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들, 마스코트 동물 내세워 홍보하곤 사후 관리는 "나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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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들, 마스코트 동물 내세워 홍보하곤 사후 관리는 "나몰라라"
  • 취재기자 정혜리
  • 승인 2017.03.04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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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동물 입양해 '명예역장,' '명예경찰'이라며 SNS 홍보...사고사, 실종되도록 방치 / 정혜리 기자
경찰 제복을 입은 잣돌이의 생전 모습(사진: 경찰청 페이스북).

최근 공공기관이 주목을 끌만한 사연을 가진 유기동물을 홍보 마스코트로 삼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사후 처리가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경기도 가평경찰서의 명예 의경으로 위촉돼 화제가 됐던 ‘잣돌이’가 한 달만에 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경기도 부천 역곡역 고양이 명예역장 ‘다행이’가 실종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공기관이 동물을 가볍게 홍보에만 이용하고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자체, 경찰서, 관공서 등에선 사연 있는 유기동물을 마스코트로 삼거나 인기 동물을 홍보 동물로 임명한 곳이 적지 않다. 동물을 마스코트 삼아 SNS와 언론 매체를 통해 홍보하면 많은 수의 ‘좋아요’를 받거나 조회수가 많아지기 때문. 차기 대선주자들도 반려동물을 돌보는 모습을 노출시키며 대선공약에까지 동물보호법 강화를 내세우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공공기관의 홍보에 이용된 동물들은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있다.

2014년 한 유기묘가 천안의 마트 주차장에서 다리를 다친 채 발견돼 김행균 역곡역장에게 입양돼 ‘다행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어린이를 구하다 다리를 다친 김행균 역곡역장과 쥐덫에 다리를 다친 다행이의 만남은 당시 언론의 화제를 모았다. 다행이는 2015년 역곡역 명예역장으로 임명돼 우리나라 최초 고양이 역장으로 널리 알려졌다. 다행이의 이름을 딴 ‘역곡다행광장’까지 나올 정도로 사랑받았던 것.

그러나 다행이는 작년 김 역장이 다리 수술로 인해 휴직계를 내면서 서울 강서구 반려동물지원센터에 맡겨졌다. 김 역장의 건강이 나아지지 않아 반려동물지원센터에서 계속 지낼 수밖에 없었던 다행이는 1월 말 보호소의 열려 있는 문을 통해 밖으로 나간 후 실종됐다.

소식을 접한 고양이 애호가들은 지자체와 코레일의 무관심에 분개했다. 명예역장이라며 홍보에 적극 이용해 놓고는 보호를 책임져야 할 상황이 오자 그 책임을 역장 개인과 보호소에 떠맡겨서야 되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캣맘 활동을 하고 있는 이시완(34, 서울시 성동구) 씨는 “아무리 명예라도 역장 임명장도 주고 국회의원 불러다 기념식까지 해 놓고는 실종된 후엔 말 못하는 동물이라 쉬쉬하면 그만이라 생각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고양이 두 마리와 개 한 마리를 키운다는 김휘현(27, 부산시 부산진구) 씨도 “반려동물을 맞는다는 것은 10년을 넘게 사는 동물을 가족처럼 들이는 일”이라며 “물건을 사고 버리는 개념으로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천시는 항의가 폭주한 후에야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다행이의 실종을 알리며 “다행이를 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부천시는 다행이를 찾는다는 광고를 SNS에 게재했다(사진: 부천시 페이스북).

가평경찰서의 명예 의경 잣돌이도 입양된 지 한 달만에 사망해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가평 경찰서에 따르면, 잣돌이는 지난달 23일 오후 경찰서 정문을 지키다 경찰서로 들어오려는 고양이 두 마리를 내쫓으려는 과정에서 차에 치여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

지난달 7일 경찰서 앞에서 서성거리는 잣돌이를 의경 대원들이 발견해 유기견센터에 보냈다. 하지만 입양하겠다는 사람이 없어 안락사 위기에 놓이자, 잣돌이는 가평경찰서 112타격대장의 이름으로 정식 입양됐다. 이후 ‘명예 의무경찰’로 위촉되고 특수 제작한 근무복을 입은 귀여운 모습이 보도돼 인기를 끌었다.

동물을 이용한 기관 홍보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경기도 용인시 역시 에버랜드의 판다 한 쌍을 관광홍보대사로 위촉한 바 있고, 인천공항은 지난달 22일 페이스북에서 사람처럼 시무룩한 표정을 지어 인기를 얻은 개 ‘달리’를 공항 명예홍보견으로 임명했다며 홍보하고 있다.

홍보에 써먹고는 사후 관리에는 소홀한 지자체의 '나몰라라' 행태에 대해 동물보호동호회 '행복한세상의족제비'의 주윤서 부회장은 “유기견, 유기묘를 입양했다며 홍보하는 것도 좋지만 일단 입양했으면 끝까지 돌봐야 한다”며 관공서의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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