내려는 정신질환이다. 일종의 관심병이다. 이 증후군을 가진 환자들은 자신의 건강 상태를 부풀려 말하거나 타인의 관심을 갈구한다. 아프지 않으면서 급성 복통을 호소하거나 자해를 하는 경우도 있다. 과거에 경험한 질환을 과장해서 말하는 등의 증세를 보인다. 자신이 환자라는 것을 알리기 위한 행동이다.

자신의 건강을 지나치게 걱정하는 건강염려증이 있는 사람을 ‘심기증 환자’로 칭하는데, 뮌하우젠 증후군은 이와는 다르다. 심기증 환자와 달리 뮌하우젠 증후군 환자는 본인 스스로 자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일을 꾸미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픈척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뭘까? 정신과 전문의들에 따르면, 이 같은 증상은 과거 심한 질환을 앓거나 박탈을 경험했던 사람들에게서 주로 나타난다. 아팠을 때 주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던 경험을 떠올려 사라진 관심을 다시 얻기 위해서는 예전처럼 아파야 한다고 인식한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가 비정상적이었던 경우나, 지나친 과잉보호를 받고 자라난 사람이 현실 도피 수단으로 택하는 경우도 있다.

정신과 전문의 안지현 박사는 뮌하우젠 증후군은 대체로 과거 부모의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했거나, 어린 시절 가족으로부터 심한 박탈감을 경험한 이들에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안 박사는 “아프다고 할 때마다 병원을 찾는 것보다는 환자의 심리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주변에서 관심을 보여주어야 한다”며 “심한 경우 자해를 하는 등 과격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해당 증상이 나타날 때는 정신과에서 상담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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