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격 출장 간병인들, 노인 환자 학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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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격 출장 간병인들, 노인 환자 학대 많다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7.03.16 19:4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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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새 5.5배 증가...정부서도 전문 간병인 확충 필요성 인정하지만 갈 길 멀어 / 정인혜 기자
일부 간병인들이 노인 환자를 학대한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사진: 구글 무료이미지).

정모(27, 부산시 남구) 씨는 최근 한 달 동안 매주 주말을 종합병원에서 보내고 있다. 치매 할머니를 돌보기 위해서다. 평일에는 전업 주부인 외숙모, 이모가 번갈아 할머니를 간호한다. 치매 환자인 정 씨의 할머니는 척추 골절 치료를 받고 있는데, 이 탓에 병원에서 고용한 간병인들이 돌봐주는 노인 요양병원에는 갈 수가 없다고.

정 씨 가족이 간병인을 고용하지 않고 직접 할머니를 간호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할머니를 믿고 맡길 만한 간병인이 마땅찮기 때문이다. 정 씨는 할머니의 입원 이후 석 달 동안 네 명의 간병인이 거쳐 가면서 크고 작은 사고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가장 최근의 간병인은 소변줄을 묶어놓고 잠이 드는 바람에 할머니의 방광에서 소변이 역류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뻔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정 씨는 "쭉 지켜보니 믿을 만한 간병인은 한 명도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힘들어도 어쩌겠나. 가족들이 챙기는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고령화의 영향으로 종합병원마다 노인 환자들이 넘쳐나지만, 일부 간병인들이 노인 환자에 대한 간병에 소홀하거나 심지어 학대한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노인 환자 보호자들은 특히 치매 등 의사소통이 어려운 만성질환 환자들이 주로 간병인들의 피해를 입는다고 주장한다. 이들 환자가 간병인에게 학대를 당해도 보호자에게 제대로 알릴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한다는 것이다.

국내 노인 요양병원에서는 병원이 간병인을 고용하고 노인들을 24시간 돌보지만, 아직 간병 서비스가 제도화되지 않은 종합병원 등의 간병인은 병원에 고용된 인력이 아니라, 환자 개인이 고용한 사설 간병인, 즉 '특수고용직'에 속한다. 종합병원 등 일반 대형병원은 환자들이 따로 비용을 부담하고 소개소를 통해 간병인을 직접 고용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간병인 고용비는 하루 평균 8만~10만 원 선이지만, 금액은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종합병원에서 간병인을 고용한 적이 있다는 주부 최모(41, 충북 청주시 서원구) 씨는 간병인 고용비용으로 하루 10만 원은 어림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식대에, 수고비에, 목욕비까지 달라는 간병인이 한 둘이 아니었다"며 "환자에게 불이익이 돌아갈까 봐 꼼짝 없이 달라는 대로 돈을 다 줬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환자 가족들의 이 같은 의혹에 대해 간병인들은 "억울하다"고 입을 모은다. 부산 서구에 위치한 한 대형병원에서 만난 간병인 장모 씨는 "8만 원 받고 일주일에 하루 쉬며 환자 뒷바라지만 하는데 학대한다는 소리를 들으면 힘이 쫙 빠진다"며 "살뜰하게 챙기려고 하지만 나도 사람인데 가끔 소홀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간병인은 사소한 실수에도 가혹한 잣대를 적용받는다는 의견인 셈이다. 

이에 보호자들은 전문 간호 인력인 간호사가 간병을 맡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인터넷에 '병원 간병인'을 검색하면, 간호사에게 간호를 바란다는 의견을 담은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 간병인 제도는 한국, 대만 등 일부 국가에만 있다.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은 간호사 중심의 간병 체계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에선 병원 병실에는 아예 보호자용 간이침대도 없다. 병원 소속 간호사 또는 병원과 계약을 맺은 전문 간호인력이 간병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제도가 우리나라에 정착되기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대구의 한 종합병원 간호사는 인력 부족 때문에 간호사가 환자의 간병까지 책임지는 것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안 그래도 간호 인력이 부족해 업무가 태산 같이 쌓여있는 처지에 환자 간병까지 하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면서도 "지금의 간병인들을 전문 인력으로 대체해야 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나라에서 제도적으로 '전문 간병인'을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정부에서도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를 추진하는 등 전문 간병인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일부 이 서비스가 실시된 곳에서는 환자와 보호자의 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다만, 정부가 당초 목표로 삼았던 의료기관 1556개의 20.1% 수준에 머무르는 313곳만이 가호간병 통합 서비스 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환자와 보호자의 불편을 인식하고 정부에서도 간병인 관리 감독을 위해 개선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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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빅뉴스 2017-03-21 06:56:51
본 기사는 간병인을 자체 고용한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아니라, 간병인 없는 종합병원 등 대형병원에서 보호자가 고용한 간병인들 경우입니다.

깡구 2017-03-20 15:39:10
어머
무자격인데 학대라뇨...
익히 이런일들이 많다는걸 알고있었지만
진짜 가슴 아픈일이 아닐수없습니다.
자식이 모시는게 도리이것만
그렇지 못하여 요양원을 이용하는건데..
돈주고도 왜 이런일을 당해야하는지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