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성희롱 이슈 속, '페미니즘 동아리' 속속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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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성희롱 이슈 속, '페미니즘 동아리' 속속 등장
  • 취재기자 한유선
  • 승인 2017.03.0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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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 '여성학' 동아리 등...각 대학, 성차별, 성폭력 등 여성 인권 문제 적극 제기 / 한유선 기자

지난달 28일 전북 청주교대의 한 건물 기둥에 ‘선배님 OT는 애인 찾는 장소가 아닙니다’라는 제목을 비롯한 3~4장의 대자보가 붙자, 온라인 상에서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청주교대 내 ‘교대 여성주의 모임’이 붙인 이 대자보에는 "새내기는 잠재적 여친이 아닌 동등한 학우입니다," "우리가 품평 당하려고 교대 왔나?" "술을 핑계 삼아 술을 기회 삼아 추태부리지 맙시다’ 등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발생하는 성희롱, 성추행 문제를 비판하는 메시지가 담겨있었다.

'청주교대 대자보'를 검색하면 보이는 청주교육대학교 외모품평, 성희롱 비판 대자보와 이를 보도한 기사들(사진: 네이버 캡쳐 화면).

청주교대 페이스북 커뮤니티 ‘청주교대 대나무 숲’에 글을 올려 자신이 대자보를 붙인 ‘교대 여성주의 모임’의 구성원이라고 밝힌 익명의 학생은 지난해 11월 교내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으로 인해 교내 페미니즘 모임이 구성됐다고 밝혔다. 이 학생은 청주 교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에 남학생들이 여성들의 외모를 품평하고 성희롱을 하는 단체 카톡방(일명 단톡방)이 있다는 것에 문제의식을 느꼈다며 “경각심을 일으키기 위해 대자보를 만들어 붙이는 활동을 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매년 신입생을 대상으로 하는 성희롱, 성폭행 문제가 이슈가 되는 가운데, 대학 내 여학생들의 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하는 여성주의 동아리, 여성학 동아리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숙명여대 페이스북 커뮤니티 ‘숙명여대 대나무 숲’에는 ‘성차별을 방치하는 숙대를 규탄합니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게시글에는 "낙태권은 사실상 여성 몸매 옹호권 아닙니까," "여자는 남자 잘 만나 시집 잘 가는 게 제일," "여러분 명품 좋아하잖아요’ 등 교수들의 성차별 발언을 규탄하며 성차별적 사고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성찰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제보자는 자신을 숙명여대 여성학, 젠더정치학 동아리 ‘S.F.A.‘의 구성원이라고 밝혔다.

페이스북 페이지 '숙명여대 대나무 숲'에 올라온 '성차별을 방치하는 숙대를 규탄합니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사진: 숙명여대 대나무 숲 페이스북 페이지 캡쳐).

지난 2011년 한양대에선 교양과목 ’성의 이해‘가 성차별 논란을 일으켰다. 강의 내용 중 교수의 성희롱, 성차별적인 발언에 학생들과 시민 단체가 문제를 제기했고, 논란이 불러일으킨 해당 과목은 결국 폐강됐다. 당시 ’성의 이해‘ 폐강 운동을 진행하던 학생들이 모여 한양대 반(反)성폭력 반(反)성차별 모임 ’월담‘이 탄생했다.

한양대 월담에서 활동하고 있는 호준(22) 씨는 월담이 성폭력과 성차별이 없는 한양대를 꿈꾸며 탄생했다고 말했다. 월담은 성차별과 성희롱 등 교내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제보 받아 공론화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호 씨는 “지난 학기까지 월담에서 진행했던 ’강의실 내 숨은 혐오 찾기‘ 같은 캠페인은 올해부터는 총학생회가 진행한다. 홍익대 총학생회에서 이 캠페인을 빌려 쓸 수 있느냐는 연락도 왔다”며 최근 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런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양대 반(反)성폭력 반(反)성차별 모임 ’월담‘이 진행한 '강의실 숨은 혐오찾기' 캠페인 포스터(사진: 한양대 반성폭력 반성차별 모임 월담 페이스북 페이지 캡쳐).

청주교대의 페미니즘 모임인 ’교내 여성주의 모임‘과 숙명여대의 여성학, 정치젠더학 동아리 ’S.F.A’, 한양대 반(反)성폭력 반(反)성차별 모임 ’월담‘ 외에도 동덕여대 여성학 모임 ’WTF,’ 부산대 페미니즘 모임 ‘월담’ 등 전국의 여러 대학에서도 여성학을 공부하고 실천하는 동아리가 활동하고 있다.

이처럼 대학 내 여성학 동아리가 증가한 이유에 대해 신라대 여성문제연구소 최희경 소장은 "학생들이 지난해 일어난 서울 강남역 살인사건이나 문단 내 성폭력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지켜보면서 성차별, 성희롱 등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인권 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 소장은 “학생들이 예전부터 개인적인 차원으로 성차별 문제를 겪어왔었지만 대응 방법을 모르고 있었을 뿐”이라며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자기 주변에서 발생하는 여성 인권 문제를  공부하려는 태도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대학 내 여성학 동아리를 여성우월주의, 역차별이라며 비판하는 의견 또한 존재하는 것에 대해 최희경 소장은 "한국은 경제적 발전에 비해 여성들의 지위가 뒤떨어진 나라인 것은 객관적인 자료로 나와 있는 사실"이라며 “여성우월주의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은 한국 사회가 성차별 문제가 없는 나라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대한민국의 국내 성별임금격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OECD Employment Outlook 2015'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녀 임금격차 수준은 37%로, OECD 평균인 15%의 2배 이상이다. 우리나라 다음으로 남녀 임금격차 수준이 높은 국가인 미국(18%)과 비교해도 큰 차이를 보인다. 그 외의 나라들의 남녀 임금격차 수준은 영국 17%, 프랑스 14%, 독일 13%, 덴마크 8%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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