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 '피아노 소음' 싸고, 주민들 첨예 갈등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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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주택 '피아노 소음' 싸고, 주민들 첨예 갈등 많다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7.03.04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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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네나 듣기 좋지 엄연한 층간소음" vs "낮에 잠깐 치는 것도 문제냐"...이웃 배려 의식 절실 / 정인혜 기자
피아노 소음 문제를 두고 이웃과 갈등을 빚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이미지).

취업준비생 손나경(27) 씨는 몇 달 전 윗집에 새 이웃이 이사 온 뒤로 집에 있는 시간이 괴롭다. 이따금 시작돼 한두 시간씩 이어지는 피아노 소리 때문. 윗집에 가서 피아노 연주를 자제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한밤 중에만 안 치면 되는 것 아니냐"는 대답에 딱히 반박할 수가 없어 참고 지내는 중이란다.

손 씨는 “도무지 집에서 편히 쉬지를 못하겠다”며 “길 가다 피아노 소리만 들어도 소름이 돋을 지경”이라고 피아노 층간 소음 피해를 하소연했다.

주부 이효영(39, 부산 사하구) 씨도 요즘 피아노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피아노를 전공하는 딸아이가 연습을 집에서 연습할 때마다 아랫집에서 항의를 해오는 통에 눈치가 보인다는 것. 이 씨는 오후 6시 이전에 하루에 한 시간도 채 되지 않는 연습 시간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이웃 때문에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늦은 시간도 아니고, 24시간 내내 뚱땅거리는 것도 아닌데 계속해서 항의하는 것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그렇게 예민하면 공동주택에 살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아노 소음 문제를 두고 이웃과 갈등을 빚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 같은 갈등은 단독주택보다는 아파트, 빌라 등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주로 발생한다. 피아노를 치는 쪽은 늦은 시간에 연주하지 않는 이상 피아노 소리를 층간소음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피해를 호소하는 쪽은 시간과 관계 없이 공동 거주 공간에서 피아노를 치는 것은 소음이라고 맞선다. 피아노 소리를 층간소음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놓고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

과거 층간소음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되면서, 층간소음 여부를 판별할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이 지적된 적이 있었다. 이에 지난 2014년 국토교통부와 환경부는 ‘공동주택 층간소음 기준에 관한 규칙’을 마련했다. 규칙에 따라 층간소음은 뛰어다니는 소리 등 ‘직접 충격 소음’과 악기 소리 등 ‘공기 전달 소음’으로 나뉘었다. 법적 기준은 피아노 소리를 층간소음으로 인정하고 있는 셈. 

집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 자체를 법적으로 금지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해당 법률은 공기 전달 소음에 대해 5분 등가 소음을 따져 주간 45dB, 야간 40dB 이상의 수치에서만 층간소음으로 인정하고 있다. 주간 45dB, 야간 40dB 이하의 소리는 괜찮다는 의미다.

이 같은 규칙이 마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이를 적용해 분쟁을 해결하는 사례는 드물다. 피아노 소음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정재윤(24, 부산 중구) 씨는 “오전 오후에 몇 데시벨로 피아노를 연주하는지를 일반 가정집에서 어떻게 측정하느냐”며 “데시벨 정도를 떠나서 시끄러운 피아노 소리를 내 집에서 듣는 것 자체가 고역”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웃을 배려하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자녀가 피아노를 전공했다는 김노경(52) 씨는 피아노가 있는 방에 방음공사를 한 후 피아노를 치게 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우리집 피아노 소리는 내 귀에나 듣기 좋지, 다른 사람들한테는 고역일 수도 있다”며 “정 피아노를 집에서 쳐야 하는 상황이라면, 방음 공사를 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이웃 간 배려하는 공동체 의식을 가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 주택문화연구소 관계자는 “법적인 절차가 있다고 해도, 이를 적극적으로 제재하는 제도적 장치가 없어 활용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무엇보다 주민들 간에 서로 배려하고 양보하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화를 통해서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콜센터 1661-2642)를 이용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각 시·도에 설치된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민원 제기를 하거나 법원 소송을 통하여 해결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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