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엉키는 '세대 갈등' 실타래, 이번 대선에선 과연 풀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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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엉키는 '세대 갈등' 실타래, 이번 대선에선 과연 풀릴까
  • 취재기자 정혜리
  • 승인 2017.03.20 23:0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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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빅뉴스 기획 시리즈(3)] 이제는 대선이다. 후회없는 선택 / 정혜리 기자

[시빅뉴스 창간기념 기획시리즈] 이제는 대선이다, 후회 없는 선택

지난 10일 헌재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파면함에 따라 제 19대 대통령을 뽑는 차기 대통령 선거일이 오는 5월 9일로 확정됐다. 시빅뉴스는 창간 4주년을 맞아 격랑 속에 휩싸인 대한민국호를 제대로 이끌 올바른 지도자 선택에 관한 4부작 시리즈 기사를 준비했다.

1. 진영논리 벗어나서 인물을 보자

2. 정책선거 정말 안 될까?

3. 세대별 투표갈등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4. 2017 청년의 선택

이번 탄핵 정국으로 대한민국의 국론분열과 세대간 갈등 양상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국정정상화를 바라며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간 국민들과 박근혜 대통령을 지키겠다며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일어난 친박 회원들로 광장은 나뉘었다. 오는 5월 9일 치러질 대통령선거에서도 이같은 세대 갈등이 재현될 것으로 전망하는 선거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오랜 기간 한국의 선거판에선 영·호남을 중심으로 한 지역당에 대한 투표 쏠림 현상으로 대변되는 '지역주의'가 큰 고질로 꼽혀왔다. 그러나 이같은 지역주의는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맞붙은 2012년 대선을 고비로 한풀 꺾이고 대신 '세대 갈등'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2002년 대선에서는 2030세대는 이회창 34% 대 노무현 59%의 지지를 보였지만, 2012년 대선에서는 박근혜 33% 대 문재인 66%로 지지성향 편중이 심화됐다. 5060세대 또한 2002년 대선에선 대략 이 60% 대 노 37% 수준이었던 것이 2012년 대선에서는 박 67% 대 문 32%로 쏠림현상이 심화됐다.

이번 대선에서도 '세대별 표대결' 양상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세대 갈등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더욱 고착화되고 있다. 세대 갈등에 더욱 크게 불을 지른 것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남긴 말이다. 이 발언은 헌재 판결에 대한 불복으로 해석됐고 노년층의 보수 심리를 자극시켰다는 지적을 받았다.

탄핵 정국이 마무리되고 박 전 대통령이 구속까지 됐지만, 세대 갈등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가족끼리 정치적 의견이 갈려 싸우는 일도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구치소로 향하는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을 보며 “우리 불쌍한 대통령님 어떡하노”라고 말하는 어머니의 모습에 김진영(29, 부산시 영도구) 씨는 한숨만 삼킨다. 김 씨는 “박사모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우리 집에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사실관계를 따져 보지 않고 출처도 알 수 없는 카톡 ‘가짜뉴스’에 현혹되는 이도 적지 않다. 김재형(34, 부산시 동래구) 씨는 친지모임에 가서 “헌법재판관들이 다 돈 먹었다더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너도, 나도 자신이 본 ‘가짜뉴스’가 사실인 양 옮기는 어른들에게 김 씨는 “삼촌, 고모 그거 사실 아니에요!”라고 이야기했지만, 김 씨는 “너야말로 빨갱이들에게 선동당하지 말아라”는 나무람을 들었다.

날이 갈수록 청년층은 노년층을 ‘틀딱’이라며 무시하고 노년층은 청년층을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것들'이라며 적대시하고 있다.

피켓을 들고 "박근혜를 구속하라" 외치는 시민들(사진: 시빅뉴스 DB).

이같은 세대 갈등은 해외에서도 나타난다. 대표적 초고령사회인 일본은 노년층 숫자가 청년층을 압도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 은퇴로 국가 재정상태가 악화되고 있는데 청년층은 안정적 일자리는 구하기 힘들고 세금은 늘어 3포, 4포 세대로 변하고 있다.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는 영국 내 청년층과 노년층 사이의 사회문제를 보여줬다. 영국 여론조사업체 유고브에 따르면, 영국 18세~24세 유권자의 75%, 25세~49세 유권자의 56%가 잔류를 지지한 반면, 50세~64세 44%, 65세 이상은 39%만이 영국의 EU 잔류를 지지했다. 노년층은 과거의 영광을 쫓았고 청년층은 자신들의 미래를 어른들에게 맡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촛불집회'와 이른바 '태극기 집회' 등 거리에서 직접적으로 맞부닥치는 한국의 세대 갈등 현상이 더욱 심각한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이처럼 터져 나오는 세대간 갈등과 분열된 국론을 통합하는 것은 결국 정치권의 몫이다.

현재 진행 중인 더불어민주당의 경선 과정에서도 각 후보들은 박 전 대통령 탄핵 후 일어난 국론분열, 세대 갈등의 대처 방안을 나름대로 제시하고는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보-혁갈등을 완화하는 방법으로 대연정을 제시했고, 문재인 전 대표는 남녀차별, 정규·비정규직을 편가르지 않는 차별 없는 정의로운 세상이 국민통합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역시 “이번 탄핵은 분열이 아닌 통합의 시작이 될 것”이라며 “통합의 힘은 서로 다른 생각을 존중하면서도 민주적 결정을 받아들일 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국론분열이 이어지고 헌재 결정 불복 움직임이 심상치 않자, 정세균 국회의장과 4당 원내대표들 역시 국민통합을 호소하기도 했다.

반면, 이번 탄핵 정국을 섣불리 세대 갈등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온 이들은 세대를 구분할 수 없이 국민이라면 누구나 자발적으로 나왔고 태극기 집회 역시 보수집단의 ‘일부’인데 이것을 청년층과 노년층의 싸움으로만 볼 수 없다는 것.

청년조직 ‘청년이 만드는 세상’ 정현우 공동대표는 “젊은 세대가 느끼는 것은 갈등이라기 보다 ‘왜 저렇게 하는 거지?’라는 어른들에 대한 답답함”이라며 “세대 간에 대화가 없기에 갈등 아닌 갈등이 일어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치적 세대 갈등은 투표로 이어진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탄핵되고 진보세력이 주도권을 잡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차기 대선이 치러지지만, 전문가들은 일부 흔들리는 보수 세력을 제외하면 어찌 됐거나 청년층은 진보세력에, 노년층은 보수세력에 표를 줄 것이라고 말한다.

신라대 박재욱 교수도 “침묵을 지키고 있는 약 15%의 보수 유권자들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고 다시 보수 세력에 표를 주게 될 것”이라 예상했다. 

박사모 회원들이 거리 행진에 나서고 있다(사진: 시빅뉴스 DB).

전문가들은 청년층과 노년층 사이에 정치적 선호도 차이가 있는 것은 분명하고 이것이 투표로 일정 부분 반영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지나쳐서 세대간 분열과 반목의 빌미가 돼선 안된다고 입을 모은다. 2012년 대선에서처럼 우리 사회의 다수를 점해가고 있는 노년층 세대의 '묻지마 투표' 성향이 재현돼 보수정권이 연속으로 등장하면 이는 청년층의 정치 무관심으로 연결되고 결과적으로 사회의 활력을 떨어트린다는 것. 

무엇보다도 각당의 대선 후보들과 캠프들이 세대갈등, 보혁갈등을 유발해 표를 모으려는 전략을 자제하고 건전한 정책 대결로 승부를 보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40일이 채 남지 않은 이번 대통령 선거가 국민 갈등을 봉합하는 계기가 되고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는 이가 나올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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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지 2017-04-11 12:19:45
기사 잘 읽었습니다. 이번에는 정말로 모두 묻지마와 따라가기식이 아닌 정말 정책을 보고 신중히 고르는 대선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