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은 이제 축제의 장이다. 대중을 믿고 대중 속에서 예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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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은 이제 축제의 장이다. 대중을 믿고 대중 속에서 예술하라"
  • 취재기자 정혜리
  • 승인 2017.03.08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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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빅뉴스의 네이버 뉴스검색사 피선정 기념, 연극인 이윤택 씨 · 전 BIFF 집행위원장 이용관 씨 특별대담 지상중계(하) / 정리 정혜리 기자
대담 참석자들이 대담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에서부터 이용관 교수, 연극연출가 이윤택 씨, 강동수 본지 편집국장(사진: 촬영기자 최준성).

시빅뉴스가 새 봄을 맞아 독자들을 위해 ‘빅 이벤트’를 마련했다. 우리 시대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를 몰고 다니는 문화계의 거목, 이윤택 연극연출가, 그리고 이용관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한 자리에 초청해 대담을 연 것. 지난 달 28일, 경성대 건학기념관에서 얼굴을 마주한 두 사람은 3시간에 걸쳐 최근 시국흐름, 문화계 이슈, 새로운 시대의 문화예술의 방향을 화두로 열띤 대담을 나눴다. 시빅뉴스 강동수 편집국장이 진행을 맡은 이날 대담을 어제(3월 8일)에 이어 연속 지상 중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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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수(이하 생략)­_시민들이 지금 광장에서 새로운 공화정 질서를 일으켜 세우고 있다. 광장에서 다양한 문화적 움직임이 태동하고 있는 것 같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선 연극인들이 자발적으로 천막극장을 세우는가 하면, 시민들 스스로가 다양한 퍼포먼스 공연을 만들어내고 있다. 시위의 현장이자 축제 한마당이기도 하다. 예전처럼 화염병, 최루탄이 어지럽게 교차하는 게 아니라 일상의 축제처럼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시민의 자발적 광장문화를 지켜보면서 어쩌면 21세기적 새로운 문화 형식이 태동하는 장이 열리고 있지 않나 하는 성급한 예측도 하게 된다. 새로운 의미의 대중성도 읽히는 것 같다.  이를테면 '세월호'를 다룬 소설도 나오고 있다. 영화나 연극에서도 움직임이 활발해지지 않을까. 광장의 대중 문화에 어떤 문화사적 함의가 있는지 두 분의 생각을 듣고 싶다. 

이윤택_ 저는 1999년도 12월에 선언적으로 서울에서 밀양으로 내려갔지 않았나. 그때 뭐라고 했느냐 하면, "난 영원한 20세기인으로 남겠다. 21세기는 문화의 적이다." 이렇게 말했다. 그때 황지우 시인과 같이 <게릴라>라는 책을 내고 대담했는데, "20세기 인문주의자들은 고독한 섬에 남을 것이다. 21세기 세상은 새로운 대중사회로 변할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를 했더니 황지우는 "인문주의자는 소수정예로 남아야 한다"고 하더라. 내가 "20세기의 화두가 '현실', '이성주의', '국가주의'였다면 21세기는 '자유', '국가경계의 무너짐', '영혼', '우주적 상상력' 이런 것이 아닐까. 촌스런 한국사회가 촌스럽게 가는 바람에 이런 길이 막혔는데,  만약 내가 예술가고 인문주의자라면 나는 엄청나게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적에게 둘러싸일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했다. 밀양으로 가겠다고 한 것은 역설적으로 말하면 앞으로 중앙집권주의는 없어진다, 서울중심주의, 문화와 정보의 독점, 지식의 독점은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때 막 인터넷이 시작됐다. 이제 모든 사람들이 미디어를 통해 자기 발언을 하기 시작하는 시대였다. 중앙집권적 중심은 해체되고 탈중심이 될 것이다, 이런 예측을 했다. 그럼 어떻게 되느냐. 지방주의의 부흥이 시작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승리가 바로 그런 대표적 사례가 아니냐. 그리고 영화관이 없어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했다. 더이상 문화예술이나 지식이 어떤 특별한 영역, 사람들에게 독점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된다면 나는 거기에 동참할 것인가 하고 자문했다. '나는 그렇게는 못한다. 나는 반대할 것이다. 그게 전부는 아니다. 한 시대를 규정하고 핵심을 짚는 것은 소수의 예지력을 가진 예언적 실천가가 아닐까. 그저 다양성으로 간다면 그것 역시 예술가의 자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던 거다. 이렇게 말하면 위험한 발상이라 할지도 모르는데, '나는 고독한 섬으로 남아서 이런 탈중심적이고 탈장르적 자유적 세계를 거리를 두고 변하지 않는 본질적인 것이 무엇인가를  탐구하는 것이 좋지 않은가. 나 스스로를 변방에 두고 말이다' 하는 심정이었다.

이 교수가 말한 것처럼 우리 영화가 발전하고 있는가? 나는 영화를 굉장히 사랑한다. 내 모든 시나 예술적 영감은 영화에서 나왔다. 나는 영화를 통해 시를 썼다. 영화 속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그런데 지금 그런 성찰을 주는 영화가 많이 만들어지고 있나? 상업적 영화라는 게 웰 메이드, 내용이 없다. 어떤 것은 너무 후지다. 너무 눈물이 날 정도다. 가장 본질적으로 대중과 만날 수 있는 방법을 각오했기 때문에 흘러가는 세상 뒤에 나는 휩쓸리지 않겠다 했는데 21세기가 돼서 나 스스로 폐기처분시킨 거다. 그래서 조선시대, 시골 이야기 연극을 했는데 젊은이들이 그걸 좋아하는 걸 보고 희망을 가지게 되더라. 내가 하는 게 이 세상과 위배되는 것만은 아니구나 하고... 엄청난 다양성이 쏟아지는 대중주의, 상업주의와 변증법적 대결이 필요하지 않는가. 이 싸움이 우리가 해야 될 싸움 아닌가 싶다.

이용관_ 이 선생의 이야기는 위험한 이야기인데...(웃음). 이 선생이 말씀하셨던 '거리 두기' 이야기에 놀랐다. 가장 중요한 것은 광장 문화다. 공동체 문화에서 모든 게 시작되고 귀결이 되는 건데 그 일에 가장 앞장서신 분이 '거리 두기'를 말씀하시니까 깜짝 놀랐다. 그동안 인문주의, 아날로그 시대가 경직돼 있었지 않았나. 인간은 광장에 가고 싶은데 못 가니까 SNS로 자위하는 것이다. 이 디지털 시대에 우리가 인간을 해방시켜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가 당면한 문제다. 디지털 시대야말로 대중화 시대다. 인문학이 소수에게 독점되다가 광장으로 나가서 행동으로 실천하는 시대가 됐다. 셰익스피어가 대중성을 안 바랐겠느냐. 천만 영화라면 이미 국민들의 공동 관심사가 된 거다. 그렇다면 더 겸허하게 광장문화를 지향한다면 얼마나 좋은 것을 만날 수 있겠는가. 

저는 이미 광장문화를 통해 이 선생이 이미 지향했던 '탈출의 문화'가 완성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이미 이 선생의 작품 <오구>를 통해 나타난 게 아닌가. 이 선생께서 생각한 것이 선구적이었기 때문에 우리가 광장 문화로 옮아온 게 아닌가. 이제는 공동체 의식을 생각하자는 것이다.

이윤택_ 앞으로 예술가들이 많이 낭패를 당할 것이다. 대중에 의존하는 예술가들, 흥행 예술가들에게 관객들이 쉽게 속지 않을 것이다. 내용이 없는 것은 잠깐 반짝할지 몰라도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다. 영화 쪽 얘기를 한다면, 나는 주성치 감독이 너무 좋다. 황당무계하게 웃기는 것 같은데도 인간에 대한 믿음, 무조건적 애정이 있다. 대단한 게 아니라 애정의 힘으로 간다는 것이 중요하다. 대중을 위해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아니라 대중의 애정을 갈구하는 작품이 나와야 한다. 그게 따지고 보면 광장이 어닌가.

이용관_ 주성치 같은 그런 배우들이 형식을 파괴하고 새로운 차원의 대중성을 보이는 것은 좋은 것 같다. 예술이란 게 신선한 유희를 만들어줘야 하는데 우리는 너무 진지한 것만 주장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렇다고 우리가 또 저속화하는 길로 가자는 것도 아니니까 이 선생 같은 분이 계속 작업을 하셔야 한다.

이윤택_ 진영논리에 취해서 좌다, 순수다, 좀 더 래디컬하다는 것을 따져 가면서 예술을 했는데 이젠 그게 통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중과 만나야 된다. 물론 쉬운 작업은 아니겠지만...

이용관_ 대중과 만나는 것은 당연하다. 시민들이 작품을 판단해도록 해야 한다. 우리가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시민들의 검증을 못증 받지 못하는 예술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시민들이 성숙하지 못할 경우도 있을 테니 서로 상호대화하면서 동반 상승해야 한다.

대담에서 발언하고 있는 이윤택 씨(사진: 촬영기자 최준성).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밥 딜런이 수상했다. 문학계 일부에선 밥 딜런의 노래를 근본적 의미에서 문학이라 볼 수 있느냐는 회의론이 나오기도 했다. 문학에서도 대중성의 문제, 대중문화의 수용을 둘러싸고 고민이 많은 것 같은데 두 분의 생각은 어떤가?

이윤택_ 밥 딜런의 노래를 들어보면, 가사가 선율을 타면서 파괴력을 가지고 있지 않나. 우리도 밥 딜런처럼 대중 속에 튀어나오는 '괴물'들을 기다려야 한다.

이용관_ 저는 노래에 대해 이야기를 할만한 식견이야 없지만 밥 딜런의 노래 가사가 멋지지 않은가. 예술 자체가 이미 자유고 유희인데, 대중, 순수 이런 것을 왜 규정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밥 딜런의 노래를 문학이라고 받아들이면 왜 안 되는 것이냐. 어느 세대나 어떤 영역에서나 충돌은 있기 마련이다. 인문학도 그렇다. 내부의 위계 질서를 누가 만드나? 지식인들, 인문학자들이 만들고 있지 않은가? 시민들에게 유희와 릴랙스를 주고 에너지를 주지 않는 예술이 왜 존재할 필요가 있을까? 대중성의 문제와 관련해서 엘리트들이 더 성찰할 부분이 많다.

이윤택_ 그렇다. 광장이 또 중요한 것은 대중이 숨 쉬는 곳이기 때문이다. 책을 덮고 거리로 나오라. 요즘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방에 갇혀 있다. 특히 인터넷이 대표적이지 않나. 다들 자기방 속에 갇혀 산다. 이것은 위험하고 안 좋은 현상이다. 더불어 어울리는 게 광장문화의 특징이 아닌가.

이용관_ SNS 시대에 혼자 방에 갇혀서 고독해지면 안 된다. 그 동안엔 치유해 줄 광장이 없었는데 이제 생겼다. 대단히 희망적이라 생각한다. 물론 반동적인 변수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것 역시 광장에서 수정해 나간다면 좋지 않겠는가. 우리 모두 한판의 굿처럼 놀아봤으면 좋겠다. 다시 말하지만 그런 점에서 지식인들이 반성해야 한다.

두 분 말씀을 듣다 보면 광장이란 것이 이를테면 광화문이라는 특정한 공간일 수도 있고, 우리 내면의 광장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최근의 정치적 변화 속에서 광장 문화가 우리의 삶 속에서 비로소 마련됐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윤택_ 지금 일광에 극장을 짓고 있다. 요즘 동해선 일광역이 생기면서 일광에 사람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낮 11시부터 사람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는데 그 사람들이 갈 데가 없어서 찐빵이나 사 먹고 돌아간다. 그래서 우리가 전략을 바꿨다. 낮 공연 하자, 오후 2시에도 공연해 보자, 잘난 체하는 작품 말고 좀 축제적이며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 보자, 이런 준비를 하고 있다. 그래서 선택한 게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같은 신파극이다. 일광을 찾아온 사람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닌가. 사람들이 광장을 원한다. 광장은 어디에나 있다. 이제 사람들에게 앉아서 놀 수 있는 평상을 주어야 할 때다.

이용관_ 부산영화제에 온 관객들은 영화도 보고 바다도 볼 수 있다. 바다가 얼마나 좋은가. 일탈감을 주는 공간이 아닌가. 영화만 보면 답답한데 바다에 가서 시원한 공기를 마시면 청량제가 된다. 그런 식으로 일광에 전철 타고 가서 연극도 보고... 아비뇽처럼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시민들이 원하는 공연으로 말이다. 

이제 화제를 바꿔 지역문화의 문제로 들어가 보자. 부산도 마찬가지이지만 중앙의 막강한 삼투압 속에서 소외되면서 자신의 생태계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지역 문화의 현실인 것 같다. 지역문화의 한계를 과연 극복할 수 있을까 하는 지역 문화인의 고민이 큰 것 같다. 글쎄, 어떤 대안이 있을 수 있을까?

이윤택_ 부산은 영화의 도시다. 70~80년대만 해도 부산에서 개봉해서 망하면 그 영화는 망하는 거였다. 흥행을 결정짓는 바로미터가 부산이었던 거다. 개방성, 이게 부산영화의 강점이다. 옛날에 <아마데우스> 같은 예술 영화 올리면 걸리는 순간 다 내렸다. 부산 입장에선 <코만도>는 흥행하는데 <아마데우스>는 그냥 내리는 거야. 이게 부산문화의 특징이다. 화끈한데 어떤 건 안 통하는 것 말이다. 에밀 졸라가 작품 속에서 지방언어를 활용했듯이 지방성을 강조하면서 강점은 수용하고 단점을 극복하는 지역성에 대한 탐구가 필요할 때라는 생각이다. 예술가들이 반드시 서울에 모여 있을 필요가 없다. 가장 지방적인 것을 끄집어낼 수 있느냐가 미래의 예술을 가늠할 척도가 될 거다. 

이용관_ 시대 흐름이 바뀌고 있다. 시민들이 생각해야 할 것이, 내가 사는 데서 누릴 수 있는 독특한 문화가 있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자꾸 우리는 서울만 쳐다 본다. 오랜 시간 중앙집권화에 놓여 있었기 때문에 지방자치 자체가 제대로 안 돼 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지방자치와 함께 시작한 것 아닌가. 지방자치제의 의미를 분명히 인식하고, 고민해 나간다면 지역문화의 활로가 있을 거다. 사투리로 대표되는 것처럼 지역의 정체성을 인식하고 자부심을 갖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경제조차도 중앙집권에 매달려 있는 게 현실이다. 기업문화, 경제문화, 정치문화가 잘못돼 있다. 하지만 문화예술인들이 지역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만들고 시민들이 그것을 공유하고 향유하기 시작한다면 희망은 있다. 앞으로 그런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을까?

이용관 교수가 이윤택 연출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생각에 잠겨 있다(사진: 촬영기자 최준성).

글쎄, 희망적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쉽지는 않은 문제 같다. 부산국제영화제나 연희단거리패는 부산이 갖고 있는, 드물지만 소중한 문화적 자산이자 성공 사례다. 하지만 중앙집권이 심하다 보니까 중앙문화의 삼투압이 심해 그 속에 빨려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자괴감도 있는게 현실이다. 

이윤택_ 글쎄 시대가 바뀌었는데... 서울에서 연극하는 연극인들도 굉장히 힘들다. 관심도 못 받고 지원도 못 받고... 거꾸로 요즘 와서는 지역 연극인들이 언제든지 서울공연을 할 수 있다. 연극 쪽은 지역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문학도 그렇지 않나? 문학도 서울에 있을 이유가 없지 않느냐. 기장에 종합촬영소가 내려온다. 뉴욕이 미국의 최대 도시이지만 뉴욕은 뮤지컬이지 영화를 느낄 순 없다. LA에 가야 영화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그런 식으로 우리나라도 지역마다 독특한 특성이 하나씩 만들어질 것이다.

이용관_ 영화 쪽은 지방에는 자본이 없고, 제작사가 없고 작업하기 굉장히 어렵다. 아마 연극은 다를 거다. 연극이 공동체 형성을 위한 문화 운동을 해 나가면 영화가 보조해 갈 수 있지 않을까. 공동체문화, 광장문화는 연극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겠고, 그런 점에서 부산의 예술인들이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부산의 연극이 아비뇽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자조, 냉소주의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 젊은 사람들도 그런 냉소주의에 길들여져 있는 걸 보면 안타깝다. 

우여곡절이야 있겠지만 곧 새 정부가 들어설 것인데 여러 가지 바라는 바가 있겠지만 이것 정도는 새 정부가 해줬으면 좋겠다는 문화정책으로 어떤 게 있을까.

이윤택_ 문화는 그냥 내버려 뒀으면 좋겠다. 제발 좀 내버려 둬라. 정부가 나서지 말고 기획하지 말고 지원만 하고 그냥 내버려 둬라.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이용관_ 문화 정책은 둘째 치고 지금 민심이 뭔지 좀 알았으면 좋겠다. 새 정부가 들어서서 또 완장 차지 않을까 그게 걱정이다. 문화예술인들 알아서 잘한다. 자기들끼리 싸우면서 잘한다.

시빅뉴스의 독자 중에는 젊은이들이 많다. 두 분이 잘 아시다시피 요즘 젊은 세대의 삶이 힘들지 않나. 취업난 문제도 있고... 한국사회 갈등의 하부 구조에 놓여있는 게 요즘 젊은이들이다. 선배 지식인으로서 후배 세대에게 격려의 말을 주셨으면 좋겠다.

이윤택_ 세상에 자신을 맞추지 마라. 세상에 끼어들려고 하지 마라. 일단 세상 속의 일원이 되려교 골몰하지 말고 자유롭게 백수가 돼서 세상을 지켜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당당한 백수가 되는 건 괜찮다. 백수가 돼서 바라보면 자기가 갈 자리가 보인다. 세상을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저도 젊은 시절, 이것 저것 세상의 변방을 돌아다니면서 오래 백수 노릇을 했다.  

이용관_ 문화예술을 통해 미래의 삶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무언가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해 줘야 하는데, 33년 교단에 있으면서 이런 질문이 나오면 제일 싫다(웃음). 사실 할 말이 없다. 관료들이랑 미팅하다 젊은 사람 이야기만 나오면 화가 난다. 그들에게는 실질적인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근데 분명한 것은 취직하려 예술 교육하는 거 아니란 거다. 결국 사람이라는 것은 두 가지의 선택지 앞에 놓이게 된다. 현실에 순응하느냐, 그걸 뛰어넘으려고 모험하느냐. 모험하라고 예술가가 있는 것이다. 어느 나라, 어느 시대인들 예술가에게 배불리 먹여 주느냐, 취직을 생각했으면 아예 여기로 들어오지 말아야했어야 했다. 남들이 하는 것만 좇다간 기회가 없다. 다른 삶, 다른 길을 찾으러 왔으면 거기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젊은이들이 "에이 배부른 소리, 자기는 기성세대니까, 기득권자니까 이런 얘기한다"고 할 것 같아서 좀 자괴감이 느껴지는데 그래도 할 수 있는 말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 예술은 특히 부산에서 굉장히 많은 가능성이 있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

이윤택, 이용관 선생님 모시고 장시간 한국사회의 지형도, 이 시대 진정한 문화와 예술의 의미, 새로운 시대에의 예감을 화제 삼아 치열한 이야기를 나눴다. 독자들도 두분의 대담 속에서 우리 사회의 미래를 읽었을 것이고 많은 생각거리를 얻으셨으리라 믿는다. 대담에 열정적으로 임해주신 두 분께 감사드린다.

                                         [대담록 하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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